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선택지에 놓이게 되곤한다. 그리곤 때때로 선택을 강요받기도 하는데 그것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말이다. 만약에 당신이라면 위의 a, b, c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정말 폼나게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묵직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큰 액션없이 소소한 즐거움을 바라며 살 것인가? 이도ㅓ저도 아니라면 세번째~! 삶이라는 무수한 굴레 속에서 위의 세개로 정의 한다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나 적어도 나의 미흡한 경험으로는...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는 그것은 개인의 기질 및 성향에 따라 다를 것이며 이 기질과 성향이라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온 경험과 성장 배경을 기반으로 하지 않을까?
그렇게 기질과 성향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자니 어쩔 수 없이 앞에서 이야기 했던 겨울이야기의 한 단편을 다시 시 꺼내야 할 듯 한데... 단 한 순간도 쉬는 날 없이 묵묵히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를 책임지셨던 아버지. 나의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 힘들기도 했지만 어떻게 하면 자식의 힘듦을 줄여줄까, 하며 노심초사(勞心焦思) 고민하셨던 어머니. 그래서였을까? 나에게 있어 이 일이라는 고약한 녀석은 해도 되고 안 돼도 되는 either의 문제가 아닌 반드시 해야만 하는 and의 영역이었던 것 같기만 한데.
그렇다고 돈을 벌어 자신을 꾸민다거나 동남아, 일본 등과 같은 비교적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당시에도 그랬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해외여행 한 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했으니 일단 저축 또 저축 그리고 저축. 이 역시 부모님 떄문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혹자는 무리한 억측이라도 나를 탓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무엇이라도 홀린 듯 아니 마치 강박에라도 걸린 듯 쉬지 않고 일을 찾아 헤매었으니 이런 나에게 운명처럼 들어온 것은 사회 복지였다.
그런데 그 자신감과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었을까? 관련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요. 서른 해를 살도록 이와 관련하여 어떤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이런 표현이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막에 물을 끌어들인다는 기분이었을까? 이것저것, 여기저기, 주섬주섬 그렇게 7년여 만에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하여 준비를 시작하였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하여 그것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또 다른 일이라니(아~ 학자금이여.)
사회복지학과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알아보던 중 복00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초 2학년 뇌 병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오전에는 등교 및 학교생활 지원 오후에는 가정생활 지원이었는데 아이도 나를 잘 따랐고 나 역시 처음 해보는 일이기에 정성을 다하여 하던 중 어느 날이었다. 아이의 어머니께서 부르더니 내가 보험을 하고 있는데 소개하는 보험에 가입하라는 것이었다. 보험 비용은 30만 원. 이런 내가 받는 한 달 알바 비용이 80인데... 이후 두 달을 더 다니고 그만두었는데 여기서도 갑과 을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또 한 번은 중학 2 뇌 병변 아이의 학습지도였다. 아무래도 주 3회에 한 시간 남짓이다 보니 알바 비용이 많지는 않았는데 장점이라면 내 시간이 많았다는 것. 지금은 통합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별다른 이질감이 없지만 당시만 하여도 장애가 있는 아이와 함께 수업한다는 것에 있어 거부감이 있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어머니께서 학습에 대한 열의가 있으셨는데 그래서였을까! 아이 역시 열심히 잘 따라 주었고 조금씩 성적도 오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의 일이었다. 어머니께서 BMW 스포츠카를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BMW7 시리즈를 그런데 이 녀석이 어디서 들었는지 우리 집은 자동차세로 아주 많은 금액을 낸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했다는 것이다. 이를 들은 아버지께서는 노발대발(怒發大發). 아마도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그것으로라도 으쓱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마음을 알기에 토닥토닥 이렇게 학습만이 아닌 고민도 들어 주며 우리는 제법 긴 시간을 함께했었다.
그렇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새로운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17년을 하고 있으니 이때 누가 알았으랴! 이 길이 가늘고 긴 인생의 길이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