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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11

by gir

학교는 요즘 매일 북적였다.
복도마다 북소리, 발소리,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자, 다시 한번! 하나, 둘, 셋!”
교실 앞에서 선생님이 박자를 맞췄고,
주희와 시영이는 나란히 서서 동작을 연습했다.

꼭두각시춤의 고개 숙임과 손짓,
돌아서 웃는 각시의 미소, 그리고 신랑의 인사.
주희는 땀에 젖은 이마를 닦으며 웃었다.
“이제 조금 맞는 거 같지?”
“응, 그래도 내 팔은 왜 이렇게 아프지…”
두 아이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달리기 연습이 이어졌다.
운동장 모래 위에서 발자국이 이어지고,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멀리 울렸다.
그 소리 사이로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어딘가에서 아이들의 노래가 섞여 들려왔다.

해가 기울 무렵, 주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나섰다.
요즘은 연습이 길어져 집에 가면 저녁이 다 되었다.

운동회 준비로 늦게 하교하게 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는

중고등 학생들이 많았다.

늘 그 자리 마당 앞, 주주가 있었다.

오늘도 주주는 꼬리를 힘껏 흔들며 달려왔다.
주희는 힘없이 웃었다.

“주주야, 나 너무 피곤해…” 주주가 앞발로 품을 치며 안기려 하자
주희는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손으론 가방을 질질 끌었다.

“내일은 같이 놀자, 약속.” 그 한마디만 남기고, 주희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책가방도 풀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눈을 감았다.

저녁 무렵, 엄마가 퇴근해서 들어왔다.

“주희야, 밥 먹자.” 대답이 없다.
엄마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주희의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우리 딸, 하루 종일 뛰어다녔네…”

이불을 덮어주고, 잠시 후 다시 들어와 조심스레 주희의 다리를 주물렀다.
따뜻한 손길에 주희는 살짝 몸을 움찔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잠들었다.

창밖에서는 풀벌레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러들었다.
저녁이 되며 이제는 제법 시원한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며, 엄마의 손길과 함께
주희의 꿈속으로 고요히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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