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영원을 믿는 사람과, 영원을 믿지 않는 사람. 영원을 믿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영원을 약속한다. 주로 “우리 우정 영원하자.”, “우리 사랑 영원하자.” 등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이런 약속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믿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많이 경험했으리라. 반면 영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쉽게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대체할 수 있는 말로는 “우리 오래오래 함께하자.”, “우리 평생 사랑하자.” 등이 있다. 나는 후자인 편이다.
영원을 믿지 않는다. 세상에 영원한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조차 유한하며, 인간이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과 인간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존재하는 우주와 대자연 또한 변화한다. 우리는 변해가는 삶 속에서 살고 있고, 영원한 건 없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냉소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영원을 믿지 않기 때문에 순간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 절대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오롯이 느끼며,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순간임을 알기에 온전히 사랑하며 머무르고자 한다.
영원을 약속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는다. 어릴 적 영원을 약속하던 친구는 지금 내 곁에 없고, 풋풋한 시절에 영원을 약속하던 사람도 내 곁을 떠나갔다. 그것이 결코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으며, 그때 영원을 약속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 순간 진정 행복했고, 그 행복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랐기에 그렇게 말한 것임을 알고 있다.
그저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기에, 먼 훗날 그들이 나를 떠올리며 ‘왜 영원을 약속했으면서 내 곁에 없나’ 탓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조금 더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 것뿐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오래오래 함께하는 것. 무엇도 영원하지 않은 세상에서, 잠시가 아닌 오래 함께 머무르기를 약속하는 것. 그 약속들이 반복되면서 삶은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약속하고 싶다.
“우리 오래오래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