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문제라고요?
살다 보면 남의 자식이 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내 자식이 남의 가족이 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위가 어딨고 아래가 어딨냐?” 따지며,
“그래도 남자는 자기보다 어린 여자를 만나야지.”
“그래도 여자는 동갑이거나 오빠여야지.”
이런 식으로 연애와 결혼에도 나이 제한을 걸어두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참 어이없게도, 나도 한때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내 결혼을 앞두고 나이 하나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 온몸으로 깨닫게 됐다.
“사업하는 집안인데…”
시댁과 첫 만남.
처음엔 그냥 분위기가 어색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대화가 오갈수록 묘한 기류가 흘렀다.
“우리도 사업하는 집안이니, 그런 집안끼리 맺어졌으면 했어. 아들이 좋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지만?
이게 축복하러 나온 자리인지, 선고를 내리러 나온 자리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
마치 제품 검수하듯 나를 스캔하는 눈빛.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은 없나? 나이 많은 것 말고는 뭐가 부족하지?”
그때 깨달았다. 이 사람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게 아니라, 결격 사유를 찾으려 하고 있다는 걸.
“비실비실할까 봐 걱정했지”
그나마 시부모님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문제는 시할머니였다.
어느 날 조용히 나를 불러서 하신 말씀이 걸작이었다.
“너희 아버님 될 사람이 너 처음에 마음에 안 들어했었어. 근데 알고 보니 괜찮은 것 같더라.”
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인정해 주셨나? 하는 순간.
“우리 주변에 보니까, 나이 많은 며느리나 손주며느리들은 아이를 못 낳고 비실비실 거리더라고. 그래서 너도 그럴까 봐 그랬지.”
이거 칭찬이야, 디스야?
거기다 며칠 후, 시아버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시할머니가 처음에 너 나이 많다고 별로 마음에 안 들어하셨었어.”
여기서는 시아버지가 반대했다 하고, 저기서는 시할머니가 반대했다 하고
이제 와서 보니, 다들 나쁘긴 싫고, 그냥 서로 떠넘기는 중이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
근데 진짜야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확실히 깨달았다.
나이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사실 나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그냥 본인이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이냐, 아니냐를 따지고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런 말들이 떠올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숫자에 목숨 거는 사람이 문제다.”
“인생은 연차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느냐로 평가하는 것이다.”
“나이 많다고 잔소리하는 사람들, 정작 자기 인생은 얼마나 알차게 살았을까?”
그래서 결론은
나이는 내 인생을 설명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도, 남들도, 제발 숫자로 사람을 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