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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즈 언노운의 이상한 꿈

단편소설, 첫 번째 꿈, 플랫폼에서(5)

by 죽림헌


미시즈 앤 미스터 언노운은 함께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미시즈 언노운의 남편 미스터 언노운은 그녀를 세워두고 치즈 하며 사진을 찍어 주었다.

아니 촌스럽게 하나, 두울, 셋 하며 찍었다.


사진들이 너무 많아 검은 봉지에도 뒤죽박죽 넣어 둔 것이 여러 봉지다.

아이들과의 사진은 빼고, 정리한 앨범만 3개고 나머지를 모아 둔 것이다.

버리고 남은 것을 정리하려고 모아 둔 것이다.

수 해전에 사진을 분류하며 단체사진들은 모두 버렸다.


그리고 오래된 사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진들도 많이 버렸다.

중국은 예닐곱 번을 들락거렸기에 사진이 많아 제일 많이 찢어서 버렸다.

그녀의 마음은 그랬다. 의미 없다. 그때 가 보았다는 것들을 버렸다.


생각해 보니 등소평이 집권하여 문호를 개방하고 외국여행객을 받아들일 때 중국을 여행했으니

지금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 당시 중국의 모습을 모를 것이다.

환율이 낮아서 쉽게 간 경우도 많았다. 쉽게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으니 그리하였다


백두산은 중국 쪽의 장백산으로 가서 볼 수 있다.

장백산을 오르는데 8월의 여행이건만 거센 바람과 눈비와 맞닥뜨렸다.

정상에 올라가니 바위산으로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짙은 안개가 서려 1m 앞도 볼 수 없었다.

삼대적선(三代積善)을 해야 천지연(天地淵)을 볼 수 있단다.

그 말인 즉 거의 항상 운무(雲霧)에 가려져있다는 것이다.


그냥 나 백두산 천지에 왔소, 하고 희뿌연 안갯속 바위 앞에서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노란 우의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

미스터 언노운과 그의 친구는 화가 나서 욕을 한다.

백두산 천지.png

이 얼굴은 그녀가 아니다. 쳇에게 사진의 경관은 두고 노란 우의를 입은 여인으로 바꿔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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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으로 된 것 같은 미끄러운 길을 미끄러지지 않게 무릎과 발목에 힘을 주어 조금걸음으로 타고 내려왔다.

내려와 장백산 뒤쪽에 도달하니 온천수도 흐르고 유황온천수에 담가 삶아 낸 계란들을 팔고 있다.


온천수도 먹으면 좋다고 병에 넣어 팔았다.

다행히 장백산에서 흐르는 폭포도 볼 수 있었다.


미시즈 언노운은 미스터 언노운의 나란히 앉아, 행복하게 웃으며 사진을 남겼다.

여러 지역 사진을 보았다. 새삼 감회가 크다.


백록담 정상에서 찍은 사진, 금강산에서 찍은 사진 (물론 이사진은 북한이 허락한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흑산도를 경유하여 홍도로 갔다.

미시즈 언노운은 홍도 절벽아래 선상에서 찍은 것도 한 컷을 남겨 두었다.

돌아오는 길에 흑산도에서 1박을 하며 또 한컷을 남겼다.


그녀는 제주도여행도 참 많이 다녔다. 마지막 길이 제주 올레 8길까지 조성되었을 때다.

올레 1길에서 올레 8길을 걸었다. 거의 기록적인 걸음이다.


그녀의 남편 미스터 언노운은 미시즈언노운을 다루는 방법을 안다.

요 모롱이만 돌면 끝난다. 끝나고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다 왔다. 다 와간다.

온갖 거짓말로 꼬셨다.


그때 자연산 우럭과 광어를 많이 먹었다. 참소라도 먹었다. 역시 제주도였다

다행히 제주시청에 연수원 동기가 있어 준비를 해 주셨다.

숙소도 미스터 언노운의 동기가 준비해 주었다. 새로 지은 정원 넓은 단독 주택이었다.

방 4개의 화장실 2개 큰 거실의 집을 통째 빌려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방하나와 부엌, 욕실만 사용하였다.


새벽녘이 되자 정원에서 퀑~퀑~하며 목구멍을 찢어 내는, 슬픔을 토하는 소리가 들린다.

옴마야, 일어나세요. 늑대가 왔어요,

또 코미디 했다. 미시즈 언노운이 미시즈 언노운 했다.


으레 그러하듯 타박을 준다.

바보가~ 늑대가 저렇게 우나. 자라 자, 괜찮다. 꿩이다.

하며 그녀를 품에 꼭 안는다. 조금 있다. 그녀는 고개를 쏙 빼고 또 묻는다.

꿩 울음소리가 저래요. 하고 묻는다.


그 남자가 대답한다.

그럼 꿩이 어떻게 우는데,

그녀가 가만히 생각하다 대답한다.

꿩꿩하고 울겠지요.

그 남자가 웃으며 말한다

그래 당신 말이 맞다. 꿩꿩하고 운다. 퀑퀑하고 우는 새도 있다. 좀 더 자자.

그녀와 그 남자는 그렇게 하고 다닌다.

그녀는 끊임없이 왜, 어떻게 하고 묻고 그 남자는 타박을 주며, 놀리고 그렇게 여행을 다닌다.



거제 해금강은 배로 여행했었다. 기암괴석에 놀라고, 자연이 빚은 예술품에 경이로움을 금치 못하였다.

가히 압권이었다.

육지에 금강산(金剛山)이 있다면 바다에는 해금강(海金剛)이 있다. 물론 내륙에 소금강(小金剛)도 있다.

미시즈 언노운의 이용방법을 미스터 언노운은 누구보다 잘 안다.

이상한 미시즈 언노운을 미스터 언노운을 잘 안다.



엄밀히 말하면 미시즈 언노운은 누군가가 옆에 있고 이끌며 함께 해주어야 움직인다.

지극히 게으른 그녀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태어날 때도 아마 게을러서 분명 그녀의 어머니에게 출산의 고통을 주었을 것이다.

여하튼 걷기를 싫어한다.


그에 비하여 몸이 유연하다.

그녀는 요가 메트 위에서는 마음대로 유연하게 꺾고, 뒤집고, 꼬고, 비틀기를 잘한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무용선생이 미시즈 언노운을 작은 백조라고 하였다,

젊을 때 에어로빅을 할 때도 마루를 구르며 어떤 동작이든 다 잘 따라 하였다.

라틴스텝도 곧 잘 따라 하였다.


그러나 그녀, 미시즈 언노운은 걷고 달리는 것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게으르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 미스터 언노운은 끊임없이 그녀를 재촉하여 데리고 다녔다.

미시즈 언노운이 운전을 잘해서 운전기사로 데리고 다녔을까?


미시즈 앤 미스터 언노운은 해외로 국내로 여행을 다녔다.

그러나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녀와 미스터 언노운은 이제 마지막 국내여행을 기차로 하기로 작정하였다.


미시즈 언노운을 데리고 다니려면 필수 조건인 편하고 안락한 숙소가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열차여행을 미스터 언노운은 계획 세웠다.

폐 철도역사 여행 중에도 지금 운행하는 폐지예정인 철도역이 있는 곳을 가기로 하였다.


그 남자, 미스터 언노운은 국토교통부사이트로 들어가 폐쇄계획인 철도역사(鐵道驛舍)의 위치와 그 노선도를 다운로드하였다. 가야 할 곳을 체크하고 주변 숙박시설,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주변에 역사적, 문화적인 요소들을 또 체크하여 나름 여행계획서를 만들어 지도를 붙여 표시하며 만들었다.

그런 것은 그들은 참 잘하는 것 같다.

계획수립하는 것, 만약의 변수에 대비한 1안 2안 만들기 등

요즘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든 옛날 계획서다,


그녀는 옆에서 멀다, 괜찮다, 좋다 하며 혼자 쫑알거리고 있다.

그녀의 남편, 그 남자는 짜증을 내지 않고 타박도 주지 않고 웃으며 다 들어준다.

그들은 정말 부창부수(夫唱婦隨)다

그러는 동안 그녀, 미시즈 언노운은 소파에 길게 누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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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남자는 가벼운 행장으로 시골역사의 플랫폼에 앉아있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두 사람 외에는 없었다.

미시즈 앤 미스터 언노운은 플랫폼 벤치에 나란히 앉아 환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모습으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참으로 행복한 모습이다.

그녀는 그 남자에게 귀엽게 조잘대고 남편은 미소 지으면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철길위의 노부부.png

5월의 날씨는 참 빛난다.

철길옆의 숲은 오래된 나무들이 하늘을 받치고 있다. 느티나무려나...

이 역사(驛舍)가 오래되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키 큰 나무아래는 크고 작은 관목들이 있다.

그 사이에 하얀 꽃을 피운 찔레꽃과 라일락이 소녀 같이 수줍게, 예쁜 처녀같이 부끄럽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피어 향기를 풍긴다.


멀리서 열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렇게 빠른 고속열차가 다니는 기찻길이 아닌데.

그녀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잔뜩 몰려온다.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녀가 그 남자의 옷깃을 붙잡아 흔들며 다급하게 말한다.

뭔가 잘못되었어요. 탈선하겠어요. 우리 일어나서 피해요,

역무원(驛務員)에게 가서 말해줘야겠어요.

일어나요. 나가요.

하며 그녀는 역사로 간다. 열차가 잘못 들어와요. 열차가 전복하겠어요.

다급하게 외친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그 남자에게 다시 외친다. 빨리 물러나요. 이리로 나오세요.

열차가 가까이 오자, 그녀는 거의 미칠 듯이 악을 쓰며 외친다.


그녀는 이상한 상황에 놓여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한다.

대답하지 않고, 피하지 않는 그 남자를 불러들여야겠고,

역무원에게도 상황을 알려야 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순간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 남자는 미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고속열차가 멈추는 듯하더니 그대로 달려 나갔다.


그녀는 대처할 수 없는 이 모든 상황과 태연히 앉아있는 미스터 언노운이 원망스러워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공포에 질렸다. 통재가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 싫고 무서웠다.


남편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남편이 미웠다. 그녀는 흐느꼈다.

정신을 차리고 손으로 눈물을 쓱 닦는다. 체면도 까탈스러움도 없었다.


고개 들어 미스터 언노운을 바라보니 그는 그대로 벤치에 앉아있다.

그런데 미스터 언노운의 옆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있다. 이 무슨, 저 사람은 없었는데.

열차에서 내렸나,


미시즈 언노운은 그 남자, 미스터 언노운을 향하여 외친다.


여보, 나와요, 우리 다음 열차를 타요.

크게 외치려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구름이 걷히지 않고 어두움이 짙게 내려앉은 하늘을 보며 울고 있다.

그녀의 흐느낌은 점점 커지고 역사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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