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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즈 언노운의 이상한 꿈

단편, 버스 정류장에서 생긴 일(6)

by 죽림헌

봄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요즘은 사계절이라는 말이 무색(無色)하다.

그래도 봄이다. 바람은 좀 거세어도 확실히 봄은 오고 있었다.

늦었지만 여기저기서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미시즈 언노운은 나가지 않으니 옛날 사진과 기억과 추억으로 계절을 맞이한다.

TV를 켜고 재미있는 것이 없을까, 찾아보지만

TV에서 보여주는 것은 소름이 돋고 무섭다.

사람들이 모두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이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인가 보다

그래서 TV는 켜고 중화 쪽으로 채널을 고정시킨다.

보아도 되고 안 보아도 되는 곳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채널


느린 걸음의 봄 때문인지 모두들 지쳐 봄이야기만 한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생각한다.

봄은 오겠지 스쳐 지나가도 오겠지.

긴 겨울 생명을 품고 있었는데, 생명을 세상에 내어 보내야지,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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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꽃소식을 전해온 어느 날,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혼자 산책을 나왔는지, 길을 걷고 있다.

거리가 이상하리 만치 부산스럽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사람들이 몰려다닌다.

덩치가 운동선수같이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들이 부대처럼 건물을 설치한 곳에서 나와

이곳저곳을 살피며 몰려왔다 몰려간다.


그녀는 길에 멈춰 서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다.

미시즈 언노운은 생각한다.


'무엇하는 사람들일까?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하며 주변을 살펴본다.

그녀는 정말 이상하다 생각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왜 저럴까? 이상한 사람들이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네, '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걷던 걸음을 계속 걸었다.


미시즈 언노운은 한참을 걸었다.

그녀는 생각한다.


'너무 무리하는 건가? 이러면 지칠 텐데, '

하며 돌아가야겠다 고 생각한다.

도중에서 지쳐 걷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이만큼 걸었으니, 이만 돌아가자 하고 걸음을 옮긴다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편히 쉬자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사람들이 엄청 몰려든다.

한 곳을 바라보고 몰려들었다.

미시즈 언노운은 뭐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저 멀리, 긴 터널이 보인다. 터널 안이 시커먼 동굴 같다.

소름이 돋을 것 같다. 그 칠흑 같은 어두움이,

안에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검은 터널에서 긴 버스가 달려 나온다.

완전 초고속버스다. 저런 것이 있었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터널을 바라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섬찟한 것이 소름이 돋는다.



버스가 정류장에 선다.

그녀에게서 대략 2m 정도 떨어진 곳에 정류장이 있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자 문이 열린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서로 밀치며 버스에 타려고 한다.

뒤에서 바라보니 어떤 연세 든 할머니가 그 버스를 타려고 하였다.


순간 미시즈 언노운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할머니 안 돼요, 그 버스 타면 위험해요.'

하며 할머니를 잡아당겨 뒤로 빼내었다.

연세 드신 분이 저 많은 사람들이 서로 밀치며 타는데 할머니가 사람들에게 부딪혀

넘어져 발에 밟힐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 할머니를 뒤로 당겼던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타고나자 버스는 철컥 문을 닫고 달렸다.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만 같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긴 버스는 순간 이동하듯 빠르게 사라졌다.

정류장은 텅 비었고 그녀와 할머니만 덩그러니 남았다.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그녀가 그렇게 느꼈으리라

할머니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고맙네 하고는 떠나갔다.



할머니는 누구이며, 미시즈 언노운과 어떤 인연일까,

아마도 미시즈 언노운 그녀와 만나야 할, 아니 이미 만났었던 인연이리라.

그녀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추운 북풍이 남아있다.

역시 봄꽃들이 고생이 많다.


미시즈 언노운은 생각한다.

'오늘은 참으로 이상한 날이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을 차리니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자신의 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찰나(刹那)였다.


문득 든 생각이

세상은 모든 것이 공(空)이다.

그녀는 물에 비친 그림자일 뿐

자신이 정말 살아있는 것일까

그녀가 기억하는 것이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꿈이구나.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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