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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즈 언노운의 이상한 꿈

단편, 첫 번째 이야기 (3)

by 죽림헌

미시즈 언노운 병이 들었다.


그녀, 미시즈 언노운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허약해지고 기력은 쇠잔해져 즐겁고 기쁜 것도 없었다.

삶의 의지와 감각이 죽은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그녀 곁에서 그녀를 곁눈질하며 지나갔다.

그녀, 미시즈 언노운은 조용히 죽음의 시간을 기다렸다.

삶에 의욕이 없으니 점점 식욕도 없어졌다.


그녀는 급속도로 늙어갔다. 눈도 침침하여 책을 읽을 수 없고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

집안은 음악소리와 TV소리가 사람소리를 대신한다.


거실의 TV는 아침부터 밤까지 켜 있었다.

손에는 리모컨이 쥐어 있고 거실 소파에 누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은 TV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사람소리를 듣는다.

택배기사님의 현관 벨소리, 물건을 현관으로 밀어놓거나 바닥에 던지는 둔탁한 소리만 들린다.

간혹 관리실의 안내방송이 주위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의식은 잠들었다, 깨어났다 한다. 그녀의 의식은 현재에 있다가, 어느 틈에 과거에 있기도 한다


어느 날 그녀는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내가 죽으면 아무도 모르겠구나’

갑자기 무서움과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내가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났을 때 아이들이 연락이 되지 않아 집으로 왔을 때,

아이들이 본모습이 침대 위에서나 혹 소파 위에서 숨져 있는 나를 본다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아찔하였다.


얼마나 무서울까, 죽음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아버지의 장례도 아이들이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입관하고 빈소가 만들어지고 도착하게 되었으니,

사람의 육신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것을 보지 못하였다.

다섯 번의 가족 장례에 기막히게도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보지 못하였다.

그녀는 그 다섯 번의 장례와 임종을 모두 보았다.


그녀는 태어날 때, 허약하게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이를 여럿 낳았으나, 모두 성인이 되기 전에 잃어버렸다.


그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 가슴에 한이 맺혔다.

자식을 잃으면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다고 하였다.

특히 집안에 어른이 살아 계신다면, 더욱 소리 내어 울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말을 할 수도 없었고, 행여 자신이 박복하여 자식들을 앞세웠다고,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 입방아에 오르는 것도 싫었고, 정말 그럴까 봐 무서웠다.

그런 이유로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잃지 않으려고 살뜰히 돌보았다.

흔히 불면 날아갈까, 떨어지면 깨어질까? 하며 항상 두려움으로 아이를 돌보았다.


이웃이든 가족이든 초상이 난 집, 장례가 있는 곳은 멀리 돌아서 가며 보지 못하게 하였다.

점쟁이들이 말하는 살(煞)이라는 것이 아이에게 침투하여, 아이를 지키지 못할까 하고,

이 아이마저 잃어버릴까 하고 두려워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어른이 되기까지 한 번도 장례식장에는 가지 않았고 다행히 가족의 죽음을 볼 일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가족의 임종을 5번을 보고 장례를 치렀다.

생각해 보니 그래서 몸이 아픈지도 모른다.


마지막 남편의 장례는 그녀에게 치명적이었다.

정말 저승의 문턱까지 따라간 것이 여러 번이다,

삶을 포기하려고 하였다.


만약 그녀가 죽어 있는 모습을 아이들이 본다면, 슬픔보다 무서움이 앞설 것이다.

두려운 마음에 무척 당황할 것이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만약을 대비하여 내가 죽거든,

너희들이 왔을 때, 내가 이미 죽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하라는 나름 매뉴얼을 꾸준히 이야기해 주었다.

신고부터 해라 고하였다.,

그것을 기록해 두면 유서라고 할 것이니 미리 종종 말을 해두었다.


119에 전화부터 하라고 하였다.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119에 연락하면 득달같이 달려올 것이다. 그때는 상황실에 보고하고 망자에 대한 것은 차후다.

119와 경찰과 기자들이 몰려들어 경쟁하듯이 상황 보고 한다며, 온갖 말을 지어내고 추측하고 할 것이다.

인적사항과 가족사항, 유서가 있는지 하며 온 집안의 구석구석을 뒤집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전부 열어보고 행여 글을 쓴 종이라도 있을까 눈에 불을 켠다.

앞다투어 경쟁하듯 할 것이다.


기자들은 사회문제라며 언론과 방송에서 고독사, 자살 온갖 말들이 난무할 텐데,

아이들은 얼마나 놀랍고 기가 찰까 멀쩡한 자식들을 이상하게 몰아갈 테니,

그녀는 그 생각을 하며 몸서리를 친다.


언론에서 끝낼 때까지는 절대 끝난 것이 아니다. 탈탈 튼다.


그래서 그녀는 자녀들에게 하루에 한 번씩 저녁에 전화하여 안부를 묻고 긴말하지 말고

간단히 편히 주무시라고 인사만 하라고 시켰다.

세 사람이 모두 전화하면 귀찮으니 돌아가며 하루에 한 사람만 전화하여 통화기록을 남기라고 하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드니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시즈 언노운은 정신 차리자고 생각하며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미시즈 언노운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미시즈 언노운은 병원에 갔다.


그녀 미시즈 언노운은 병원에 갔다. 정신과에 같다.

의사가 진찰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는 처방을 해주고,

매일 한시 간이상 사람이 있는 공원을 산책하며 햇빛을 많이 쐬라고 하였다.

그리고 문화센터에 다니라고 하였다. 약을 먹는다고 생각하고 꼭 지키라고 신신당부하였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길지 않은 나의 수명 내 명대로 섭리대로 살다 갈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해 두었으니 알 것이다.’


그녀는 별로 걷지 않는 사람이다.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차를 두고 가야 하면 택시를 탄다.

어디를 혼자서 걸어 다니며, 한 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다니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득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게 혼자 맞이하는 죽음은 더 두려웠다.



그녀는 산책을 시작하였다.

집 뒤의 공원은 편히 걸을 수 있고 완만한 경사도 있고, 나무도 많아 적당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녀, 미시즈 언노운은 매일 그렇게 산책을 하였다.

오늘 아침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편한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옷차림에 바람막이 재킷을 걸치고

산책을 나왔다.


‘아 정말 움직이기 싫다. 그러나 약을 먹는 것이라 생각하자.

햇빛을 먹으러 가자.’ 고 주문을 외우 듯하며 나갔다.


공원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시간이 정오가 되어가니 모두 산책을 마치고 돌아간 것 같았다. 그냥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정말 사람 만나는 것이 싫다. 내가 늙어가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이 정말 싫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오월이라 날은 따뜻하였고 벚꽃은 이미 꽃이 다 떨어져 바닥에 눈처럼 쌓여 갈길 잃은 듯 이리저리 바람에 몰려다닌다.

꽃 진자리는 이미 새잎들이 자라 연두색에서 짙은 초록으로 사뭇 바뀌어 가고 있었다.


나뭇가지사이로 부는 산들바람은 나뭇잎을 살랑살랑 흔들고,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햇빛은

눈이 부시도록 빛났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며 바라본다. 나뭇잎에 내려앉은 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빛에 반사된 잎들의 흔들림과 그 색갈이 신비롭게 아름답다. 꼭 춤을 추듯 왈츠를 추는 것 같다.

잎들의 색을 밝게도 어둡게도 하여 잎의 앞면과 뒷면의 색을 빛 따라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 사이로 오월의 햇살이 넘나 든다. 바람은 부드럽고 싱그러웠다. 오월인 것이다.


그녀는 잠깐 벤치에 앉아 햇빛을 쐬며 봄 끝자락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의 따뜻하면서

싱그러운 숲의 냄새를 맡는다.

참으로 편안하고 행복했다. 이런 느낌을 이런 시간을 얼마 만에 느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멀찍이에서 유모차를 밀며 오는 여인이 보인다.

가까이 왔다. 유모차에 강아지가 앉아있다. 강아지를 태워 다니는 것이다.


그녀는 생각한다.

‘나도 개를 한 마리 키울까,’

고개를 흔들며 생각한다

‘흠, 안돼 내 몸 움직이는 것도 귀찮은 사람인데, 개가 얼마나 불쌍할까,

게으른 주인을 만나, 말 못 하는 짐승에게 잔인한 짓이야, 안돼’

그녀는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을 내렸다.


유모차를 밀고 온 여인이 나를 보고 미소 짓는다.

‘안돼 안돼, 말 시키지 말고 그냥 지나가, 제발 그냥 지나가’


아! 그녀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늦게 산책 나오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강아지가 귀엽군요.” 아~결국은 주고받았다.

그녀가 또 말한다.

“노견이라 힘들어서 태워 다녀요. 호호호”

“그렇군요, 날이 참 좋아요, 강아지도 기분 좋을 거예요.”

유모차를 끄는 여인이 저만치 사라진다.


그녀는 생각한다.

‘오늘의 대화는 충분하였어, 참 좋은 여인이야. 인사성도 밝고, 기분 좋은 대화야,’


그녀는 눈을 감고 햇빛을 온 마음,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모든 기운들이 꼼지락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다.

나무에서 새순이, 새잎이 돋아날 때 돌돌 말린 새잎이 펴질 때 살아나는 생동감처럼

내 몸 안에서 새순이 움찔움찔, 꼬물꼬물 하는 것 같다.

너무 오래 묶어 두었다 내 몸 안의 생명들을,



첫 번째 이야기 1-3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첫 단편소설입니다. 많은 구독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드리며 2막의 장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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