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감기

매일줄넘기264일째

by 샤인진

오늘 제 줄넘기 어때 보여요?

저는 매일 보는 사이인데 오늘은 새근새근 한 사랑스러운 강아지 같아요.

빨간 보자기. 자기 집에서 곤히 코를 묻히고 잠들어 있는 강아지줄. 제 앞의 풍경이에요. 깨워도 되나 싶을 정도의 분위기예요. 오늘은 그냥 둘까요? 고민돼요. 살짝 속삭이듯 흔들며 강아지줄을 깨워요.


사실 지금 이마에 손이 가고 코가 의지와 상관없이 흐르고 있어요. 줄이 발에 자꾸만 걸려요. 실력발휘가 영 안 되고 있어요. 강아지줄도 저에게 감기를 옮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은 무리 말고 50개씩 나누어서 300개만 하기로 했어요. 몇 번씩 걸리고 있지만 다시 또다시 발뒤꿈치에 정갈하게 줄을 놓고 양손을 앞으로 쭉 당겨요. 그럼 줄이 팽팽해지고 새로 다시 시작해요.

줄넘기의 준비동작. 완료!

코에서(특히 왼쪽) 뜨거운것이 나와 인중으로 흐르지만 늠름하게 폼을 잡았어요.


오늘 몸이 남다른 이유 알았어요. 오늘만 일하면 며칠 쉬어요.

회사에서 제가 담당했던 큰 행사가 끝났거든요.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가 끝나서 마음이 놓였어요. 지금 느끼기에 몸줄도 정신줄도 놔졌어요. 자리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들이밀고 보는 지하철 아주머니엉덩이 감기가 비집고 들어오려고 해요.

경험 있지 않으세요? 쉬는 날이어서 놀러 가고 하고 싶은 계획을 세워놓고 가기만하면되는데 몸이 아파요.

지금 저는 이 빈틈을 노리는 엉덩이 감기를 몰아내야 해요.

코 닦으며 돌려요. 휘리릭. "아주머니 여기 자리 없어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예요. 4개월 정도 아주 타이트하게 당겼었거든요.

오늘이 풀어진 줄도 정비도 할 시간도 필요해 보이는 날이에요.

다시 새로 갈아 끼워요. 팽팽하게 다시 당겨요. 아주머니가 제 눈치를 보고 있어요.


주말. 도서관봉사 중.

계단사이의 옹달샘만 한 무대에서 검정, 흰색 레이스 세 분이 연주공연을 준비해요.


첼로: 여자친구처럼 껴안고 왈츠추듯 연주. 심각하게 멋있어요. 제 눈에 심장이 만들어져서 두근거려요.

피아노: 손등에 움직이는 핏줄이 뼈 사이사이로 왔다 갔다 다시 왔다 요리조리 건반을 하나하나 건드려요. 피아노도 신나요. 주인을 잘 만났어요.

바이올린: 음악계의 한의사 손가락. 현 진맥을 강하게 잡고 파르르. 남들은 따라하지 못 할 아주 미세한 동작들의 반복. 시선은 악보를 보는 듯 외운 듯 모호해요.

모든 악기의 줄은 팽팽해 연주가 또렸했고 세분의 몸줄 역시 관리가 잘된 예술인이예요.


'줄넘기도 저도 오늘은 힘없는 현 같았지만 멋지게 예술적으로 살려면 건강현을 당기고 내 의지로 음계를 집어서 연주하는 삶을 살자.' 하며 은색으로 빛나는 난간에 양쪽팔 올리고 서서 연주 감상중 혼자 심각하게 자기 계발서를 머릿속에 끄적였어요. 제목은 '어쨌든 줄을 당겨라' 예요. 부제는 '사람이든 악기든 당겨야 연주가 된다'


자! 뒤꿈치에 줄 놓고 앞으로 나란히. 줄이 팽팽해졌으면 가볼까요?

지칠 수 있죠. 아플 있죠. 줄도 저도 오늘은 좀 느슨했지만 다시 당겨요. 또 다시 하면 되죠. 띠용!!!

오늘 하루 모두모두 힘내세요!! 샤인진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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