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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May 31. 2024

#3 함께 자란 나무가 튼튼하다

쓸만한 나무 

함께 자란 나무가 곧고 튼튼하다
혼자 자란 나무는 뿌리를 마음대로 뻗을 수 있으나
의지 할 나무가 없으므로 비 바람에 약하여
곧고 튼튼히 자라지 못하고 휘어져 자란다


어느 마을에 자식을 여럿 두고 넉넉한 살림으로 사는 사람이 있었다

부자라는 소문이 이웃마을까지 나 있을 정도니 상당히 잘 사는 집안이다.

그의 집 곳간은 항상 곡식이 가득 쌓여있었다.

자녀들도 잘 자라 제법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받을 만하게 산다.


주인 남자는 어느 날 마루에 앉아 흐뭇해 하며 집안을 둘러보았다

집이 좀 부족한 듯 하였다

운치가 없어 보인다고 할까. 

뭔가 허전한 듯하고 평범해 보였다.         

주인은 곰곰이 생각하다


마당에 연못을 만들고 정자를 세우면 어떨까

공사가 너무 크게 될 것같았다.

그러다 남자는 생각했다.

너무 과한 것 같다.

옛말에 돈자랑, 자식자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했지,


그냥 집과 어울리게 운치만 더하자 라고 생각하였다.

그래, 사랑채에 누마루를 만들자.


풍치좋은 여름밤

누마루에 앉아 하늘을 보며

별을 불러들이고

은빛 달이 차 올라 활처럼 휘어질 때

밝은 달을 불러 들여

차상 차려두고 맛있는 차나 한 잔,

술상 차려놓고 달과 대작하면

이 아니 좋을까,


생각만 하여도 흐뭇하였다

하나 무엇보다 마주 앉은 이가 벗이면 좋고

내 옆에 누워 자는 자이면 더욱 좋은 것이다.

혼자 하는 놀이는 시간이 지나면 허망하고 싫증난다



그런 생각을 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주인은 일찍 일어나 산으로 갔다

수년 전에 사 두고는 가보지를 않았던 산이다.

그곳의 나무를 가져와 누마루를 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하여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잘 알고 지내는 전문목수를 대리고 함께 갔다.         

산은 입구는 야산인 것 같은데 들어갈수록 계곡이 깊어지는 것 같다

나무가 너무 빽빽이 우거져 하늘은 보이지 않았고 

빛도 잘 들어 오지 않았다. 

습한 기운이 가득하다 나무를 타고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으니 나무들이 위로만 솟구쳐있었다.

    

우거진 나무 숲

목수에게 물었다.

쓸만한 나무가 있겠습니까, 말하니

목수가 말하기를 

빛을 보지 못하고 자란 나무라 나무가 무르고

이끼가 잔뜩 끼어 있으니 나무가 습하여

말리는데 걸리는 시간만도 수해 걸릴 것 같습니다. 한다         

그리고 숲이 너무 우거져 

한 면적 안에 경쟁하듯 너무 많이 자라 튼튼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은가, 하고 물으니

대목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한참을 생각하다

나무들이 자랄 때 중간중간에 나무를 쳐내고 솎아주어 

숨 쉬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하고,


나뭇가지가 잘 뻗고 뿌리가 잘 퍼져 나가도록 공간을 만들어 줘야 

햇빛을 충분히 받고 뿌리에서 자양분을 취하여

튼튼한 나무로 자라는데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나무가 가늘고 튼튼하지 못하며 

무엇보다 습한 기운이 많아 곰팡이 피어있고

나무를 말리는 데만 수년은 걸려야 합니다.

이 나무로는 재목으로 쓸만한 것이 없습니다.

땔감으로도 쓸 수없습니다


주인이 대목에게 묻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대목수가 말하길,

나무를 베어내고 주변을 넓혀 공간을 만들어 주어

넓은 공간에서 수 년을 키워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사이 나무도 튼튼해지고 습기도 제거되어 

그중에 쓸만한 재목이 나올 것입니다. 한다.

그리고 베어낸 나무도 해바르고 바람 잘 드는 곳에 펼쳐 두어

나무키울 때까지 함께 말리면 쓸만 한게 나올 것입니다


집을 짓는데는대들보, 서까래, 기둥위의 방목, 들보 위의 동자,

기둥, 문지도리, 문비도리, 문빗장, 문설주 등 많은 재료가 필요하고

여름엔 문을 천장에 붙여두고 겨울에는 내리는 그런 문도 족히 몇짝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니 곧고 틑튼하다면 잘 말려 각각의 용도에 맞춰 사용할 것이니

시간이 필요 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잘 말렸으니 땔감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주인이 생각해 보니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야겠다.

어차피 나의 산인데 이참에 관리도 하고,


대목수, 그럼 그렇게 합시다.

인부를 구해서 나무를 좀 정리해 주세요.

수년 뒤에 누마루를 짓도록 합시다.


목수도 그리하자고, 인부 구해 산도 좀 가꾸고 정리해 봅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약속하고

기분 좋게 내려왔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마루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본다.

자식도 너무 많으면 자녀를 돌보는데 분명 소홀한 자식이 생길 것이고

그럼 자녀들 중에 마음이 튼튼치 못한 자녀

나는 그런 마음이 아니나, 그 마음에 습한 기운들이 자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자식농사라는 말을 했구나


우리가 벼농사를 지을 때 듬성듬성 심어주고

중간중간에 잡초를 제거해야 벼도 잘 자라며

알곡도 튼튼한 것과 같은 이치구나


또한 과실나무도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맺힐 때 가지치기 

솎아내기 등으로 좋은 과일을 수확하는 것과 같구나,

하며 자신의 게으러고 무심함을 탓하였다     

#곧고튼튼한나무

#자식농사

#부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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