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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기억하고 싶은 어른이

굳이, 고집을 부려 구태여

by 유진 jjinravel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이라 쉬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저는 어린이가 아니지만..)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을 남기지 않고 넘어가는 건 조금 아쉽지 않을까 해서 적어봅니다. 내일로 흘러갈 시간들을 슬며시 붙잡아 보며 말이죠.


_ 쓰다 보니 자정을 넘겨버렸..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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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화엔 굳이 글로 기록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엔 제 기록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어디까지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의견이기에 참고만 해주세요 :)


어른이의 네 가지 기록장


① 무지 일기장 | 컴포지션 A6 만년필 노트

: 저의 생각을 툭 터놓고 나열할 땐, 무지 노트만 한 게 없습니다. 오늘 했던 일들을 무작정 나열하기도 하고,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생각들, 고민들, 하고 싶은 것들 등을 여백의 자유로움 만큼이나 원하는 대로 남겨요. 적을 땐 굉장히 두서없어 보여도, 머릿속의 추상적인 고민들을 시각적으로 나열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경우가 꽤 많죠. 이 노트는 기록에 대한 해방감, 자유로움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랍니다.


② 질문 노트 | 낫저스트북스 필사 노트

: 이 노트는 작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나는 오늘 내가 던진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을까?' 그 길로 집에 가서, 제가 누군가를 인터뷰했던 '나에 대한 질문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호기롭게 적어 내린 것치곤 첫 질문부터 말문이 턱 막혀버렸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 아마도 이런 뉘앙스의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우연히 들러 구매했던 '낫저스트북스' 독립서점의 한 필사 노트는 <질문노트>가 되고 말았습니다. 필사하려고 사긴 했는데, 하루에 하나씩 나에게 던지는 질문과 답변들로 채우는 것도 꽤 보람찬 일인 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시작한 나를 향한 질문은 '질문한포'라는 커뮤니티가 되기도. 스스로와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 나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곳은 어디인지?

- 나에게 한 칸의 방이 있다면 어떻게 꾸미고 싶은지?

- 지금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 나는 나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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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여행 노트 | 투얼론 혼여행 노트

: 이 노트는 제가 만든 노트인데요. 말 그대로 혼자 여행 다니며 적는 노트이고, 혼자 여행을 다니다가 여행 중에 집중하는 기록을 하고 싶어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행 계획과 예산 등에 집중하는 기록장은 많아도, 여행 중의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여행 노트는 많지 않더라구요. 색깔별로 쌓인 노트를 바라볼 때면, 제가 쓰고 싶어서 만든 것 같기도 한 마음입니다. 제 혼자 여행의 목격자가 생긴 기분에 덜 외롭던-


④ 플래너 | 워커스 프리랜서 플래너

: 프리랜서로 일을 한지도 어엿 10개월 즈음이 되어 갑니다. 주로 혼자 일을 하니, 저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오롯이 제가 쓰기 나름이었죠. 그게 참 좋기도 나쁘기도 했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시간 관리라는 게 참 어렵더라구요. 시간을 잘 쓰고 싶어서, 시간에 끌려가고 싶지 않아서 이 플래너를 쓰기 시작했고 꾸준히 써나가고 있습니다. 저의 불안함은 대부분 불명확한 것들로부터 오는데, 그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준달까요. 프로젝트 정리하는데도 좋습니다.




제가 쓰는 기록장들을 들여다보니, 제가 기록하는 이유들도 보다 명확히 보이네요.


불안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 이 순간을 그저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나와 부담스럽지 않게 친해지고 싶어서

어제가 되어버릴 오늘을 기록하고 싶어서


기록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겐 공감이

기록을 하고 싶은 누군가에겐 도움이

기록이 어려워진 누군가에겐 원동력이

되었기를 바라며...


오늘도 늦은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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