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쓴다. 그때는 ‘글쓰기’라기보다는 ‘글짓기’라는 이름으로 많이 부르곤 했던 것 같다. 가장 먼저 쓰게 되는 글은 일기다. 초등학생이 되면 매일 또는 방학 기간 동안 일기를 쓰고 선생님한테 검사를 받는다. 사실 나도 일기는 쓰기 귀찮았다. 하루하루가 매일 똑같은 것 같은데 오늘은 또 무슨 일기를 써야 할까 고민이 됐다. 그래서 종이접기, 색칠공부, 줄넘기, 놀이터에서 놀기 등 날마다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다양한 주제로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조금 더 학년이 올라가면 독후감을 쓰기 시작한다. 이것 역시 방학 기간에 몇 권씩 읽고 쓰는 숙제가 정해져 있던 것 같다. 나는 책 읽기를 워낙 좋아했었던 터라 독후감 쓰기는 무리가 없었다. 방학이 되면 동생을 강제로(?) 데리고 도서관을 갔다. 나는 책을 읽고 싶으니 동생은 만화책을 읽더라도 내 옆에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첫째의 책임감이 원래 그렇다.) 이때는 독후감을 잘 써서 몇 번 교내에서 상도 받고는 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나의 독후감이 처음으로 책에 실리는 경험을 했다. 우수 독후감 모음집이라는 책이었다. 한 페이지 실린 거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해 본 경험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어렴풋이 짐작하기에는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내는 꿈이 생긴 것이. 그때부터 계속 꾸준히 글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며 각종 시험을 봐야 했고, 대학 입시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글쓰기의 여유는 차차 사라져 갔다. 내가 쓰는 글은 대학 수시를 붙기 위한 논술 글쓰기와 친구의 생일 때마다 쓰는 편지가 전부였다.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일기조차 쓰지 않았다.
그런 내가 다시 글을 쓰게 된 건 서른 살 즈음이다. 직장에 안정적으로 다니며 다시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우연히 사무실 옆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다시 하는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나는 에세이, 소설, 시 등을 다양하게 쓰기 시작했고, 수업의 결과로 책이 발간되었다. 나는 여러 명의 공동 저자로 엮인 책의 몇 페이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뿌듯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수업은 나에게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길러 주었고, 수업을 듣지 않는 동안에도 글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 수업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도서관 수업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 벌써 두 권이다. 신난 나는 여기저기 자랑도 하고,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가고자 다짐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는다고 한다. 계속 글을 썼기 때문일까. 좋은 기회가 왔다. 직장 내에서 제1회 문예대전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왕 글을 쓰기 시작한 거 한 번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25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창작의 고통과 분량 채우기의 압박을 견디며 작가님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나는 역시 작가를 업으로 삼을 수 없다. 그저 취미로 글쓰기를 즐길 뿐이다. 아무튼 힘겹게 써서 마감 이틀 전 보낸 소설은 무려 금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 어느 때보다 뿌듯했던 것 같다. 주변에서 글쓰기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 같이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이 나를 계속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현재 개인 블로그에도 글을 쓰고 있고, 이렇게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까지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나의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어 줄지는 잘 모르겠다. 글 쓰는 사람은 독자의 관심과 반응이 가장 필요하다. 그 반응은 나에게 글을 쓰는 동력이 되기도, 글쓰기가 지치는 무기력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글쓰기는 나에게 생활의 일부분이자 소중한 취미가 되었다. 내 일상생활을 기록하면서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때로는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이 과정이나 결과가 나에게도, 누군가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이 글에서 무언가를 얻어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나는 그 독자들과 함께하고 싶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