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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by Charles Walker

왼쪽부터 미니 2집 [Move] (2014), 정규 1집 [그대 곁엔 나밖에] (1998), 정규 3집 [사랑을 놓치다] (2006), 정규 2집 [연인] (2004), 미니 1집 [정(情)] (2010)이다.


가수 김연우의 별명은 연우신(神)이다. 무려 '신'이라 불리우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충실히 지키며 노래한다는 점에서는 김범수와도 비슷한데 김범수는 4대 천'왕' 격인 김나박이이고, 김연우는 '신(神)'이다. 왕보다는 신이 높으니 실력 면에서 김범수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인식일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이것은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이다.


앞서 김범수에 관한 포스팅을 했을 때, 가창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악성이 아쉽다는 말을 했었다. 김연우는 그 부분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하는 가수였다. 광활한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게 곡이 가진 감성을 오롯이 전달하는 김연우의 노래는 세련미와 기본기를 동시에 갖춘, 이른바 노래의 '교과서'였다. 적어도 '발라드'만큼은 김연우처럼 불러야 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대중들에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정규 1집은 내 원고 [Why So Underrated?]에 따로 지면을 할애하였으니 차치하고, 전설의 시작인 정규 2집 [연인]부터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악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이것을 다르게 이야기하면 '밋밋하다', '인간미가 없다', '느낌이 부족하다' 등등 여러 가지 비판이 있겠지만, 한 번 그렇게 해 보라. 악보 그대로 노래한다는 것이 쉬울 것 같은가? 정확한 음정과 박자를 지키며 노래하는데, 그렇다고 곡이 가진 감성을 전달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들으면 가슴이 저릿저릿하게 아파오는데 이를 범인(凡人)들이 어찌 해낼 수 있겠는가? 이러니 신이라고 부를 수밖에.


2집에서 보여준 특유의 담담함과 절제미는 3집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3집은 설경구, 송윤아 배우 주연의 영화 '사랑을 놓치다'의 OST로도 쓰였는데, 김연우 커리어 사상 최고의 히트곡인 '사랑한다는 흔한 말'이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도 루시드 폴의 원곡인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를 비롯하여 '흐려진 편지 속엔', '청소하던 날', '널 차라리 몰랐다면' 등이 3집에서의 명곡이다.


내 보관함 상태를 봐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김연우의 초기 음악 말고는 즐겨 듣지 않는다. 그렇게 된 계기가 바로 김연우의 터닝 포인트였던 '나는 가수다' 출연이다. 김연우를 목에 핏대 세우며 노래하게 만든 그 저주받을 프로그램 말이다. 그 핏대를 그때만 세웠으면 좋았을 걸. 그 후에 발표하는 정규 4집도 그렇고 각종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노래할 때마다 예전에 좋았던 그 절제미나 세련미가 반감되어 있음을 느끼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로 김연우가 한 발언 중에 가장 속상했던 것이 '내가 그동안 노래를 잘못하고 있었나 보다'였는데, 마음 같아서는 쫓아 달려가 '절대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 목청 좋은 것 이제 세상이 다 안다고. 좋은 목청 가지고 담담하게 눌러서 노래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거라고. 당신 여태까지 그거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게 신계의 노래였는데. 이제 와서 인간계에 내려와 목청 자랑하는 진흙탕에 발을 담그겠다니 오호 통재라.


별 수 있나. 그래도 그가 신이라 불리었을 때의 기록이 여전히 남아 있음에 감사하며 2집과 3집을 마르고 닳도록 듣는 수밖에. 가을에는 3집, 겨울에는 2집을 추천한다. 그렇게 들으면 정말 감동받을 것이다. 완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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