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에피소드, 삶은 기획이다
선영아, 사랑해~라는 티저 광고가 한때 굉장히 선풍적인 관심을 끈 일이 있다. 지금 생각하니 놀라운 것은 이 광고 콘셉트를 내가 먼저 했다는 사실이다.
1985년쯤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주로 나는 기획을 맡았다. 회장이 되자 나는 유래 없었던 토요일 공연을 기획하고 홍보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그때 했던 나의 홍보 방법이 바로 선영아 사랑해 같은 식이었다. 공연 한 달 전부터 홍보를 시작했는데 A4 종이에 “유리동물원”이라는 글자만 크게 써서 연극반원들에게 학교 곳곳에 심지어 화장실까지 도배하게 했다. 아주대 근처 고등학교에도 붙였다. 점차 공연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도대체 유리동물원이 뭐야?’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은 커져만 갔다. 이주일 전에는 포스터와 티켓을 만들고 광고도 실었다. 쫑파티 장소도 우리가 단골로 했던 소극장 무대에 벗어난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윈윈 전략이었다. 토요일 공연은 대박이 났다. 앉을자리가 없어서 계단에도 찰 정도로. 이 일로 나는 ‘기획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고 졸업 후에 선거 기획을 하게 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보너스 기획까지 하게 되었는데 바로 연애 기획이었다.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결혼 후 시작한 사업은 광고기획사였다. 회사 창립 주년 같은 행사 기획, 관내 센터들의 개관식 등 다양한 행사 기획부터 기업의 이미지나 제품 광고까지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놓치고 싶은 않은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유머와 호기심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어쩜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나의 닉네임은 play(연극)+runner(달리는 사람)를 합성한 PLAYRUNNER(플레이런너)이다. 이 단어 속에는 planner, 즉 기획자라는 단어도 발견할 수 있다. 내 글이 어휘력, 문장력, 수사력까지 별로라는 것을 안다. 다만 솔직하게 나의 일상을 수필처럼 기록하면서 삶이 기획인 것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여기서 공유해 보고 싶었다. 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이들이 연락해 오면 마장동에서 커피 한잔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더 나아가 지역 특산물인 마장동 한우를 맛보며 인사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 “기획의 마술사, 김영진의 기획이 있는 삶”의 서두를 마치면서 첫 번째 독자가 될 아내에게 감사함을 먼저 전한다.
2024년 8월 10일 토요일
큰 대문 집 마장동 김 씨, 영진.
#기획
#아주대학교
#연극반
#동아리
#마라톤
#기획사
#마장동
#마장동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