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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2

삶이 견디기 힘든 고통이라면

by 향연 Mar 03. 2025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 정말 시간이 약이었다.

아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난 그저 매일 울고, 하루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면 일찍 눈을 감았다. 베개는 항상 젖어 있고 눈은 늘 부어 있었다. 웃을 일이 없었고 삶이 고통스러웠다. 나는 다시 삶에 대한 애착이 없어졌다. 그냥 이렇게 내일 사라져도 아무런 미련이 없을 것 같았다.


흘려 보내고 또 흘려 보냈다. 그렇게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씩 녹아 떠내려 가도록 두었다.


나는 생각했다.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었을 때, 내 삶에 이것보다 고통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그만큼 괴로웠다.


그런데 있더라.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고 외로움에 잠기는 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나는 관계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났다.


8개월 동안 내가 한 거라곤 울고, 자는 것 뿐이었다. 나는 퇴보하고 도태되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허비했다.


나에게 2024년은 그냥 삭제된 해였다. 올해 있었던 일인지 작년에 있었던 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엊그제 새해였는데 다시 새해가 됐다. 나만 빼고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불행해도 세상은 활기찼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 밑바닥을 직면하고 마주보며 내가 얼마나 만신창이인지 매순간 확인하며 2025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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