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부르는 짙은 감성의 목소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굴곡진 생애를 살아가고 있는 가수 김장훈. 젊은 세대들은 그의 진가를 잘 모르고 그의 최근 모습만으로 섣부르게 그를 희화화해 버린다. 하지만 내 기억 속의 김장훈은 '나와 같다면',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픈 선물', '혼잣말', '미안해'로 이어지는 숱한 발라드 명곡을 특유의 짙은 감성으로 부르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 고마운 가수이다.
유독 겨울을 닮은 목소리가 있다. 목소리에 계절감이 느껴진달까. 겨울을 불러오는 목소리. 이문세, 故 김현식, 그리고 이 김장훈. 특히 내가 좋아하는 그의 앨범인 정규 6집 [Innocence]에는 김장훈만이 펼쳐내는 다채로운 겨울의 이미지가 가득 담겨 있다. 타이틀곡 '혼잣말'을 비롯하여, 엄정화가 나레이션으로 참여한 '지난 겨울', 우스꽝스럽게 편곡되어 있지만 그런 편곡과 대비되는 감성 돋는 창법이 그야말로 끝내주는 '난 남자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의 환희를 표현한 기분 좋은 곡 '우리 기쁜 날', 들국화의 명곡을 다시 부른 '제발'까지. 명곡 대향연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앨범만큼은 젊은 세대가 한 번쯤 귀 기울여 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가수도 그렇게 웃기기만 한 가수가 아니라는 걸, 적어도 아니'었다는' 걸 알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