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반 OB가 왕십리에서 8개월의 연습 끝에 라이어 작품을 올린 이야기
연극의 꽃인 배우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아몽극회에서 기획만 하다가 졸업했습니다.
배우의 자질은 외모로 보나 목소리로 보아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첫발을 내디딘 것이 기획일을 익혀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아몽에서의 대학 생활은 졸업 후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선거 기획 3년, 현재 업종인 광고 기획 5년까지 합치면 이십 대와 삼십 대의 대부분의 삶을 기획으로 흘려보낸 듯합니다. 삼십 대 막바지에서 시작한 연극 기획을 끝으로 이제는 연극 기획은 떠나겠다는 공약을 감히 하겠습니다. 나 역시 매너리즘에 자꾸 빠지는 것 같아서입니다. 또한 나에게는 감출 수 없는 배우에의 욕망이 자라고 있습니다. 다음 공연에서는 새로운 꿈을 갖고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극을 한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 알렸습니다. 반응은 보통 두 가지 형태로 나오더군요. "너, 참 여유 있다", 또는 "돈 좀 벌었구나, 시간 많구나"…. 많은 사람이 ‘여유’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과연 무엇을 즐길까요? 때로는 이 즐기려고 시작한 연극이 스트레스를 불러옵니다. 게다가 경제적인 수익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참가자 개개인들이 충당한 비용으로 연극을 제작합니다. 기획을 맡은 나로서는 이 또한 스트레스입니다. 그렇다고 전문 공연기획사처럼 발 벗고 나설 수도 없는 어설픈 위치가 바로 우리 입장입니다.
우리는 매주 늦은 밤에 만나서 새벽녘에야 연습을 마치고 헤어졌습니다. 인간적으로 너무 가까워서 만남 그 자체가 좋은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 이번 공연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이였습니다.
"우리에게 연극 한 편이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이것이 나의 이번 연극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하나의 과제였습니다. 실질적으로 한편의 연극공연으론 사회에 줄 수 있는 일은 매우 미약할지도 모릅니다. 어쩜 전무 할지도 모릅니다.
아몽 라이어의 공연을 보러 오신 여러분!
혹 지금의 삶이 조금 힘드시다면 아몽 라이어 팀을 떠올려주세요. 그러면 조금은 힘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아몽 라이어 팀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어느 누구 하나 딱히 여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아몽 라이어 팀 안에는 경제적으로는 생존 자체가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이들이 연극을 한다는 자체가 어쩜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회에 나와서 배우고 몸에 익힌 것은 현실이라는 화법입니다. 그 무시무시한 현실과 동떨어진 연극을 합니다. 흔한 말로 답 나오지 않는 전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내일에 대한 꿈만은 간절합니다. 그 꿈이 있기에 오늘의 라이어는 태동했습니다. 그 라이어를 우리는 힘차게 밟고 일어서겠습니다.
아몽 라이어의 공연을 보러 오신 여러분!
여러분들이 잠시 잊었던 꿈을 이번 공연에서 혹 불러일으킬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이번 공연 기획자로서의 작은 소망입니다.
꿈과 함께 한 시간 사십 분 동안 마음껏 즐겨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몽라이어팀에게!
삼겹살 사주러 왔다가 배우가 된 문형형, 굿닥터 공연 이후 새롭게 재조명 되고 있는 용민형, 연습 때마다 산오징어와 멍게 먹느냐고 수고 많이 했어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수혜자 순연, 금경, 경민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티켓을 너무나도 열심히도 팔아준 우리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도 큰절을 올립니다.
그럼 2004년에 뵙겠습니다.
아몽 라이어 기획자 김영진
공연 취지(마포문화체육센터 제출용)
극단 아몽은 아주대학교 연극반 아몽극회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 연극인 단체입니다. 현재 전 단원 55명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연극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연령적인 분포는 74학번에서 96학번까지 폭넓게 다양한 직업, 계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정기 공연은 격년마다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감히 말하옵건대 대학 연극반 출신이 타 업종에 근무하면서 정기적인 연극을 하는 경우는 극단 아몽이 처음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1회 창립 공연 닐사이몬 작 '굿닥터'는 2000년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정보 소극장에서 공연했습니다.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계층이 아몽의 연극을 관람했습니다. 관객의 분포는 일반 직장인, 대학 연극반 학생들, 기성 극단의 단원들, 대학로를 그날 스쳐 지나간 젊은 연인들, 그리고 날마다 가슴 조이며 연극 연습을 지켜보며 함께 아파했던 아몽 단원들의 가족 등 다양한 관객들이 아몽 창립 공연에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창립 공연의 응집력과 저력으로 제2회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제2회 공연은 창립 공연 때와는 더욱 다른 차원에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우리가 다소나마 채울 수 있다면 그 길이 조금 힘들어도 기획해보자는 것입니다. 사실 다소 아몽 처럼 아마추어 같은 프로에게는 다소 벅찬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몽에게는 힘과 열정이 있습니다. 그 힘으로 현재 공연 연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극단 아몽은 일반 극단과 달리 영리가 목적이 아닙니다. 바로 그점 때문에 가능하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몽의 목표 설정에 맞는 극장은 바로 마포문화회관이라 판단했습니다. 더욱 많은 일반 관객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넓은 극장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상황도 고려했습니다. 그저 연극의 열정 하나만으로 뭉친 아몽의 단원들은 월 일정액의 회비로 극단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눈높이와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극장은 마포문화회관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몽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단 한 사람의 마포구민을 위해서라도 무료로 공연하겠습니다. 또한 마포 지역 신문에 나름대로 광고도 할 계획입니다. 연극 한 편으로 마포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마포구민의 문화 체험에 다소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몽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만의 축제가 아닌 함께 어우러진 공연을 하겠습니다. 제2회 공연 라이어는 이런 우리 취지에 상당히 부합하는 작품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극단 아몽의 모토는 가족, 동료와 함께하는 연극입니다. 그래서 공연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가족 직장 동료와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서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작은 행복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가정, 사회와 함께하는 연극- 그 길에 아몽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