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그곳에서 한 달에 한번 나는 변신한다.
아주 오래전에 상왕십리역으로 가다가 우연히 미용실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들어갔다.
나에게 원장님이 묻는다.
“원하시는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그냥 짧고 예쁘게 해 주세요”
나의 대사는 늘 한결같았다. 반곱슬머리가 자라면 산발한다. 거기다 평소 관리도 영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 다 됐습니다”
눈을 뜨니 나의 헤어스타일이 마술처럼 변신했다.
그날 집에서 아내가 어디서 만졌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정보를 주었다. 그다음은 우리 애들까지 가족이 전부 함께 갔다.
나 역시 다른 헤어숍에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늘 머리를 자르고 나면 원장님께 부탁해 꼭 사진 한잔 찍는다. 내 기분을 업 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다.
그 후 이 헤어숍은 사옥을 대규모로 확장해서 지금의 도선동으로 이전했다. 영화 ‘효자동이발사’의 성한모(송강호역)가 동네 지역에서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듯이 도선동에는 이 원장님이 이웃들의 헤어를 위해 ‘성은’을 베풀고 있다.
이 헤어숍의 이름이 바로 ‘성은 미용실’이다.
성은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드라마에서 자주 인용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가 바로 생각난다. 내가 아는 단어 풀이는 이것이 전부이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궁금해서 아주 아주 오래전에 물어본 적이 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 이름이 성은입니다.”
사전적 의미의 성은(聖恩)은 임금의 은혜, 하느님의 거룩한 은혜라는 뜻이 있다. 사전의 두 번째 풀이는 성은(盛恩) 풍성한 은혜였다. 풀이의 공통점은 은혜였다.
아하! 이곳은 바로 은혜로운 헤어숍이었던 것이다. 실은 하느님의 은혜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할 정도면 믿음의 강도는 상당하겠다 싶다.
같은 성동구에서 활동하는 원장님과 나는 상공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에서도 자주 본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주인장의 베풂과 봉사를 알았다.
올해 성동상공회의소 23기가 한양대에서 개강하였다. 45명이 입학했다고 한다. 그런데 성은 원장님이 자그마치 여덟 명을 추천했다고 한다. 난 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놀랬다.
원장님은 내가 알고 좋은 것을 지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서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에 전도로 많이 하나 싶다.
늘 웃음 짓는 미소와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그녀가 믿는 하느님의 은혜일 수 있겠다 싶다. 거기다 원장님은 패션 감각도 있다. 원색의 옷을 과감하고 멋지게 소화한다.
난 오늘도 성은 원장님에게 나의 머리를 ‘성은’ 받고 싶어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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