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망자들의 행렬(7)
미시즈 언노운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좀 늦은 산책이라 조용하여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팝송을 따라 부르며 천천히 걸었다.
노래를 부른다기보다 가사를 다 모르니 아는 것은 따라 부르고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허밍(humming)으로 음을 따라간다
팝송이나 오페라 아리아는 대부분 그렇게 따라 부른다.
아마도 사람들이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은 OLD POP으로 선곡하였다.
이 노래들은 그녀가 학창 시절부터 불러서 입에 붙은 노래 중 하나다.
당연히 한글로 받아 적어 친구들과 들은 것을 조합해서 완성하였다.
그것이 감질나서 음반들과 오페라 아리아 음반을 전집로 구매하여 들었다.
CD로 갈아탈 때쯤은 가사집도 구할 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절로 만족의 미소가 지어진다.
그녀는 좀 걸으니 피곤하였다.
겨우 한 20분을 걸었나, 그것 걸었다고 앉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저질 체력이다.
그녀는 나무그늘아래 벤치에 앉았다.
벤치 위치를 참 잘 잡았다. 적당한 곳이다. 그녀를 위한 맞춤 같다.
편히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다.
---------------
미시즈 언노운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숲 속을 걸어가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는 늙수그레한 노인을 만났다.
‘인사를 할까 그냥 지나칠까’ 생각하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나왔다.
이런, 실수하는 것 아닌가, 모르는 사람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였다
노인이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대답하였다.
“편안합니다. 날도 좋고 하여 잠시 쉬어 갑니다. 여기 나무그늘도 있고 바람도 시원하니
잠시 쉬었다 가십시오”
‘아차, 괜히 인사했다. 이 입이 방정이다. 가볍게 목례로 인사만 하면 될 것을,’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어르신이 너무 편안하고 인자하게 보였으며,
내가 먼저 인사했으니 거절하기도 좀 애매했다.
딱히 거절할 말이 생각나지도 않고 그녀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쉬어 가기로 하였다.
그녀는 노인에게 물어보았다.
“어르신, 어디 가세요?”
이건 정말 인사치레다. 어색함을 없애기 위한 예의상의 언행이었다.
“나, 저 길 따라간다 네” 하며 웃으신다.
“자네는 어디 가나?”
‘아니, 이분이 왜 뜬금없이 반말을 갑자기 하실 가?’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또 잘 대답한다.
“네, 저는 산책 나왔어요. 햇빛을 맞으러 나왔어요.”
노인이 말한다.
“햇빛을 맞으러 나왔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이분의 말에는 이상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들여다보는 것 같다.
대답을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눈을 가지셨다.
노인이라 기엔, 눈이 너무 맑고 깊었다.
고요한 수면을 들여다보는 그런 눈이었다
호수 안까지 다 들여다보는 것 같은 끝이 보이지 않는 눈
왠지 거부할 수도, 핑계나 변명을 할 수도, 해서도 안될 것 같았다.
그녀는 대답한다
“제가 몸이 많이 좋지 않고 아프답니다. 밤에 잠을 통 못 잔답니다.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께서 처방받아 수면제를 먹고
낮에는 햇빛을 많이 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산책도 하라고 하였습니다.”
노인이 말한다
“그렇지 사람은 잠을 잘 자야지, 그래야 건강하고 햇빛을 많이 쐬어야 밤에 잘 자고,
건강해지며, 행복지수도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하더군.”
그녀가 놀라며 말한다
“네, 그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노인이 허허허 하며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 말은 내 말이 아니고 자네들 세상에서 의사 란 사람들이 TV인가하는데,
옛날에 바보상자라고 하였다 지, 거기에 의사들이 전문가라 하며 나와서 말하 더만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무슨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한 다지, 나도 듣는 귀가 있다 네.”
‘이게 무슨 말이 람, 자네들 세상, 그럼 이 어르신은 다른 세상 사시는 분인가.’
그녀는 너무 이상하고 신기하였으며,
이 어르신 말투가 정말 다른 세상 사람 같다고 생각하였다.
미시즈 언노운은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눈을 들어 멀리 좀 떨어진 숲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백명도 훨씬 넘는 아니 더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화도 없고 표정도 없다.
모두 공허하고 슬픈 눈으로 몸의 움직임은 또 자의적이지 않고 이끌리듯 걷는다.
아이들도 있다.
그녀는 너무 이상하고 순간 섬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생각한다.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왔을까.
여기는 우리 집 뒤의 공원인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닌데,
저렇게 넓고 큰 숲이 아닌데……’
그녀는 노인 쪽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노인은 특유의 그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웃고 계신다.
“왜, 이상한가,”
그녀가 대답한다.
“네, 너무 이상한데요, 저기 사람들도 그렇고,
어디에서 온 저 많은 사람들이 이 공원으로 지나갈까요,
우리 동네 공원은 이렇게 크지않…” 그녀는 주위를 둘러본다.
‘아 이상하다 이곳은 내가 다니는 공원이 아닌 것 같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 노인은 누구이며, 이렇게 큰 아름드리나무가 우리 동네에 있었던가,
그럴 리 없는데, 모두 십수 년 된 단풍나무와 벚꽃나무 그리고 그리 키가 크지 않은
관목들이 대부분인데, 신도시에 이런 큰 나무가 있을리가 없는데,’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조금 전까지의 그 모습과 다르게 보인다
투명한 모습으로 빛나는 것 같다.
미소는 여전하였다
그녀는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 이상하기도 한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었다.
이상하리 만큼 마음이 평온하였다.
그녀가 묻는다.
“어르신, 저기 줄지어 가는 저분들은 누구인가요, 저의 동네분들 같지는 않은데요,
그리고 여기는 우리 동네 공원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동네는 이렇게 큰 나무가 없어요.”
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여기는 자네가 사는 동네가 아니네, 저 사람들은 죽은 자들이네.”
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죽은 자들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리로 줄지어 가다니...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녀는 노인에게 묻는다
“어르신 그럼 저분들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죽은 자라면 망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녀는 다시 묻는다.
"저분들은 영혼들 인가요."
노인은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그렇네, 저자들은 한날한시에 죽은 자들이네, 지금 저들은 저승으로 가네.”
그녀, 미시즈 언노운은 순간, 생각을 했다.
‘아, 결국 나는 죽었는가 보다 혼자 죽었을까, 침대에서 죽었을까, 거실 소파에서 죽었을까,
어디서 죽었을까, 그럼 모두 만날 수 있겠구나.’
인간은 이렇게 이기적이고 자기 편의적 생각을 한다.
방금 육신을 떠난 망자들을 이야기하다,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다.
노인이 아니 어르신이 그녀의 마음을 꿰뚫었는지 말한다.
“자네는 아직 죽지 않았네,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네”
그녀가 놀라며, 노인에게 묻는다.
“저도 여기 있는데 죽지 않았다고 하심은 무슨 말씀인지,
그리고 때가 이르지 않았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노인이 대답한다.
“자네는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네, 자네가 죽음의 길로 자꾸 접어들어 말을 해주러 왔네,
자네 어머니와 남편이 많이 걱정하고 있네 편히 지내라고 때 되면 데리러 올 것이야.”
‘아! 하늘에서 모두들 나를 걱정하고 계시는구나, 나를 잊지 않으셨어.’
그녀는 또 질문한다.
“저는 여기 남고 싶지 않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있어요,
신이 계시다면 저의 남은 수명(壽命)을 다른 이에게 줄 수 있으면 주고
저는 빨리 어머니와 남편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합니다.
어딘가에서 위험에 처하여 생명이 촌각을 다투거나,
신에게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분이 있으면,
그분에게 저의 남은 명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이 대답한다. 엄중한 모습으로 꾸짖듯 말을 한다.
“이 세상 누구도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생명을 연장할 수는 없네,
생명이 떠날 시점에 필요한 사람에게 수술로 병을 고쳐줄 수는 있어도
살아있는 사람이 죽고 싶다고, 다른 사람에게 명을 넘기는 것은 안되네,
목숨으로 거래를 하는 것은 큰 죄악이야.
옛날 지하세계의 악마들이 인간의 목숨으로 장난질을 하였지,
자네는 처음 기도할 때, 편히 수명대로 살다가 데려가 달라고 하였지 않나.
자네가 한 기도 때문이 아니라, 자네의 마지막이 그렇게 정해졌네.”
"가만히 생각해 보게, 자네들 세상에는 명리학, 철학이라며 우주의 움직임을 읽고
선지자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으로 사람을, 인생을 점치고
삶이 어떻고, 재물 복이 어떻고, 출세, 명예 등을 말하며 다른 이의 운명을 말하는 자들,
자신의 인생과 자녀들, 미래를 먼저 확인해 보고 예측하는 것이 옳겠지.
그들은 사람의 명운을 알 수 있다고 하니, 그 사람들이 언제 죽을 것인지 알 것 아니야."
그녀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이 났다. 정작 물어봐야 할 질문이다.
그녀는 노인에게 물어본다.
“어르신, 어르신은 누구세요. 조금 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노인이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자네는 조금 전에 나를 명명하였지 아니한가,
나는 어느 곳에 나 있고,
어느 곳에도 없으며,
모든 것을 알고 또한 모든 것을 모르며
모든 것에 관여하였고
모든 것에 관여하지 않는다네
자네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이네.
하며 노인은 아니 그는 일어나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빛 속으로 사라진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꿈속일까, 생시일까?
그녀는 생각한다.
‘지금 꿈인가 아님 생시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 가’
그녀는 또 생각한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꿈이라면 빨리 깨어나야 한다.
일어나자, 이건 분명 꿈이야,
옛날에도 이런 꿈을 자주 꾸었어 빨리 꿈에서 나가자,
나가면 공원이겠지, 분명 나는 공원 산책을 나와,
햇빛이 좋아 벤치에 앉아서 빛을 쐬고 있을 거야,
먼 하늘을 보며 눈을 치료하는 거야,
그러니 공원 일거야, 빨리 깨어나자, 공원에 앉았다면 너무 오래 자고 있는 것이다.
잘못하면 정신줄을 놓게 될 거야, 깨어나자, 깨어나자 꿈에서……’
그녀는 공원 벤치에 앉아 투명하고 맑은 하늘아래서 따뜻한 오월의 날을 본다.
귀에 꽂은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CLIFF RICHARD의 VISIONS노래가 흐른다.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날까! 나는 기억합니다. 아름다운 그날들을, 나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그녀는 안심하며 고개를 들어 눈을 감고 햇빛을 마신다.
오월의 따스한 해를, 나무사이로 불어오는 싱그러운 공기를……
참으로 이상한 꿈이다.
그녀, 미시즈 언노운은 알 수 없는 이상한 꿈을 잊기로 하였다.
그날 밤, 미시즈 언노운은 그녀의 침대에서 깊은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깨어났을 때는, 이미 공원에서 꾼 꿈을 잊었다.
며칠이 지났다. 그녀는 여전히 아침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피곤하여 소파에 길게 누워 TV를 켰다.
TV에서 속보가 계속 뜬다. 채널을 돌린다.
전 방송사가 모두 하나의 뉴스를 보도한다.
속보로 붉은 자막이 흐른다
여행에서 돌아오던 비행기가 추락하였다 고하였다.
생존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며 그녀는 기도를 하였다.
[부디 그들에게 신의 선한 인도하심과 보호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영혼이 평안하고,
이 땅에서 살았던 중에 가장 행복하였던 일만
기억하게 하소서,
남은 가족들이 슬픔에서 회복하고, 그 마음에 평안을 허락하시기 바랍니다.
사악한 기운에서 그들을 보호하소서.]
문득 그녀는 며칠 전 공원에서 꾸었던 이상한 꿈이 생각났다.
설마,
#이상한 꿈 #망자(亡者)들의 행렬 #신(神) #사람의 명운 #기묘한 꿈
#미시즈 언노운의 꿈 #영혼의 안식을 위한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