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소울에 최적화된 목소리
왼쪽부터 [Ain't Nobody Worryin'] (2005), [Back to Love] (2011), [Comin' From Where I'm From] (2003), [The Point Of It All] (2008), [Soulife] (2005), [Southern Comfort] (2007), [What I'm Feelin'] (2016)이다.
앤서니 해밀턴(Anthony Hamilton)은 2003년, [Comin' From Where I'm From]을 들고 세상에 나타나 '네오 소울의 재림'을 알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네오 소울은 짧은 역사를 뒤로 하고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신예 주자가 나타나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다'를 외치게 된 것이다. 저 데뷔 앨범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흙 냄새를 잔뜩 풍기는 거친 목소리로 들려주는 소울은 남달랐다. 이제 와 생각하면 앤서니 해밀턴 덕분에 네오 소울은 조금 더 오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앤서니 해밀턴도 음악적으로는 고집스러운 편인 듯하다. 이후에 발표하는 앨범들이 모두 비슷한 색채로 일관되어 있고, 음악적 변화가 적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지루하다'. 어떤 일관된 방향을 설정하고 밀어붙이는 느낌이 때로는 듣는 이에게 지나친 피로감을 안길 수 있다. 그나마 2011년에 발표한 [Back To Love] 앨범 같은 경우 베이비페이스(Babyface)를 프로듀서로 기용하여 좀 더 캐주얼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어서 다른 앨범들에 비하면 위화감이 덜하다.
앤서니 해밀턴이 이렇게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혜성이 소울 씬에 등장한다. 그 이름 바로 존 레전드(John Legend) 되시겠다. 존 레전드가 앤서니 해밀턴과 음색도 유사하고, 음악적인 측면에서 여러 모로 비슷한 결을 추구하고 있지만 자신의 음악적 본질만을 밀어붙이지 않고 시대의 요구를 좀 더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존 레전드 쪽이 조금 더 영민하다는 느낌이 든다. 결과적으로 존 레전드가 앤서니 해밀턴보다 훨씬 더 빨리 주류 음악으로 받아들여졌고, 좀 더 오래 가지 않았는가. 존 레전드 이야기는 훗날 다른 시즌에서 좀 더 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