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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Jun 04. 2024

#06 흔들리는 계절 40

유혹과 흔들림의 계절 40

40은 불혹(不惑)이라 하였다. 옛 말이다.

요즘 누가 사십을 불혹이라 하는가

사십은 유혹의 계절이다.

그리고 끝없이 흔들리는 계절이다.

나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은 끊임없이 나를 흔든다(樹慾靜而風不止)

이 말은 수욕정이 풍부지( 樹慾靜而不風止) 자욕양이친부대(子慾養而親不待)

에서 유래하였다.


나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은 나를 끊임없이 흔들고 자식이 효도를 하고자 하나

부모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에서 똑 때어 앞부분만 많이 인용한다


나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와 같이

사십은 내가 가만히 있고자 하여도 나를 흔든다는 것이다.

무슨 재주로 버텨낼까?

심지가 굳어서 흔들림이 없을까,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흔들림이 없을까,

아님 삶이 너무 고달파 눈길 돌릴 여유 없이 살아서 그럴까.


여성이든 남성이든 이때쯤이 참 위험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부모의 손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부모의 관심을 귀찮아하는 사춘기라서 부모의 관심밖으로

벗어나려고 한다. 삶이 허무해진다.

남편은 직장에서 늦게 온다 시간은 남는다.

집안 일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표시가 안 난다

모두들 들어오면 밥 달라고 한다.

이때 드는 생각, 내가 밥순이냐,

그래도 먼저 말한다 - "밥 묵었냐, 밥 차려줄까, 뭐 간식 줄까"

어림없다 날아오는 건 - "아, 됐어요."

남편이 퇴근해 온다- 저녁 차릴까요, "밥 묵었다."

그리고 끝이다. 적막이다. 혼자 남는다.


TV를 켜고 조용히 소파에 앉는다 허전하고 무한 마음에 서글픔이  밀려온다.

안방문이 열리며 남편이 말한다.


니는 하루종일 집에서 TV 보면서 또 보나,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다 왔는데,

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고 나는 놀았나,

아이가 문 열고 나와서 말한다.

"좀, 조용히 해 주세요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하겠어요"

이런 우라질, 누구는 공부하지 않았고 누구는 직장 생활하지 않았나


밀려오는 자괴감이다. 나는 누구, 나는 왜,


아님 이제야 서로의 실체를 알게 되어서 그럴까.

방귀 뀌는 소리도 서로 웃으며 이해했으나

어느 날  결혼 초부터 튼 방귀소리에 짜증이 난다.

어느 날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모습이 짜증 나게 밉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며 웃는 소리,

엉덩이 들고 스스럼없이 방귀 뀌는 모습

누워서 과자 먹으며 과자부스러기 흘리는 모습,

발가락으로 양말 집어던지는 모습,

발가락으로 누워 물건을 집고 던지고 하는 모습

신혼 때는 그 모습도 밉지 않았다.

귀여웠다, 재주 부린다고

이제는 뒤통수도 밉다.


트렁크 속바지를 입고 코 후비며 그 손으로 냉장고 문 여는 모습

속바지 늘어져 헐렁 거려 버리려고 내 놨더니 찾아다가 입는다.

편하고 좋단다.

아침 출근할 때 말쑥하게 해서 나가니 회사동료들은

저 지저분한 모습을 알까, 그 실체를 알까.

다 싫다 징글징글하게 싫다.


오늘은 나도 나간다. 할 일 없어도 곱게 차려입고,

나도 카페에 가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며 창밖 내다 보고 책 읽는다.

책은 오래 손을 놓았으니 쉬운 걸로 우아하게 지성인처럼,

그때부터 눈이 뜨였다.

결혼하며 손놓았던 취미생활 시작한다.

모임도 가고 동창회도 나간다.

스포츠센터에도 나간다.

백화점도 나간다. 우아한 삶을 시작해 본다

주변에서 나이에 비해 너무 젊고 예쁘다고 한다.

더욱 외모에 관심을 가진다.


남편 또한 직장에서 저녁 모임에서 예쁘고 친절한 여성들이 눈에 보인다.

회식도 즐겁고, 주말에 골프약속도 잡는다. 등산약속도 한다.

해외 연수라며 해외여행도 간다. 회사간부모임? 회사업무 접대차?

남편도 외모에 신경 쓴다.


어차피 아이들은 저네가 간섭 말라고 신경 쓰지 말라한다.

학원이 다 신경 쓰 준다


그러니 아이들만 사춘기가 있나 우리도 사춘기다

우리도 오춘기가 코앞이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주변에 항상 흐르고 있다

그동안 몰랐을 뿐이다. 눈돌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탈은 즐겁다. 일탈은 스릴있다.

엔돌핀이 확 솟구친다.

그러니 누가 사십이 불혹이라 하였든가?


사십은 사회적으로도 수욕정이불풍지(樹慾靜而不風止)다.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한번 유혹에 빠지면 헤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사십은 불혹(不惑)이 아니라 유혹(誘惑)의 계절이고 흔들림의 계절이다

#불혹 #유혹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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