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RKER Dec 10. 2024

3부-2 여름 이야기 “가늘고 긴 것을 바랐던 시간 들

최선을 다하는 삶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part 2

사람이 사람을 돌본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도무지 감당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정말 힘든 것은 따로 있었다. 매일 아침 10시면 라운딩 – 병원 사용 호칭 –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중간관리자에 의한 점검. 밤사이 장애인 관련 특별한 사항 여부만 봐도 될 텐데 군대의 당직사관도 아니고 무엇이 그리도 대단한지 흰 장갑을 끼고서는 이곳저곳, 여기저기. 열심히 청소했다고 하지만 이건 머~ 어떤 때에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이것은 꼬투리를 잡기 위함이 틀림없어! 그리고 내 마음속 지나는 생각 하나 ‘과연 저 사람의 집은 얼마나 깨끗할까?’




그때는 나이가 아니 인생을 잘 몰라서였을까?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나며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장애인 분들이 스스로 할 수 없기에 그 역할로 우리가 있는 것인데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그 내용을 사회복지 후배인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흠을 잡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말이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내 전임자가 했던 일들에 대해 들은 이야기이다. 한 번은 매일 라운딩을 오는 중간관리자의 말이 때마다 바뀌다 보니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그 하는 이야기를 녹음했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똑같이 라운딩을 위해 들어온 어느 날 그 녹음을 들려주며 지난번에는 A라고 이야기하더니 똑같은 상황임에도 왜 지금은 B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냐~! 는 말에 그는 얼굴이 붉어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는 데 그리고 그 일이 있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복지사는 그만두었다. 는 것이었다.




이것은 머 말이 복지사이지 하는 일을 생각해 본다면 보육교사와 가사도우미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리고 행정기관에서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생활 재활 교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런 것도 아닌데, 그 시절 나에게 있어 이러한 다름은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으며 솔직히 말한다면 같은 공간에서 다른 보직의 일을 하면서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들이 약간은 부럽기까지도 했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던 중 무언가 특이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기관에 많은 직원이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사회복지사 1급을 소지한 사람은 전체의 5% 미만이라는 사실이었다. 왜 그럴까~ 하며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 결론은 학부 과정 수료 후 2급 자격증만 취득했을 뿐 1급 자격증을 위한 깊은 공부는 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겠는가이었다. 물론 사회복지사 1급과 2급의 유무가 능력, 인성, 지식의 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열심히 일만 해서는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다.




시험을 준비하던 중 이것도 국가 자격증이라고 1년에 1번만 시행하는 시험으로 일정 점수를 취득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틀은 일하고 또 이틀은 도서관에서 공부했었다. 때로는 졸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약 4개월을 죽어라 했는데 “합격”. 하지만 웬걸! 자격증 수당이 얼마 붙는 거 말라고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물론 주변의 부러움과 칭찬이 있었지만, 그것은 순간.     




여기서부터는 앞서 미루어 두었던 입사 동기의 이야기를 해야 할 듯하다. -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똑같이 관련 경력 없이 입사했는데 서로의 포지션이 달라졌음을 말이다. 한 명은 사무실 사회복지사 한 명은 거주실 생활 재활 교사 – 어느 날인가 술을 잔뜩 먹고 와서는 하는 말이 다시는 사회복지를 하지 않겠다며 조금만 쉬었다 가도 되냐는 것이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먹었기에 그러라고 하고서는 자리를 피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녀석은 자리에 없었고 얼마 되지 않아 “퇴사했다.”라는 소식을 들었다. 1년도 버티지 못한 채 말이다. 나중에 들리는 말로는 그 동기 녀석이 사무실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중간관리자와 같은 대학에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혈연, 지연, 학연이라 불리는 인맥이 아닌지 모르겠다. - 물론 AI 상용화라는 최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 그런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위의 3가지 연보다 더 중요한 연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흡연. 연초를 태우며 대화를 나누는 10여 분의 시간이 사람과 사람 간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위의 4연은 고사하거니와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이 없었던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