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사 운영 20주년을 기념하며
오늘이 창립 20주년의 날이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어머니는 ‘세성과학’이라는 조립 완구 회사를 하셨다. ‘세성’의 의미는 세상을 이룬다는 뜻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 업계의 리딩 기업인 아카데미과학과 같은 종류의 회사라고 보면 된다.
1997년, 창업하기 전 완구 관련해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동경에서 개최되는 완구전시회를 보러 갔다. 동경 시내를 돌다가 사람들의 줄이 계단을 차곡차곡 차있고 그것도 모자로 건물 밖으로까지 줄이 계속 이어진 광경을 보았다. 무엇일까 호기심에 그 줄을 따라가 보았다. 티셔츠, 컵, 배지, 스티커에 사진으로 인쇄해 주는 것이었다. 한쪽 옆에서는 디카로 사진을 직접 찍어서 옆에서 인쇄를 하고 그것을 티셔츠, 스티커에 인쇄를 했다. 지금이야 아주 간단한 사업처럼 보이지만 그때로써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것이다’ 싶어 완구 생각은 바로 접고 지금의 상왕십리역 근처에 발 빠르게 창업을 했다. 경험도 없는 내가 직원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네 명이나 두었다. 그러나 고객은 하루에 한 두 명이었다. 보통 하나에 몇 만 원이었으니 계속해서 적자 구조였다. 설상가상으로 이때 그 유명한 IMF사태가 시작되었다.
창업 일 년 후 매장을 임대한 건물에 2층을 추가로 임대했다. 대학 다닐 때, 졸업 후 선거기획 하면서 경험했던 광고기획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면서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그 당시 함께 했던 직원들과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층의 매장을 폐쇄했다. 일종의 벼랑 끝 승부수였다. 지금까지가 고객이 찾아오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고객을 찾아가야 하는 체계로 바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4년 왕십리뉴타운 재개발 관계로 우리 본가가 있는 지금의 ‘마장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무실과 집이 붙어 있어서 내가 생각했던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우리 사무실을 아지트처럼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상왕십리역과 지금의 사무실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단체가 있다. 그것은 대학 연극반 ‘아몽’의 식구들이다. 상왕십리역 사무실에서 두 번, 지금의 사무실에 한 번의 연극 연습이 모두 우리 사무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세 번 모두 무대 공연으로 실현이 되었다. 세편의 연극은 지금도 대학로에서 가끔씩 공연되고 있는 굿닥터, 라이어, 택시드리벌이다. 내 역할은 세 번 모두 기획이었다.
요즈음 가끔 자기소개를 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난 이렇게 말한다.
“대학에서 연극반 생활을 했습니다. 외모 때문에 배우는 못했고요. 대부분 기획 일을 했습니다. 졸업 후 선거기획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지금의 광고기획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뭐든 기획을 하는 사람입니다.”
기획을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이 업을 하면서 어려운 숙제이자 과제이다.
디자인세성의 미래는 어디까지일까?
현재 주요 고객사인 대표님께서 ‘내 나이 칠십이 될 때까지 우리와 파트너를 맺자’고 했다. 만약 이 약속이 실현된다면 앞으로 이 사업을 할 시간이 그래도 많이 남았다. 아마도 창립 30주년의 수필을 쓰게 될 것이다.
하루에 하나씩 생겨나고 하나는 문을 닫는 업종이 우리 일이라는 것은 충무로에서는 흔히 듣는 말이다. 그것은 쉽게 창업하지만 그만큼 버티기도 어려운 업종이라는 사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20년 동안 이 사업을 유지한다는 것이 나름 쉽지 않았다. 늘 사업을 하면서 과제가 있었다.
“돈은 없어도 버티지만 일이 없으면 희망이 없다. 일은 어떻게라도 만들자”
이제는 업력이 되어서 20년 동안 다양한 기획을 하게 되었다. 광고 기획, 출판·편집 기획, 사인물 기획, 행사 기획, 캠페인 기획, 동영상기획 등 고객사에게 “No"라는 답변을 하지 않고 일을 했던 것 같다.
한편 사무실 옆에 붙어 있는 우리 집의 별칭은 “큰 대문집”이다.
4세대가 쭉 살아왔고 그 역사가 80년이 넘었다. 나의 정체성과 역사가 깃들어 있는 큰 대문집의 기록을 책자로 남기고 싶은 것은 앞으로의 꿈이자 비전이기도 하다.
나의 20주년을 함께하고 옆에서 지켜봐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참고로 밑에 광고는 2001년 한국에 첫 상륙한 IT기업 ‘넷기어’의 론칭 광고이다. 그때부터 넷기어는 지금까지 주요 고객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