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질긴 사랑
급류에 휩쓸린 사랑
요즘은 몰입하기에 너무 어려운 세상인 것 같다. 짧은 글과 영상이 항상 곁에 있으며 몰입을 위해서 노력해 보지만 길어야 30분이 지나게 되면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몰입하기 어려운 요즘 자동으로 몰입하게 되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급류는 격렬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얼핏 보면 청춘을 견디며 최대한의 사랑을 바라는 이야기 같다. 십 대의 사랑을 철없다고 여기며 2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랑 앞에서 우리는 무르다. 30대가 되면 한껏 진지해진 태도로 많은 걸 양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도담과 해솔은 철없는 사랑을 계속하며 끝내 양보하지 않으며 사랑한다.
도담과 해솔
도담과 해솔은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을 겪고 성인이 된다. 도담은 술과 담배로 슬픔을 억누르고 해솔은 계속 공부만 하며 슬픔을 무시한다. 그러다 둘은 다시 한번 만나게 되고 입을 맞추고 서로를 다급히 안았다. 긴 공백이 무색하게 서로를 꽉 안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만남은 달라져 버린 서로를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웠다. 사랑하기에 상처를 주는 게 싫어서 둘은 헤어지게 된다. 더 긴 공백이 흐른 뒤 둘에게는 강렬한 청춘으로 기억될 수 있었지만 한 끗 차이인 운명과 우연으로 더욱 진지해진 마음으로 다시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헤어질 결심' 해준과 서래의 자식들이 남기는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처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소설은 처음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부러워해 본 적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도담과 해솔처럼 사랑해 보고 싶어졌다. 사랑을 위해서 우리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급류에 뛰어드는 일, 연락을 다 끊고 그 사람만 바라보는 일, 함께한 약속을 어떻게든 지키는 일, 목숨을 거는 일. 한순간이라도 멈칫하면 지는 거다. 아마 도담과 해솔은 대담히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철없는 사랑으로 시작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성숙히 사랑을 받아들이는 듯해 보이지만 그들은 여전하다. 해피엔딩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면 나도 이런 사랑을 할 수 있겠지 라며 책을 덮는다.
조연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도담과 해솔의 사랑만 눈에 보였다. 그러다 두 번째로 읽을 때는 조연들의 사랑이 눈에 밟혔다. 조연들은 주연들을 더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서사적 장치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은 너무 안타깝다. 도담이 술과 담배와 자해로 슬픔을 이겨낼 때 무영은 그에게 힘이 돼주었다. 하지만 도담이 해솔을 만나자마자 무영은 당연한 듯 잊힌다. 그보다 더욱 안타까운 인물들은 선화와 승주이다. 선화는 해솔과 6년간 만나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해솔은 6년 동안 가슴 한편에 도담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승주는 이미 헤어짐으로 큰 상처를 받은 적이 있는 인물이다. 승주와 도담은 성숙한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도담과 해솔의 재회로 그들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선화는 자신의 6년이 물거품이 되었고, 승주는 다시 한번 헤어짐으로 인한 상처를 받고 말았다. 주연들의 사랑은 당위적이었기 때문에 조연들은
본인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조연의 삶을 살아서 그런지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 공감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책을 이렇게 몰입해서 읽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가장 아름다웠던 세상이 어느 순간 무너지고 초라한 현실만 남을 때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어떻게든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다. 도담과 해솔은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사랑하기로 스스로 정했다.
“왜 사랑에 '빠진다'라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연애란 상대방이라는 책을 읽는 거라고, 그렇게 두 배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