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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수필가 Aug 13. 2024

나의 신혼일기

라디오를 타고 인터뷰까지 했던 나의 신혼일기 "첫날밤 작전 명령 SOS"

mbc 라디오 “강석, 김혜영 싱글벙글 쇼” 신혼일기 편에 사연이 채택되어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했다. 공중파 방송 첫 출연이었다. 덤으로 백화점 상품권 오십만 원과 각종 상품을 함께 받았다. 강석님이 내 편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똑같이 그래도 읽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떨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혼 십 주년 때였고, 아내에게는 이벤트를 위해 사전에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바로 밑에 부터가 본문의 시작이다.



나의 신혼일기

내가 원래 꿈꾸었던 신혼 첫날밤은 이런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결혼식 당일 술을 먹기 위해 신혼여행을 다음날로 미루었다. 양수리에 있는 르네상스식으로 건축한 모텔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아예 방을 두 개 잡았다. 하나는 우리 부부가 이용할 특실 또 하나는 친구들이 머물 보통실이었다. 사실 두 개의 방값을 합쳐도 서울의 무궁화 몇 개짜리의 호텔보다도 가격은 저렴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친구들의 축하가 없는 첫날밤은 무의미하다고 여기며 기획한 이벤트였다. 친구들과 우리 부부의 만남, 부부에 있어서는 우리에게 선배인 친구 부부들 경험 등을 안주 삼아 이야기하며 일종의 특실이라고 하는 큰 방에서 놀았다. 안주는 집에서 준비를 해주셨고 술은 친구들이 장만했다. 새벽 3시가 돼서야 술자리는 파했다. 그래도 이 시간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여기며 일어섰다. 친구들의 배려로 우리 부부는 큰 방을 멀리하고 딱 둘이 머물 수 있는 작은방에 들어갔다.


“잘해라, 잘해 응”

친구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작은방에 들어왔다.

우리 부부는 순서를 번갈아 가며 목욕탕에 다녀왔다. 내가 침대를 지키고 있을 차례에 사연 깊은 청심환을 먹었다. 청심환을 이렇게 빨리 씹어서 먹어보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다. 아내가 준비해 온 파란색 바탕의 잠옷과 빨간색 배경의 잠옷을 각각 입고 있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첫날밤을 맞을 준비는 공정률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었다. 분위기와 기분을 잡아야 하는 시간이 점차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친구들의 문 앞에서 시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도 마음의 채비를 했다. 친구가 준비해 준 와인으로 분위기를 한껏 살려보았다. 그리고 실내의 불은 모두 끄고 갓등에 있는 조명만 살려두었다. 침대 옆 티 테이블 의자에 둘이 나란히 앉아 있다. 포도주로 건배했다.


“축하해, 결혼, 이제 우리 둘만 있네.

나의 야릇한 미소에 아무 말이 없는 아내는 포도주만 한 번에 마셔버렸다. 떨린 긴장의 순간이었다. 나 역시 침이 말랐다. 평소 오늘을 얼마나 학수고대하며 기다려왔는가? 그러나 그 침의 마름은 의미가 사뭇 달랐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참으로 힘겨웠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한다. 부부이니깐.

“이젠 우린 부부가 되었어. 앞으로는 서로가 의지하며 살아가야 해. 그러려면 서로에게 거짓을 하면 안 될 것 같아. 부부잖아.”

일단 한 박자 쉬고 나머지 얘기를 어렵게 붙여 이었다.

“그래서 하는 얘기인데…. 저-저-저, 허-리 마사지 좀 해줄래. 아니면 파스나 붙여 주던가.”


내 가방에 따로 준비해 온 파스 등을 꺼내면서 말했다. 내 진지함과는 달리 아내는 히죽거리기만 했다. 어제 내게 일어났던 사건의 자초 지경을 설명했다. 

그것은 결혼식 전날 집에서 분가하기 위해 이삿짐을 나르다가 그만 허리를 다쳤다. 군대에서 이미 다쳤던 허리가 또다시 무리해서 또 삐걱거린 것이다. 허리 고장은 그날 음식 장만을 하기 위해 모인 친척들에게도 우환이자 재미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신랑 구실할 수 있겠니, 빨리 가서 침이나 맞고 와라.”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한의원을 한 번에 뛰어갔다.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각이었다. 혹시 문을 닫지 않았을까 하는 내 조바심과 달리 D한의원은 나의 출입을 허용했다.

“침 안 놓는데요. 술을 먹고 있거든. 혹시라도 실수하면 안 돼요”

예전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한의원이었다. 사무장이라는 분과 원장님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 내 허리도 필요할 때 이 모양이지만 한의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다른 한의원을 찾아보았다. 역시 문들이 굳게 닫혀있었다. 이 지역에서 현재까지 사는 토박이지만 이 시각에 한의원 하나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어쩜 내 허리를 마음 놓고 맡길 데가 없는 것이었다. 

시험 합격해서 들어오겠다고 큰소리치며 나갔다가 집에 떨어져서 들어가는 딱 그런 기분이었다. 그러나 불합격 같은 소식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침 맞았니?”

“예, 벌써 허리 돌림이 틀린 데요. 한결 수월해요”


어머니는 내 답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시더니 황급히 무언인가 꺼내 들고 나오셨다. 그러더니 나에게 건네셨다. 주위에 친척들은 그렇지 않아도 매사에 호기심 많으신데 어머니의 행동은 더욱 더 친척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아예 일손을 놓고서 기웃거리셨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심환과 정체불명의 알약이었다. 평소 어머니가 갖고 있던 지론은 청심환이면 모든 병은 통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리고 이상한 검은 약은 어머니가 경동시장에서 주문해서 먹은 일종의 가정상비약이었다. 어머니 처지에서는 몸에 좋고 모든 병에게 통한다는 점에서 둘러치나 메어치냐였다.


“너 엄마밖에 없다. 신랑 구실 제대로 못 할까 봐 저런 것까지 챙겨주네”

이 소리에 주위에서는 까르르 이상의 큰 웃음소리가 퍼졌다. 난 몹시 무안했고 그 중심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아내에게 여기까지 설명했다. 나는 머리를 침대 쪽으로 향해서 누워있었고 아내는 내 허리를 마사지하면서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 시간이 삼사십 분 흘러갔다.

아내의 마사지 효험 덕택인지 그 후 첫날밤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허리를 이용하지 않고 첫날밤을 지낼 수 있다는 진리를 몰랐다. 둘째 날도 마사지, 셋째 날도 그렇게 신혼여행을 보냈다. 훗날 알고 보니 허리 고통을 이겨내면서 보낸 신혼여행에서 우리의 2세도 갖게 되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 배가 불러진 아내가 말했다.

“우리 애는 허리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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