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찾아서 part 1
퇴직금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면
자의에 의하였던 타의에 의하였던 숨 막혔던 스무 살 나의 이십 대는 그렇게 마무리 지어졌다. 아쉬운 것에 대해 헤아려 본다면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왕지사(已往之事) 좋은 점을 떠올려 본다면 직장생활을 하며 수없이 되새겼던 한마디 그것은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사용하자’였다. 그래서 월급날이면 어머니께 드렸던 용돈을 제외하고는 꼬박, 꼬박 저축하였고 퇴사의 순간 제법 돈을 모을 수 있었다. - 직원들의 피를 빨아먹는 회사라는 평이 있기도 했지만, 난 그에 굴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갔기에 – 그만큼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에 나에게 있어 이는 마치 훈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별을 보고 출근하고 별을 보며 퇴근했던 그 시절 그로 인해 미처 돈을 쓸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또 다른 난센스(nonsense)
2000년대 중반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어학연수의 붐이 일었던 시기였다. 지금에서야 어중간한 마음을 갖고 가봐야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는 다녀온다면 가기만 한다면 무언가 얻어지는 그런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나 역시 어학연수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었고 마침 퇴직금도 한 5백~6백 정도 있겠다. 어머니에게 다녀오겠노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반대하시는 것이었다. 당시 나의 기분은 어이가 없는 수준을 넘어 화가 나기까지 했었다.
저축한 돈을 사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퇴직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나 자신을 위해 그 정도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라며 지금 같았다면 당당하게 이야기했을 텐데 당시의 나는 그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 끙! 끙!
십수 년 전의 그 일에 있어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도 않았고 한동안은 그로 인해 속이 많이 상하기도 했지만, 어느덧 나 역시 나이가 들어 자녀를 키우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그 시절을 돌아보니 우리 가족 중 그 누구도 먼 이국땅을 밟아 보지 않았는데 어린 자식이 – 당신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 멀리 간다고 하니 위험하게만 보였으리라 싶은 것이 하나의 이유요 또 다른 하나는 어렵게, 어렵게 고생하며 번 돈을 그렇게 사용한다는 것이 당신 보기에는 탐탁지 않게 여겼으리라 싶다.
지금에서야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특출 난 것도,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절대적 가치는 아니겠으나 당시에는 영어를 잘한다면~! 그랬으니 나 역시도 영어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지금, 이 순간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영어는 핑계일 뿐 그동안 억눌리며 지내왔던 스스로에 대한 분출은 아니었을까? 정확하게 어디를 가야겠다. 혹은 무엇을 해야겠다는 정확한 방향성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어머니 당신의 시선은 정확한 것.
그때 내 주변에서 나를 이롭게 해 줄 아니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멘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그는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나의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궁금하기만 할 뿐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한 가지 내가 번 돈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사를 준비하던 친구 녀석과 함께 인터넷으로 부동산 정보를 봤었고 다양한 정보 중 괜찮은 것이 있어 차후 어머니와 함께 매물이 있는 지역의 공인 중개사를 찾아갔었는데 이는 있지도 않은 낚시를 위한 허위 매물이었던 것이었다. - 당시에는 흔했던 일이며 2020년부터인가 허위 매물 광고에 대한 처벌이 시행되었던 듯하다. - 그렇게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공인 중개사의 말을 듣고 다른 매물을 구매하였으니, 모전자전(母傳子傳)이 아닐지 싶다. - 1부 겨울 이야기 참조 -
언젠가 당시 상황에 대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당신께서는 부동산 투자 이유가 집값이 1년에 ~만 올라도 1년 동안 고생해서 번 돈만큼은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셨기 때문이라는데 결국 나를 위해서 하지만 얼마 뒤 용산참사가 일어나고 서울 시장으로 박 00님께서 되신 이후 부동산의 암흑기가 되었다는 것은 나에게 벌어진 또 다른 난센스(nonsense)
내가 사기를 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열심히 번 돈으로 투자하였는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는지~! 그렇게 보면 ‘성공은 운’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여도 시기와 때가 맞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벌어 놓은 것을 모두 부동산에 투자하였으니 나는 다시 일을 알아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