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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수필가 Aug 13. 2024

내 젊음의 잡초

작전명 : 내 노래를  듣게 하라!

대학 연극반 시절 선배들은 후배에게 노래를 시도 때도 없이 시켰다. 그렇게 후배에게 무대 올라가서 노래를 하게 하곤 선배들은 바로 노래를 듣지 않았다. 심지어 떠들고 건배하고 그러면서 노래를 하는 사람들을 무척이나 어색하게 만들었다. 한 소절 듣고 딴청 하는 것이 기본 행동이었다. 난 어떻게 하면 이런 선배들이 노래를 끝까지 들을 수 있을까 연구했다. 삼태기 메들리를 응용해서 영진이 메들리로 불러도 봤다. 


  ‘행운을 드립니다. 여러분께 드립니다. 영진이가 퍼드립니다. 영진이 메들리, 영진이 메들리“를 시작으로 송창식의 왜 불러 등 몇 개의 노래를 연달아 부르는 식이다. 그런데 시작 부분에서는 관심이 집중되지만, 중반쯤에는 노래 실력이 나와야 하는데 박자, 음정, 리듬, 이런 것과 전혀 거리가 먼 나는 매우 벅찬 일이었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는 나의 노래가 주목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골몰했다. 방에서 거울을 쳐다보며 노래를 연습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번쩍하고 든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간단한 손동작 응용과 율동이었다.


  마침내 나훈아의 ‘잡초’로 노래를 완성했다. 잡초라는 곡을 선택한 이유는 곡에 높낮이에 리듬감이 있고 내가 얼추 따라 불러보니 쉽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충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먼저 노래하기 전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양쪽으로 나눈다. 그러면서 내 손을 올려서 엄지손가락과 중지를 부딪쳐 ‘딱’ 소리를 크게 낸다. 


  “여러분은 이때 ‘악’하고 소리를 내시면 됩니다. ‘악’ 소리가 작으면 노래가 자동으로 중단됩니다. 거의 열광적인 소리 부탁드립니다.”


자 다시 정리하면 이런 식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이 부는 언덕에’-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딸각 소리를 낸다. 그러면 사람들을 엄청나게 크게 웃으면서 '악'하고 소리 내며 반응한다. 만약 소리가 작으면 딸각 소리를 한 번 더 낸다. ‘이름 모를 잡초야’ 다시 이번에는 왼편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딸각 소리를 낸다. 역시 반응이 좋으면 한 번으로 마치고 약하면 몇 번씩 반복한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다가 1절 마무리될 때쯤에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이때는 양손을 다 이용해서 딸각 소리를 내고 내 몸은 반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 양손에서 딸각 소리를 내고 보고 있는 사람들은 ‘악’ 소리를 내게 한다. 이렇게 노래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할 수밖에 없으니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영진의 ‘잡초’라는 노래는 관객들과 함께 하는 완주의 노래로 자리 잡게 된다.  


  잡초를 이렇게 부르고 내 자리로 돌아오면 나름 큰 시합이나 치른 선수처럼 숨도 가쁘고 힘들다. 그런데 무엇보다 즐겁다. 그 이유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모두가 함께 신나서 웃기 때문이다. 


  잡초의 노래 가사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실제 가사와 달리 이름난 ‘잡초’라는 노래의 주인이 생긴 꼴이다. 나의 외모는 나훈아에서 너훈아로 전이된다고 할 정도로 한때는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거기다 노래를 ‘잡초’를 한다고 하니 딱 너훈아였다. 


  이래서 내게 ‘잡초’는 잡초가 아닌 아주아주 창의적으로 자리 잡은 화초였던 것이다. 그래서 잡초와 화초의 운명은 한 끗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잡초’는 내게 기쁨이요 즐거움이요, 선물이다. 한번 상상해 보라! 상당한 몸치인 내가 몸을 움직여서 노래를 한다는 자체가 코미디가 아닌가? 오늘 밤 가족들에게 ‘잡초’를 오래간만에 율동과 함께 들려주어야겠다.


성동문화재단에서 꿈꾸는 연극에서 가수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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