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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즈 언노운의 이상한 꿈

단편 : 다섯 번째 꿈, 미시즈 언노운 죽기로 결심하다(9)

by 죽림헌

<다섯 번째 꿈> 미시즈 언노운 죽기로 결심하다.


오월 어느 맑은 날

미시즈 언노운은 산책을 나갔다.

이젠 제법 걷는다. 역시 가쁜 숨을 쉬지만, 다리를 옮기는 것이 예전보다 좀 가볍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오래 걷지 못한다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 같다.

오월도 이미 끝자락에서 유월의 더운 열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유월은, 유월의 슬픔을 잊기 위하여 칠월을 빨리 불러들이고 있다.

아무리 애써봐도 잊히지 않는 유월이다.



미시즈 언노운은 여름을 견디지 못한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다가올 무더위를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고

벌써부터 고민한다.

여름은 그녀를 무척 힘들게 한다.


유월, 칠월, 팔월 그녀는 동면하고 싶다.

그리고 구월에 동굴에서 나오면 좋겠다 고 생각한다.


그녀 미시즈 언노운은 젊을 때 몸이 너무 차가워 밤에 공원 숲에 앉아있어도

모기가 물지 않았다. 몸이 찹찹하고 서늘하니 친구들이 더운 여름에 팔짱을 끼고

팔을 쓰다듬었다. 기분이 좋다고 하였다.


그녀는 그 정도로 몸이 냉하다 보니, 음식을 많이 가렸다.

여름과일 중 참외를 비롯하여 오이도 잘 먹지 않았다.

당연히 돼지고기로 만드는 음식도 먹지 않았다. 아니 가급적 피하였다.

돼지고기 안 좋아하니 순대도 몇 점만 먹는다.

돼지국밥 생각도 못한다. 순대국밥도 속이 거북하여 먹지 못한다.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 순대국밥, 돼지국밥, 설렁탕 등 탕, 탕, 탕 종류를 잘 먹는다.

집에서는 해장국으로 맑은 탕을 먹었다.

그리고 재첩국과 황탯국이 주 해장국이다.

역시 쇠고기뭇국 쇠고기육개장, 그녀는 입에 침이 고인다.


그녀의 남편은 주당(酒黨)이다.

이당, 저당, 요당, 조당도 아닌 주당(酒黨)이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남편을 따라 동해안 여행을 가서 순대국밥을 먹었다.

속이 니글거리고 뒤집혀 먹은 걸 다 토해내었다.

하루 종일 그 느끼함에 곤욕을 치렀다.

운전은 그녀 혼자만 가능하였으니 죽을 맛이었다.

동해안의 그 아름다운 길들을 제대로 구경을 못하였다.


동해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직선이었던 도로가 갑자기 바다로 뚝 떨어지는

도로를 보게 된다. 멀리서 운전하며 달리다 보면 바다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곳이 평해(平海)이다.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에 이 국도가 있다.

해가 떠오를 때 바다에서 두둥실 뜨고,

해가 질 때 역시 바다로 거침없이 떨어진다.

아마도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시즈 언노운의 생각이다.


순댓국은 동해시가 처음 시승격하였을 때

여행가서 아침 먹을 곳이 없어 해장국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먹었다.

그녀는 지금도 순댓국을 생각하면 속이 울렁인다.


세월은 참 무심하다 고 그녀는 생각한다.

눈을 감으면 그곳으로 운전하던 자신을 본다.


세월은 사람의 체질도 바꾸는 것 같다

안 먹는 것은 여전히 잘 안 먹지만,


몸이 더워졌다. 더위를 이겨내지 못한다.

몸이 스스로 체온조절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둔다.

오전 10시경 되면 집안의 모든 블라인드를 다 내린다.


외부의 열기를 차단한다.

독일사람들이 에너지 절약을 그렇게 한다고 들은 것 같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먹던 홍삼고도, 홍삼 젤리도 홍삼을 꿀로 쫀득하게

만든 것을 편으로 조금씩 저며 먹던 것도 이젠 먹지 않는다.


여름은,

뜨거운 태양이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고

대지는 용광로같이 끓는다. 무서운 열기다.

미시즈 언노운같이 냉한체질로 살다, 몸이 더워진 사람은 그 체온조절이 힘들다.


사람의 체질은 몇 번 바뀔까?



그냥 모든 것이 귀찮고,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싫다.

또 한 번의 인생의 계절이 바뀐 것 같다.



그녀는 요즘 산책 가는 것이 힘들다.

최소한의 움직임만 하려 한다.

그럼에도 식사는 꼭 챙긴다. 지치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과 기운이 다운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생각해 보니

그녀는 젊을 때부터 힘들고 지치거나 시험준비기간에는 알부민을 맞았다.


밀도가, 아니 농도가 짙어 주삿바늘을 혈관에 꽂고 있으면

작은 병임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혈관도 유독 지릿하니 아프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요즘 들어 종종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너무 지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몸과 마음이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깊은 심연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다.

그대로 가라앉아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물속에서의 그 느낌이 좋았다.



오후 3시다. 블라인드는 내려져 빛은 차단되었다.

오래된 옛 팝을 들으며 조용히 따라 부르다 어느새 편히 잠든다.



--------- 몸이 수면아래로 내려간다.


날이 무척 좋다.

정말 날이 좋아서

그녀는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하늘이 청자빛 속살을 들어낸 듯이 맑다.

나뭇잎들 사이로 투명한 빛들이 쏟아져 내린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모두 여행을 가는 가 보다.

가벼운 차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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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쳇 지피티가 그려주었다


그녀는 젊은 날처럼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헬렌 카민스키의 챙 넓은 모자를 썼다.


그녀는 앞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앞이 탁 틔어 전방이 다 보인다.

그녀는 좋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편안히 앉아 출발을 기다렸다.

마음이 무척 설렌다.


뒤를 돌아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어둡다, 무표정하다.

미시즈 언노운은 이상하다 생각하며, 여행 가는 사람들이 왜 우울할까 생각한다.

버스를 잘 못 탔는지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든다.

아니겠지 이곳은 노선이 하나뿐이니 잘못 탈리가 없지.



순간, 버스의 문이 철컥 닫힌다.

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가 왠지 모르게

그녀는 마음이 아득해지는 것 같다.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자, 누군가 버스 앞을 가로막는다.

버스가 멈추어 선다.

그녀는 목을 쑥 앞으로 내밀고 바라본다.

할머니 한 분이 버스 앞을 막아서더니 그녀를 내리라고,

다급한 손짓을 한다.


그녀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멀뚱이 쳐다보며 혼자 말한다.

‘이상한 할머니네, 왜 버스를 세우려 할까?

왜, 나에게 내리라고 손짓을 할까,’


미시즈 언노운은 어깨를 으쓱하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버스는 출발하려고 시동을 건다 부릉부릉~


할머니는 언노운 여사가 내리지 않자, 버스 앞에 드러누워 버린다.

버스기사는 할 수 없이 버스문을 열어준다.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버스문이 열렸다.


이상한 할머니는 버스에 오르자 앞자리에 앉아있는 언노운 여사의 손을 잡아

버스에서 강제로 끌어내린다.

언노운 여사는 버티려고 하다 할머니의 센 힘에 딸려 내린다.

어떻게 노인이 이렇게 힘이 셀까 싶었다.


버스의 문은 다시 철컥 닫히고, 한 순간에 사라진다.

그녀가 할머니에게 말한다


“왜 이러세요, 버스를 타야 하는데 가버렸잖아요.”

다소 역정 섞인 어투로 말한다.


이상한 할머니께서 그녀에게 말한다.


“너는 저 버스를 타면 안 돼. 가볍게 편히 살다 오너라"

"인생여행은 끝났으니 편한 마음으로 나머지를 여행하듯 살다오너라"



그 말을 남기시고 사라지셨다.



할머니가 사라졌다.

그녀는 홀로 남았다. 정류장은 휑하였다.


그녀는 할머니를 불러보나 할머니는 이미 사라졌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혼자 허우적거리다 잠에서 깨어난다.



이상한 꿈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0분이다.

그사이에 그녀는 여행을 다녀온 것인가...


음악은 흐른다.

Andy Williams의 The Sadow Of Your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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