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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게 되네

잠깐 쉬어가는 모퉁이 글.

by 유진 jjinravel

<혼자 떠난 어느 날의 일기>

_ 오늘은 일기체로 써 내려갑니다.


고민이 생겼다. 일을 벌이고, 도전을 좋아했던 내가 예전 같지 않다. 도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드리울수록 망설임의 그림자만 짙어져 갔다. 난 참 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눈 딱 감고 일단 저지르고 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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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모난 생각들만 둥둥 떠다녔다. '너 그거밖에 안되니.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더니,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니.' 떠다니는 생각들을 붙잡고 싶어 바다 앞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들었다. 나의 마음을 적어 내리려는데,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이게 과연 잘못된 걸까?'


현실과 타협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정말 궁금해졌다. 내가 지금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나를 탓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토닥여줘야 하는지. 어지러운 마음들이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아, 두서없이 무질서한 마음들을 나열했다. 내가 적은 말들은 아래와 같았다.


나를 찾고 싶다. 00을 도전하고 싶은데 이왕 할 거면 잘하고 싶다. 근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만한 능력이 될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 사실 시작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어지럽다. 00을 도전하려면, @@부터 잘해야 될 것 같은데..



내 글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나는 너무 정성스레 살고 있었구나.'


정성스럽다는 말은 대개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이 과해지면 부정이 되곤 한다. 매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고는 하지만, 나는 너무 순간들만 보며 정성껏 살아내고 있었다. 그러니 커다란 난제 앞에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작은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데만 집중한 탓에, 이미 커져버린 조각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실은 이미 하고 있거나, 하고 있는 과정에 놓인 지도 모르는 채. 그저 잘하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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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덜어내고, 내려놓고, 멀어지고, 느려질 필요가 있다. 그랬을 때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잘해야 한다는 마음 없이 일단 하다 보면, '어라, 이게 되네..?' 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온다. 사람마다 그 순간이 찾아오는 속도가 다른 것뿐.


잘하고 싶은 내가 잘하고 있는 나를 가리고 싶진 않으니. 정성껏 하루를 살아내다가도, 잠시 숨을 고르며 나를 알아주려고 한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나면, 혼자만의 여정을 꼭 떠나 준다. 그게 나에겐 과속방지턱이랄까. 그 방지턱을 넘으면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뭉근하게 피어오른다.


언젠가 이 말을 뱉을 우리를 위해.

어라, 이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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