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실력에 대해_J
머리, 머리. 스윙할 때 항상 머리가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이건 골프 레슨 첫 시간부터 내게 주입된 사실이다. 그러니까 바람직한 스윙의 기본이다. 클럽을 아무리 휘두르더라도 머리는 양 발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아야 안정적이고 정확한 샷을 구현할 수 있다는. ‘영국 유머의 표상’이라는 20세기 작가 펠럼 그랜빌 우드하우스가 골프 이야기를 많이 썼다 해서 일부러 찾아 읽은 소설 중에 유독 골프 초심자인 나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그의 단편 ‘아킬레우스의 발꿈치’에 나오는데, 바로 ‘골프 할 때 기억해야 하는 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른바 골프의 기본 규칙들. “고개를 안 움직인다”, “볼에서 눈을 안 뗀다”, “힘을 뺀다” 등이 꼽혀 있다. 주인공은 이런 교과서적 지식을 완전히 익혀서 그대로 실천한 덕분에 골프장에 나간 첫날 아침에 바로 핸디캡 0을 달성해 버리는 정확하고도 과학적인(?) 인물이다. 물론 이 단편의 전체 주제는 ‘골프에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지만 말이다. 결승 경기에 갤러리로 등장한 전처들 세 명이 멘탈을 흔들어놓는 바람에 주인공은 결국 예상 밖 패배를 맞고 만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 “골프로 내기를 거는 건 순수한 도박이야.” 골프 실력엔 항상 변수가 따르나 보다. 소설 주인공이 골프의 기본을 숙지하고 첫 번째 라운드에서 핸디캡 O을 달성했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작가의 유머다. 골린이가 스윙하면서 머리를 움직이지 않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해보니까 그렇다.
“지난주 레슨 때는 안 그랬는데… 오늘은 자꾸 머리가 흔들리네요. 중심이 흔들리면 안 돼요!” 레슨의 효용은 지적받고 개선하는 데 있지만 실력이 퇴보했다는 평가에선 괜히 고통스러워진다. 갈수록 발전해도 부족할 판에 왜 더 나빠졌을까, 생각만큼 잘 안 된다 싶어서 살짝 풀이 죽으려 하는데 프로의 한 마디. “지난번 스윙도 회원님 스윙이고, 오늘 스윙도 회원님 스윙이죠.” 당연한 말인데 듣는 순간 깨달음이 스쳤다. 나는 아직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아직 기본기를 갖추지 못했다는. 그렇다. 지난 시간에 중심을 잘 잡았던 사람도 나이고, 오늘 흔들리는 사람도 나이다. 프로는 ‘스웨이’(Sway)라는 용어를 알려줬다. 스윙하면서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걸 말한다. 나는 백스윙 때 상체가 오른쪽으로 과하게 밀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운스윙 때 머리를 포함한 중심축이 흔들리게 되는 거였다. 내심 임팩트 때 머리가 왼쪽으로 가는 걸 막으려다 보니 오히려 다소 과하게 오른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나 보다. 기본적으로 오른발 안쪽에 체중을 유지하고 하체를 고정해야 한다. 기본기가 부족하면 흔들리게 돼 있다. 뭐든 그렇다.
초심자로서 나는 비거리에 욕심을 내기보다 올바른 스윙 궤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다운스윙 때 클럽 헤드가 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인 투 아웃’(in to out) 궤도를 만드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 볼이 의도치 않게 오른쪽으로 휘는 슬라이스 구질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지금 기본기를 다지는 중이다. 생각보다 잘 될 때도 있고, 잘 되다가 안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업 앤드 다운’(up and down)을 반복하면서 평균실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어드레스도, 그립도 배운 대로 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하나 둘 일일이 되새겨야 했다. 레슨 때 자세를 교정받으면 행여나 흐트러질까봐 손도, 다리도 한참 동안 풀지 않고서 수차례 반복해서 샷을 했다. 수강생의 이런 심리를 훤히 아는 프로가 말하길, “서너 번 샷 한 후에는 손도, 다리도 한 번씩 풀어줘야 해요. 처음에는 일일이 생각하면서 자세를 잡게 되어도 곧 별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하게 될 거예요.” 선생님은 학생의 마음과 의도를 읽는다. 정말 곧 그렇게 되긴 했다. 그립법부터 아이언과 드라이버, 웨지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나는 어드레스 자세를 어찌 다 숙지하나 싶었는데 몇 차례 반복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생각 없이도 자세가 잡힌다. 연습 첫날 7번 아이언으로 수 차례 샷을 했지만 최대 비거리가 20미터 남짓 나왔었다. 내 딴은 그것도 신기해서 자랑하듯 K에게 기록을 보여줬었다. 물론 나보다 10배쯤은 거뜬히 멀리 볼을 날리는 그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지만. 연습 두 달이 넘어가는 지금은 나도 20~30미터쯤은 예사로 날린다. 아니, 이미 100미터도 넘겨봤다! (고수님들, 웃지 말기요!!) 그래서 100미터 이하 비거리로는 초심자 수준에서도 만족이 안된다. 오늘은 볼을 150개 정도 쳤는데 평균 비거리는 65미터, 안착률 43%, 스트레이트 구질로 기록돼 있다. 나름대로 평균실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기본기가 탄탄할수록 실력 향상 효과도 크겠지 기대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건 평균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뜻이다. 기복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성과를 낸다는 의미다. 골프에선 언제라도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볼을 주시하며, 힘을 빼고 스윙하는 기본기를 갖춘다는 것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 12년 만에 16강 진출 기록을 세운 우리 대표팀 성과에 들떠서 손흥민 선수와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쓴 책까지 찾아 읽고 거듭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다. 특히 손웅정 감독의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고 필 받아서 유튜브 영상까지 만들었던. (내 영상을 다시 보면 늘 쑥스럽다…) 손 감독이 손 선수에게 축구를 가르치면서 축구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차 올리는 ‘볼리프팅’만 하루에 몇 시간씩 7년 동안 하게 했다는 얘기에 나는 감화됐었다. “불이 꺼져도 밥숟가락을 입에 가져갈 수 있는 게 기본이듯이 공을 다루는 경지도 그 정도에 달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는 얘기에. 대나무 이야기도 있었다. 땅 밑에서 견고하게 뿌리가 정착하는 데만 5년이 걸리지만 막상 지상으로 올라온 후에는 태풍과 비바람도 거뜬히 견디면서 하루에 20~30 센티미터씩 쑥쑥 자란다 한다. 평균 실력을 키운다는 건 마치 대나무 뿌리작업과도 같지 않을까. 지루하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업 앤드 다운’이 있는 게 인생이라고 알고 있긴 하다. 하지만 못해도 어디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고 싶은 자신만의 하한선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한선이 높을수록 ‘업’과 ‘다운’의 중간지점인 평균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셈이다. 하한선은 기본기에서 비롯된다. 기본기가 좋으면 평균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비거리 100미터를 넘겨보니 스스로에 대한 나의 기대는 더 높아진다. 하지만 100미터가 아직 나의 평균 비거리는 아니다. 지금 나의 목표는 최고 기록으로부터 떨어지는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평균 실력을 높이는 것이다. 나름 중심을 잘 잡았던 어제도 나이고, 왔다 갔다 방황하는 오늘도 나이지만, 내일은 어떤 충격에도 흔들림 없는 더 강한 나이고 싶다.
실내연습장과 야외필드 환경은 또 다를 것이다. 필드에선 당연히 더 어렵겠지, 뭐. 하지만 필드에서도 기본은 해야 한다. 그러니 감안해서 연습장에선 두 배로 잘하자. 아자, 아자, 파이팅!
**여러분, 오늘은 유튜브(조민진의 웨이투고) 영상도 업로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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