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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02. 2024

'잠'이라는 보약

"잠이 최고의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의사들은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호르몬 불균형으로 체중이 증가되며,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건강을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를 권장한다. 의학적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밤에 잠을 못 자면 다음날 앉아서도 꾸벅꾸벅 졸고 정신이 흐릿해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젊을 때는 잠이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5분만 더. 5분만 더"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새벽에 눈이 떠지면 언제나 아침이 오나 시계만 쳐다보게 된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피곤한 하루가 계속될 테니 누운 채 눈을 감고 버티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다.




90년대 초 낮이나 밤이나 중요한 일이 터지면 긴급히 출근해야 하는 직종에 근무했었다. '삐삐'나 '핸드폰'도 없고 독신은 집전화도 없던 시절이니, 연락 수단으로 핸드폰 2개를 겹쳐놓은 크기의 '페이징'이라는 수신전용 무전기를 가지고 다녔다. 언제 호출이 올지 몰라 밤에도 그 무전기를 옆에 두고 잠을 잤다.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직원 여러 명 중 한 명만 호출하려고 해도 모든 무전기에 호출소리가 들리니,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업무도 힘들고 잠을 못 자는 스트레스가 겹치니 몸무게가 두 달 만에 4kg이 줄었다. 다행히 그 직종에서 빨리 벗어나 다른 직종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일정한 시간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들고 아침이 되어서야 깨어나니, 몸무게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출근하면서부터는 낮에는 누워본 일이 없다. 주변에 점심 식사 후에 코를 골면서 자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속으로 "잠은 죽으면 실컷 잘 텐데"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마흔 살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직급으로 승진하여 장거리 출ㆍ퇴근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찍 출근을 해야 하니 저녁에 술 한잔도 하기 힘들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날 때는 일어나기 싫은 마음에 "아휴, 언제 잠 한번 실컷 자 보려나"하는 푸념을 했다. 일 년 동안 고생하고 가족이 함께 이사를 하여 집에서 출ㆍ퇴근을 하자 다시 안정된 생활을 찾을 수 있었다.




년 후 다시 승진하니 2~3년에 한 번씩 원거리 근무지역을 옮겨 다녀야 했다. 근무지역에서 혼자 독거생활을 해야 하는데, 한창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라서 최대한 비용이 안 들어가는 숙소를 사용하다 보니 시설이 열악했다. 일반 아파트 같으면 단열도 잘되고 위아래 옆집에서 난방을 하여, 웬만한 추위는 난방을 하지 않아도 살만하다. 그러나 시골은 도시가스가 없어 LPG를 사용하는 데다, 건물도 부실하고 옆집이나 위아래층 모두 같은 입장이라 서로 난방을 안 하니 제대로 난방을 하다가는 한 달 가스비가 30만 원이 넘게 나왔다. 그래도 혼자서 몇십만 원을 쓸 수는 없어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자면 버틸만했다. 아침에 한기에 일찍 일어나면 코와 목이 칼칼해서, 감기 예방을 위해 바로 헬스장으로 달려가 땀을 빼고 사우나를 하면 개운해졌다. 덕분에 몸이 아주 건강해져서 남들은 윗몸일으키기를 1분에 40개 하기도 힘들어하는데 50대가 40초에 40개를 하니 옆에서 보는 젊은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었다.




젊을 때는 잠이 부족하여 실컷 잠을 잘 수 있는 날을 기다렸는데, 정작 퇴직하여 그날이 되니 잠이 오지 않아서 고민이다. 잠에 좋지 않다고 하여 커피를 끊어 봐도 소용이 없다. 잠자다 중간에 깨어나 잡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잠을 자자. 잠을 자자."되 뇌이며 잠들려고 애를 써도 1시간 2시간 잠은 안 오고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진다.




불면의 원인은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도 예전 같지 않아 활동량이 줄어들고 잡생각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원인인 것 같다. 해결방법을 하나 찾았는데, 잡생각이 떠오를 때는 차라리 일어나서 떠오르는 생각을 핸드폰에 메모하다가 다시 누우면 편안해지면서 잠이 온다. 최고 좋은 방법이 운동량을 늘리는 것 같은데, 여건이 좋아지면 열심히 운동해서 불면을 이겨야 하겠다. 잠이 모자라던 그 시절이 이렇게 그리울 줄은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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