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초청 이벤트

미소식당 오픈합니다

by 금자

그녀는 집에 오자마자 식탁에 앉았다. 오늘 아침 끓인 잼이 파는 용도는 아니었지만 팔려버려서 내일 아침 일찍 잼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때문에 내일 농수산시장이 하는지 찾아봐야 했다. 다행이다. 내일모레부터 휴일이구나. 걱정 하나가 접어들었다. 접어들으면 뭐 하나, 넘어야 할 산이 앞에 있는데. 아이들이 보고 싶은 마음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노트북을 켜고 공책을 열었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메모지를 하나하나 뜯었다.

“분리수거: 화, 토”

“어머니 전화번호: 010-xxxx-xxxx”

“약통 비밀번호: 0391”

그중에서도 가장 밑에 구겨져있는 게 있었다.

“작가 초청 이벤트”

그녀가 식당을 열기 전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울 때부터 계획한 일이다. 불가능한 가능성이 크지만. 계획은 그러하다. 이벤트에 신청한 사람들이 책을 선정하여 작가를 초청하는 것이다. 초청 후 작은북콘서트를 열고 신청자들이 책과 관련된 음식을 해서 같이 먹는 이벤트.

이탈리아에서 그녀가 요리를 배우며 고독을 채우는 건 동화와 소설이었다. 그리고 내 미래를 지탱해 줄 거라 믿었던 요리만이 그녀를 위로했다. 공기마저 그녀에게 차가웠던 그 시간들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다음날 그녀는 새벽 시장에 있었다. 잼을 만들 사과와 딸기를 사러 왔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여자 혼자 들기에는 충분히 무거웠다. 헉헉.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로 가게에 들어와 과일을 마구마구 냉장고에 넣었다. 냉장고에서 나오는 잠깐의 냉기는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리곤 창문을 열었다. 후끈한 기운이 들이닥치면서 가게 안 공기를 눌렀다.


부지런하게 오픈 준비를 했다. 만들어놓은 생지를 늘어뜨려 크로와상의 모양을 잡고 오븐에 넣었다. 햄은 가지런히 썰고 양상추도 깨끗이 씻었다. 커피 원두도 채워 넣고 볶음밥용 김치도 송송 썰었다.

8시 정각, 가게 앞으로 가서 팻말을 돌렸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움켜잡고 팻말 옆 유리창에 종이를 붙였다.

“요리치료 프로그램, 문학을 요리하다.”

-날짜: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6시/ 시간은 초과될 수 있습니다.

-모집 기간: 7월 9일~17일

-신청 방법: 메일: yevpl@smile.com/ 성함과 나이, 연락처, 사연을 같이 보내주세요.

-참여자와 상의하여 책을 선정한 후에 주제와 분위기와 맞는 요리를 같이 계획하고 만드는 프로그램

-다음 달부터는 작가 초청할 계획

-성인만 참여 가능

-재료비: 15000원


참여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휴. 그리고 그녀는 매장으로 돌아와서 카운터에 앉았다. 새벽부터 일어난 자신에게 칭찬하며 힘을 내기로 했다.

달그락. 오늘도 푸른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어제 본 옆집 아주머니였다.

“아가씨, 오늘도 오셨네요. 어서 오세요!”

여자는 가게에 아무도 없냐는 듯 물었다.

“방금 오픈했거든요, 뭐 필요하세요? 마실 거 드릴까요?”

“언니 나 그럼 크림치즈 브런치 세트 주세요. 아메리카노로요.”

브런치 세트를 주문받았다. 도마 위에 올린 파를 송송 썰었다. 설탕이 듬뿍 들은 크림치즈에 파를 얹어 부드럽게 섞었다. 원두를 가는 소리와 함께 아메리카노를 내렸다. 식당 안에는 산미 가득한 커피 향이 맴돌았다. 한번 구운 크로와상을 더 바삭하게 구워 자른 후 크림치즈를 발랐다. 햄과 루꼴라를 사이에 넣었다.

“커피랑 크림치즈 브런치 세트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때 문 앞에 붙어있는 이벤트 종이를 본 여자가 다가와 테이블에 앉았다.

“언니, 저기 붙어있는 이벤트 저도 해도 되는 거예요? 이런 이벤트는 처음 봐요. 아무나 신청이 가능한 건지, 가능하면 해보고 싶네요.”

드디어 첫 신청자였다. 그녀는 들뜬 마음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네, 그럼요. 물론이죠. 책 좋아하세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에요. 이 기회에 친해져 볼까 해서요. 이메일로 보내면 되는 거죠?”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한 말씀을요, 네!”


신난 걸음으로 살랑살랑 걸으며 카운터로 돌아왔다. 그녀의 노란 체크무늬 앞치마가 오늘따라 빛나보였다. 걸음을 멈춘 곳은 어제 왔던 남자의 명함이 눈길에 닿는 곳이었다. 생각의 가장자리는 그였다. 다른 이였으면 그냥 넘겼겠으나 망설여진 이유는 그가 작가라는 점이었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의 작가 한승엽. 나에게 왜 명함을 남기고 갔을까, 일손이 무슨 의미였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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