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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셀프 씹어먹기 2-2

실패한 과거도 변할 수 있을까

by 향연 Mar 15. 2025

미래의 나를 위협하는 요인 7가지

2. 과거에 대한 부정적인 스토리는 미래를 위협한다


내가 과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스토리는 무엇인가?



누군가 내게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을 때마다, 난 언제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첫째는 내 삶에서 지금이 가장 안정되고 평안한 상태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정말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좋았던 때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다. 마지막으로는 삶을 통과하며 힘들었던 많은 일들을 다시 겪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내가 과거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느껴지겠지만, 사실 지금은 많이 극복을 한 상태다. 그래서 계속해서 내가 과거에 대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인식을 파헤쳐봄으로써 그 실체를 명확히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추측 4.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야 했다.


내가 공부를 원래 열심히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공부보다 노는 걸 더 좋아했는데, 동생과 하루 종일 공원에서 놀다가 들어오는 날이 다반사였다. 무릎은 항상 까져 있었고, 늘 어딘가 멍이 들어 있었다. 그때는 선크림을 바른다는 인식이 별로 없었어서 피부도 타있었다.



어느 날 같은 반 친구가 공부를 잘한다고 칭찬을 들었다. 근데 그게 너무 부러운 거다. 우리 엄마가 그 아이를 칭찬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그까짓 공부가 뭔데? 내가 더 잘해주겠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서 모든 과목에서 백점을 맞았다.


사실 누가 시킨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번 그 점수를 받고 나니까 거기서 내려오는 게 너무 무서웠다. 마치 내가 스스로를 가둬놓은 것처럼, 그 기준은 오랫동안 나의 행동과 생각에 반경을 정해주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정해 놓고 그걸 지키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물론, 여전히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확실한 건,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거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든지 완벽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 누군가에게서 좋아 보이는 점이 있다면, 그걸 배워서 나의 장점으로 만들고자 하는 면도 있다(이건 좋은 면이라고 생각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받게 되는 관심과 칭찬은 굉장히 달콤했다. 그러나 지어야 할 책임도 무거웠다. 나는 오늘 공부할 것을 먼저 계산하고 친구랑 놀 수 있는지 생각했고 전처럼 마음껏 놀 수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친구들과 나의 성적 차이만큼, 관계도 멀어졌다. 그리고 친구들은 나를 점점 어려워했다(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곳은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누군가의 미움을 받는 걸 잘 못한다. 그런데 공부를 잘하니까 미움을 많이 받게 됐다. 특히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한테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는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게 어려워졌다. 주기 전에 먼저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안전한 사람인지 수십 번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런 성향은 상대에게 나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비추었고, 나 스스로는 마음 둘 곳이 없고 외롭게 했다.



추측 5. 인간관계가 어려워졌다.


사실 이건 아주 어릴 때부터 했던 고민이다. 나는 친구를 만드는 게 항상 어려웠다. 나를 잃을 정도로 그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 했고 그래서 내가 함께하기에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 추측한다. 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친해져야 하는지 그런 걸 모르니까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한다는 게 내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그런 고민이 많이 줄었는데,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대가 없이 그냥 주면 된다. 애정과 관심을 먼저 순수한 마음으로 준다면, 그걸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럴 여유가 있다.


그런데 그때는 내 마음이 삭막했을뿐더러 내가 만큼 받지 못할까 봐, 그래서 내가 상처를 받을까 봐 먼저 나를 보호하고 방어적으로 나갔던 같다. 이렇게 보니 나는 어릴 때부터 상처를 받는 것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컸을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던 상황과 결합되면서 더 그런 성향이 강화되었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서 친구가 많은 사람도 있다. 내 주변에도 있었다. 그리고 난 그게 굉장히 부러웠다. 나에겐 한 번에 두 가지를 다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나도 그러고 싶었다. 친구들과 놀고 싶었고,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진짜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마음에 공부 외에 다른 것이 자리잡기에는 내게 너무 심리적인 여유가 없었다. 조금 더 보태자면, 학업은 나에게 생존이 걸린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공부를 못하거나 부족하게 하면 죽는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내겐 굉장히 간절한 문제였다.


당시의 나는 공부 외의 것에 시간을 쓴다는 건, 그게 어떤 것이든 사치스럽게 느꼈다. 가족들과 밥을 먹는 것도. 그리고 나를 그 안에 가둬놓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었다.


내가 다녔던 학교가 조금 더 서로를 시기하고 견제하는 분위기가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공부를 정말 잘하는 어떤 학생은 점심을 먹지 않고 남아서 다른 친구들이 무슨 문제집을 풀고 어떤 공부를 하는지 하나하나 책을 들춰보기도 했으니까. 그런 게 너무 숨이 막혔다.



학교에 다닌다는 건 사회성을 기르는 일이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 그랬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갈등 상황을 겪으면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그런 소통 방법과 처세술을 배우는 것이 학교인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걸 하나도 하지 못하고 대학이라는 더 큰 집단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내가 겪을 일은 뻔했다. 나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몰랐고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다. 전자는 내가 나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이고, 후자는 이미 너무 오랫동안 상처받고 싶지 않아 마음을 주지 않았던 습관이 굳어져서, 이젠 그러려고 해도 스스로 입힌 마음에 갑옷이 잘 벗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오랫동안 나의 큰 고민이 되었다. 타인을 너무 믿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러려고 해도 내 마음이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돌아오곤 했다.


또 나는 너무 생각이 많아서 내 잘못으로 관계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내가 오늘 했던 말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이유가 뭘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늘 잠에 들기가 어려웠다. 불면증을 달고 살았다.



추측 6.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많은 신경을 쓴다.


생각해 보면 이때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스무 살까지 내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것들조차 쓸모없는 것이고 시간 낭비라고 느껴왔기 때문에 나의 자존감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오직 성적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이마저도 깨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정서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다. 늘 외롭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겉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때는 내가 왜 화장품을 좋아하고, 옷을 좋아하고, 액세서리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냥 예뻐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이 없었던 거다. '나'라는 사람 그 자체로, 알맹이로 사랑받지 못할 것 같으니 어떻게든 겉을 꾸며서 누군가에게 그럴듯해 보이고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으로 느껴지고 싶었던 것 같다. 나를 잘 알지 못한 것이 그의 주된 원인이었다. 스스로에 대해 본인이 알지 못하니 자신감이 없었다.



꾸미기만 하는 거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는 강박이 생겼다. 삶이 내용물이 없고 알차지 못하니 보이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됐다. 내 자존감을 구성하는 요소는 공부에서 외모로 옮겨갔다. 나는 몸무게와 피부에 지나치게 많은 신경과 시간을 쏟게 됐고, 내 기준에서 벗어나면 많이 예민해졌다.


호르몬이 제일 왕성할 시기라서 여드름이 많이 났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같다. 정말 다이어트를 위해서 안 해본 방법이 없었고, 좋다는 화장품과 방법을 써봤다. 나는 극단적 식이조절로 몸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고, 폭식으로 급격하게 살이 찌기도 했다.  


내 삶이 재미가 없으니 먹는 것이, 화장이 전부가 됐다. 등교를 하기 전에는 1시간 반 이상 공을 들여 화장을 하고, 학교가 끝나고 나서는 계속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신기하게 그러니까 더 먹고 싶어졌다. 참았다가 한 번에 먹으면서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살은 점점 불어났고,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게 됐다. 그때 정말 많이 우울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건강한 식습관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헬스란 나에게 굉장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일이었기 때문에, 먼저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당시 필라테스 붐이 막 시작됐을 쯤이었다. 유행이 시작되기 전, 오랫동안 영업을 하고 있던 한 학원에 등록했는데, 꽤 나쁘지 않았고 재미도 있었다. 내가 나의 건강을 챙긴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면증에 도움이 되었다. 피곤하니까 금방 잠들 수 있었다. 그렇게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4학년 때 취업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다시 고등학생 때의 삶으로 회귀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운동도 그만두었다. 그리고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고 또 불면증이 생겼다.


그러나 취업을 하고 나서는 pt를 받고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며 내가 만족할만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놀랍게도 건강하게 살을 빼고 운동하는 방법을 알고 나니까 음식에 대한 집착도 없어지고 자존감도 높아졌으며 강박에서 벗어나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추측 7. 노력한 것에 비해 좋지 않은 성과를 얻는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부족한 결과를 얻는 사람은 게으르고 불성실했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그리고 대입에서 이 생각은 처참히 무너졌다.


나는 시험에서 지금까지 받아본 적 없는 점수를 받았고,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오답 풀이조차 하지 않았다. 재수를 해야 할 만큼 원하는 진로도 없었으며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저 운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나는 중학생 때부터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압박과 수면 부족에 시달린 탓에 체력이 크게 안 좋아졌었다. 푹 자고 쉬어야 회복이 되는데, 그러면 수능 공부와 더불어 내신을 챙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너무 쉬고 싶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강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늘 잠이 왔고, 마지막에는 거의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지 머리는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다. 그러니 당연히 결과가 좋을 수가 없었다.


취업을 위한 시험에도 마찬가지였다. 난 늘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그것만은 타인에게 항상 인정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에 비해 결과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이것 역시 객관적으로 보자면, 나는 방법론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을 하고 싶어 한다. 방법을 배우고 준비하는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그러니 실행을 하지 못한다.


사람이 가진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사색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데 온 마음과 체력을 쏟는다면 당연히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에너지는 없을 것이다. 내가 늘 그랬던 것 같다.


첫째는 실패할까 두려워 완벽히 준비하고 싶기 때문이고, 둘째는 실행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게 힘들고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준비를 하고 있으면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의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뼈아프지만 냉철하게 보자면 그렇다.



취직을 위한 시험을 준비할 때도 나의 모든 공부 자료와 방향이 올바른 것을 향하고 있는지 점검한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이직을 준비하는 지금에도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 이게 정말 나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계속해서 점검하고 그것을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이게 정말 될지 그걸 고민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나는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게 힘들기 때문에 실행을 하지 않고, 실패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실천하지 않았다. 그게 내 문제고 노력한 것에 비해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한 까닭임을 알았다.




추측 8. 평생에 걸쳐 꿈꿔온 직업 선택에 실패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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