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형수 May 28. 2024

화장실은 앉아서 사용해 줘

나랑 친한 친구 몇 명은 일본 사람이다.

나랑 친한 친구 몇 명은 일본 사람이다.

나는 일본에 머물러야 할 때면 그 친구집에서 생활을 한다.

그 친구의 이름은 고다. 이름은 고 고, 성은 고무로. 고무로 고.


새로 이사 간 고네 집에서 일주일간 머물 때의 일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친구집에 가면 항상 그대로 있다가 그대로 나오는 편.

그리고 까다롭지 않은 라이프스타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을 잘한다.

친구 고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에게 거리낌 없이 자신의 집 열쇠를 주는 것이다.


첫날

"뜨거운 물.. 이 보탄(버튼)을 눌러, 화장실은 앉아서 해줘"

거리낌 없이 지내는 나에게 평소와는 다른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


고의 서투른 한국어 덕에 우리 서로는 한국어 50% 일본어 50%로 소통을 한다.

어떠한 주제건 최소한으로 주고받는 대화로 마무리되는 편이기 때문에 나머지 공백은 상상으로 채워 나간다.

바빴던 일본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 5일째 되던 날,  그날도 역시 쭈그리고 앉아서 이곳저곳 몸에 비누칠을 하던 나는 문득 그런 의문을 가졌다.


'왜지? 왜 앉아서 씻어야 하는 거지?'

'가깝게 붙어있는 옆집 창문에서 이쪽의 화장실 내부가 보여서 그런 건가?'

'서서 씻다가 벽으로 물이 튀면 누수 문제가 있어 안 되는 걸까?'


처음엔 무심코 들었던 말이었고 그렇게 불편하지 않아 별생각 없이 5일 이 지난 뒤 그제야 가벼운 궁금증이 꼭 알아내야 되겠다는 의문으로 바뀌었다.

수건으로 몸을 닦자마자 고에게 달려갔다.


"고, 도대체 왜 앉아서 씻어야 되는 거야? 어렵진 않는데 궁금해서"

질문을 던졌고 고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앉아서 씻었어?.. 왜?"


"네가 앉아서 씻으라며"

나는 한국말로 차근차근 천천히 설명을 했고 고는 웃으며 말했다.

"치가우, 치가우, 아니, 아니. 이거 화장실 말고 저거 화장실."


그렇다. 고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었다.

소변을 앉아서 보라는 것이다.

변기만이 있는 작은방이 따로 있는 일본집,

'그렇지 그것도 화장실이라고 불러야지.'

5일 동안 쭈그리고 앉아 몸구석구석을 닦는 내 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날 밤에는 서서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이전 09화 방금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