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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sunsook H
Dec 21. 2024
따뜻한 겨울
어제, 안경을 맞추려 시내로 나갔다.
남편은 아이를 두고 혼자 갔다 와라
내가 보고 있을 테니 하는데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갖게
되었
고
그 후부터 엄마의 인생은 아이가 중심이 되어
살아온지라 그 긴 시간 동안 엄마의 희생만
있었던 게 아니라
,
엄마가 장애아이를 이해하는데 공부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기도 했
다.
"주하야, 엄마 안경 맞추러 가야 하는데 갈래?
"
"안경?..... 글쎄....."
"마트 가자. 안경 맞추고 마트 갈 거야."
"뭐 사줄 거야? 사탕 사줘."
녀석은 늘 딜을 해왔다.
특수아이 답지 않게 머리를 굴리는 게 비상했다.
그 비상함에 어릴 때부터 엄만
아이의 가능성을 놓지못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근데 그냥 딱. 거기 까지였다.
ㅎ
그래도 남편과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주하 정도라서 참 다행이라고....
함께 웃을 수 있고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어서
우린 행복하다고.
2년 전이었나 보다. 눈에 이상이 생긴 게....
매일 책만 읽어댔다.
서점 한번 가면 탑을 쌓듯 그렇게
책을 높다랗게 쌓아선 들고 왔다.
그리고 매일매일 앉아서
,
누워서
,
그리고
나가서도 책을 읽었다.
결과 눈이 어느 순간부터
뿌옇게 보이기 시작하더니 근시가 생겼다.
안경을 써야 하는 건가.
평생 눈 시력 하나만큼은
너무 좋다 자부했건만
나도 예외일 수 없구나....
머리숱 하나만큼은....
날씬함 하나만큼은.....
암기력 하나만큼은....
그렇게 나의 젊은 날
,
스스로가 자부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고 그냥 50대를 바라보는 아줌마 하나가 서있었다.
안경점 아저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친절했다.
고객유치를 위함이 아닌 그냥 본연의 모습이
친절로 감싸있는 그런 사람 같았다.
아저씨의 설명을 한참 듣고 나서,
안경을 맞추는 게 해결방법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냥 노안인걸...
늙어가면 어쩔 수 없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
필요할
때
잠깐씩 쓰는
돋보기안경을 맞추는 것이 아니면,
평소 매일 쓰는 안경으로 도수를 넣은 안경은
시력 좋았던 사람으로선 어지럽고 힘들 거란다.
사물이나 사람, 글자가 잘 보이되
가까이 있는 글자가 희미해지는 거라면
그건 그냥 늙어가는 현상이란다....
가져갔던 안경테에 블루라이트 차단,
UV차단되는 보호안경
알을 끼워 넣기로 했다.
그리고 가격은 6만 원.
생각보다 싸진 않았지만 좋은 걸로 쓰자 했다.
아이를 데리고 지하 롯데마트로 향했다.
아이가 고른 저 루피 마시멜로.
뽀로로
만화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가 루피다.
집에 코코아도 있고 마시멜로도 있는데
굳이 저 루피가 있어야 한단다.
해서 루피
마시멜로우가 든
코코아를 또 사게 되었다.
집에 와서 녀석의 코코아에 루피 하나를 띄워주는데 왜 이리 귀엽니.
주하 너만큼 귀여워 웃는다.
어젯밤부터 내린 눈으로
오늘 아침
,
세상은 하얗게 변해있었다.
신랑은 빗자루를 들고나갔고
나는 딸아이와 멍뭉이들을 데리고
산책길에 나섰다.
그렇게 쌀쌀한
겨울을
느끼고 와선
책상에 앉으니 갑자기 완득이라는 영화가 당겼다.
서민들의 따뜻함이 폴폴 풍겨 나는
이 영화는 때때로
한번씩
보고 싶은 영화다.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그들의 따뜻한 겨울......
작가. 허선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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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아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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