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고 감미롭고 혼자 다 하는 뮤지션
왼쪽부터 [Baby Come On] (2018), [Luv Luv U Mama] (2017), [Te] (2017), [그댄 아름다워요] (2020), [꽃사슴] (2019), [내게 와요] (2021), [어젯밤 길을 걷다] (2017), [2021 Surf'low] (2021), [5GLOVE] (2019)로 모두 싱글 앨범이다.
김지범.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밴드 경연 프로그램을 즐겨 본 시청자들이라면 JTBC에서 방영된 '슈퍼밴드'에서 'Love Me Through The Night'이라는 곡을 부른 가수 중 한 사람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김지범은 그냥 이렇게 초야에 묻혀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며 더욱 유명해져야 할, 응당 그럴 자격이 있는, 정말 실력 있는 뮤지션이라는 것이다.
그의 첫 시작을 알린 '어젯밤 길을 걷다'를 들어보자. 라이브 무대를 보면 알겠지만 그는 이 곡을 연주할 때 기타를 마치 가야금처럼 눕혀놓고 연주한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까. 아무튼 그렇게 뉘인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가 정말 예술이다. 노랫말은 별 거 없다. 그냥 어젯밤 길을 걷다 문득 생각난 여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별 것 아닌 내용도 김지범이라는 필터를 거치니까 그럴듯한 백스트리트 뮤직이 된다.
이참에 2017년에 그가 발표한 음악들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다음은 'Te'와 'Luv Luv U Mama'인데, 두 곡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Te'는 몽환적인 네오 소울 분위기로, 반복적인 리프를 통해 중독성을 꾀한 곡인 반면 'Luv Luv U Mama'는 어머니에게 철없는 아들이었던 자신을 고백하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한 곡으로, 빈티지 소울 느낌의 밴드 편곡으로 만들어졌다.
2018년에는 감미로움 그 자체인 R&B 곡인 'Baby Come On'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리듬이라 이 곡이 나왔을 당시 굉장히 자주 듣고 따라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2019년에는 앞서 언급했던 'Love Me Through The Night'이 슈퍼밴드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고, 싱글 '꽃사슴'이 발표되었다. 연인을 꽃사슴에 비유한 이 곡은 화려한 기타 연주에 달달한 김지범의 음색이 빛을 발하는 감미로운 어쿠스틱 발라드이다. 반면 같은 해 발표한 '5GLOVE'는 익살스런 노랫말과 컨트리 콘셉트의 편곡으로 김지범의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2020년에는 '그댄 아름다워요' 싱글 발표 말고는 이렇다할 활동이 없었던 것 같다. 잔잔한 산들바람 같은 곡이라 날씨 좋은 날 산책하며 듣기에 안성맞춤인 곡이다.
2021년, 스윗소로우(Sweet Sorrow)의 김영우와 호흡을 맞춘 '내게 와요'와 서프 뮤직 느낌으로 만든 'Surf'low'를 내놓는다.
현재 김지범은 '(지범) ZEEBOMB'이라는 활동명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렵다. 활동명이 저렇게 어려워서는 까다로운 대중들에게 '뭐 저리 복잡해'라는 트집을 잡히기 딱이다. 정말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인데, 나 혼자만 알기 너무 아까운 보석인데, 널리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활동명 간결하게 바꿨으면... 부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