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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즈언노운의 이상한 꿈

단편, 첫번째 이야기 : 미시즈 언노운 산책을 가다(2)

by 죽림헌

미시즈 언노운 산책을 가다


미시즈 언노운은 아침산책을 나갔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가볍게 몸을 풀고,

아침식사는 간단히 절임 달걀 1알, 사과 반쪽, 당근 라페, 절인 토마토 몇 개를 먹고, 약을 챙겨 먹는다.


그녀는 생각한다. 자신이 약을 먹기 위해서 먹는 건지, 식사 때라 먹는 건지,

아마 전자가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편한 운동화를 신었다

그녀는 여느 때와 같이 공원산책을 나섰다.

그녀는 결혼 후, 아이를 2남 1녀를 낳아 교육시키고, 몇 년 전에 모두 혼인하여 출가시켰다.

물론 아이들을 키우는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잘 자라주었다.


미시즈 언노운은 남편이 오래전에 삼도천을 건넜다.

그녀는 혼자 살고 있다. 어중간한 나이다.

아이들과 함께 살지 않고, 혼자 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큰 아들과 둘째 아들 가족은 외국에서 살고 있다.

막내딸은 한국에서 살지만 멀리 지방에 살고 맞벌이 부부다.

시댁 가까이에 산다. 인사전화는 매일 한다.


어느새 혼자 산지도 십 수년이 되었다

처음은 괜찮은 듯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슬픔과 짙은 고독에 침잠되어 갔다.

깊은 물속에 가라앉듯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그녀는 느끼지 못하였다.


아들은 모시겠다고 오시라고 전화 때마다 성화다.

그럼 무엇하나 그곳에 간들 사람들 만나서 수다 떨고, 다른 이들을 입에 올려 씹고 할 것도 아니니,

그녀는 싫다고 하였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사는 것은 싫다. 나에게 또 다른 감옥이다.

여기서 혼자 있으나 똑같다. 다를 바가 없다.


‘여기서도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데 굳이 남의 나라에까지 가서 외로울 필요가 있을까,


수년동안 집안은 텅 비었고, 상실감에 가슴은 구멍이 뚫린 듯 휑하니 바람이 지나갔다.

모두 떠난 빈집에 밤이 되면, 어둠이 더욱 짙고 깊게 내려앉는 것 같았다.


퀸사이즈 침대가 좁다고 서로 밀치며 침대를 킹사이즈로 바꾸자며 남편과 실랑이를 하였건만,

침대가 왜 이리 큰지...,

혼자 자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잠자리는 편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아니었다, 침대가 너무 넓고 이불속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것 같아 통 잠을 잘 수 없었다.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자주 잠에서 깬다.

잠을 잤는지 자지 않았는지 몽롱한 상태다.

깊은 잠을, 맛있는 잠을 자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에 없다.

배가 시리고 이불속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다.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

잠을 자면서 몸부림이라도 칠라면 위에서 쓱 끌어 올려주어 다시 제자리에서 자곤했는데,

이젠, 추워도 몸을 데워 줄 사람이 떠났으니, 그녀는 몸이 시린 것이다.



그렇다고 때 아니게 일어나 보일러를 켤 수도 없었다.

그냥 뭉그적거리며 이불을 말아 배에 꼭 끌어안기도 해 보고,

아이피부같이 부드러운 베개를 가슴에 안고 자기도 하였다.

어쩔 수 없었다. 바람은 계속 들어오고 배는 더욱 시리다.


생각을 해보니, 전에 아이들이 사용하던 온수통이 생각났다.

생고무 온수통이라 튼튼하였다. 제법 크다.

외국은 난방이 우리와는 다르다. 아이들은 온수통을 사용하였다.

어느 해인가 귀국하며 가지고 온 것을 두고 나갔다.


이 온수통은 울 털실로 짠 옷을 입고 있다

털 스웨터같이 생겼다. 그녀가 좋아하는 핑크보다는 톤이 다운되어 있다.

인디언핑크에 가까운 색의 털 스웨터를 입고 있는 온수통이다.

그것으로 10여 년을 품고 잔다.

여름, 비 오고 눅눅한 날씨에도 제격이다.


넓어진 공간만큼 슬픔과 고독이 들어와 이미 자리를 잡았다.

뱀이 똬리를 틀듯이 그녀의 마음과 그녀의 침대와 삶에 똬리를 틀고 자리 잡았다.


그리고는 그 뱀은 나를 쳐다본다. 혀를 늘름거리고 쳐다본다.

그럴 때 온몸이 굳어지고 소름이 돋고 진땀을 흘린다.

그럴 때는 꿈속에서 자주 주문을 건다.

"일어 나자, 일어나~, 꿈이야, 넌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자주 놀라며 깨어 일어난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 소파에 누워 TV를 켜고 잠을 청한다.



그녀는 너무 외롭고 슬프고 남편을 그리워하여,

그녀 자신도 모르게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집 밖을 나가지 않았고,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말할 사람도 없어 하루에 안부전화 오면

몇 마디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젠 그것도 귀찮아졌다. 젊을 때는 혼자서도 잘 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녀는 그런 상태로 하루가 이틀이 되고, 열흘이 지나고 한 달, 일 년 그렇게 10여 년이 덧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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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을 기다려주세요

#미시즈 언노운 #산책 #똬리튼 뱀 #온수통 #고독 #짙은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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