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답 한 편~!
지난주 스토리에서 이야기했듯이 원래 이번 주는 쉬어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휴대폰에서 울리는 알림 소리 “내일이 글을 올리는 날입니다. 아직 쓰지 않았다면 준비하세요.” 찰나의 순간이지만 마음속 갈등의 울림이 있었다. ‘쓸까? 말까!’ 한 주 쉬어 가기로 했는데 다음 이야기를 적는다는 것도 그렇다고 아무런 글도 적지 않는다는 것도 그러던 중 주마다 쓰기로 한 약속인데 나 자신과 그리고 내 글을 대하는 모든 분과.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 글이라는 녀석이 참 쉽지 않다. “내 거인 듯 내 거 갖지 않은 너”인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기억을 되새겨 보자면 국민학교 시절의 일기, 중학교 시절의 국어(문학의 이해), 고등학교 시절의 작문, 대학생 시절의 리포트와 논문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익히는 기획문, 보고서 물론 그 시절 글을 잘 쓰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나의 이런 경험들이 얼마만큼의 보편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왜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일까? 글을 쓴다는 것에 있어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도 잘 쓰지도 못하는 나인데 아무런 겁도 없이 말이다. 이는 현재 연재 중인 입사와 퇴사 그 사이에서 중 4부 가을 이야기의 소재 중 하나인 “밤에는 야간 노동자 낮에는 작가”라는 부분에서 이야기되겠지만 (잠시 이야기해 본다면) 10년을 넘게 다니던 직장에서 갑자기 보직이 변경되었고 그에 따른 허탈함과 실망감 속에 있던 중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갑자기 많아진 시간 속에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던 중 “거인의 노트”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여기서 책에 대해 깊게 말할 수는 없겠으나 한 단락만 이야기한다면) “자기 역사 쓰기: 이는 기록에 익숙해지고 기록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고급과정이며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자 기록을 종합하며 거기에 기억과 생각을 덧대어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갖는 의미는” 이 문장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으니, 이것이 지금 내가 글을 쓰게 된 가장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역시나 글을 쓰는 것은 쉬지 않았으니 그렇다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전기를 쓰라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되었고 나는 답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책을 보던 중 “햇빛을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라는 책을 보게 되었고 자기 삶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6월 3일인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11일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으니 어느덧 22주가 지나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에 글을 쓰면서 늘 되새기는 것이 있는데, 첫째는 일기가 되지 말자는 것이다. 물론 일기 글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형식이 아닐 뿐이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말자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당 시대의 주요 사건을 이야기하며 내 삶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 쉽지 않다. 세 번째 너무 길게 쓰지 말자. 모바일로 긴 글을 본다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지만 어쩌면 이는 나에게 있어 긴 호흡의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본다면 내가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기 위함이 아니요, 작가가 되기 위함은 더욱더 아니다. 그저 갑자기 급작스럽게 찾아온 변화된 내 삶의 환경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함이 첫째요. 내가 살아 온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도 그려보기 위함이 둘째인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이 글은 나 자신을 위한 글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