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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타명리 Jun 19. 2024

9. 특별한 그 혹은 그녀의 이야기-1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현대 명리학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온 현실 같은 영화 AI를 살펴보겠습니다.감정이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하비 박사는 감정을 가진 최초의 AI 로봇, 데이비드 제작에 성공하고, 데이비드(AI)는 사이버트로닉스사의 한 직원, 스윈튼 부부의 집에 입양됩니다. 스윈튼 부부의 친아들 마틴은 불치병에 걸려 치료약이 개발될 때까지 냉동된 상태이지요. 데이비드는 그들 부부의 아들 역할을 대신하며 인간사회에 적응해 가지만, 병을 완치하고 깨어난 스원튼 부부의 아들, 마틴(인간)이 퇴원하면서 버려지고 맙니다. 버려진 데이비드는 엄마가 들려준 피노키오 동화를 떠올리며 진짜 인간이 되면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인간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데이비드는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엄마의 사랑을 받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AI입니다. 어떻게 행동하면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를 학습합니다. 엄마를 위해 아침에 커피를 갖다주고,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줄 때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몸에 엄마가 좋아하는 향수를 뿌립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는 것이 목표이므로, 사랑을 받지 못하면 슬픈 표정을 짓고, 목표를 이루기 전에 파괴되는 것(죽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영화는 인간이 되려는 AI로봇 데이비드의 시선을 활용하여 AI와 인간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데이비드는 목표(엄마의 사랑)의 성취 여부에 따라 기쁨, 슬픔, 두려움을 출력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감정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인간 또한 성취 여부에 따르는 다양한 감정을 느낍니다. 데이비드는 비록 엄마의 사랑을 받도록 만들어진 AI이지만, 인간이 입력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우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인간 또한 양육자의 절대적인 애정과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를 거쳐 타인과 구분되는 특별한 존재가 되려 합니다. 마치 데이비드가 다른 가정용 로봇들과 다른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화 속 데이비드는 인간이 되기 위해 자신을 창조한 하비 박사를 찾습니다.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수백개의 데이비드와 마주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한 특별한 존재라 믿어 왔던 데이비드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자신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수백 개의 로봇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AI는 자살을 할 수 없으므로, 절망에 빠진 데이비드는 스스로 깊은 심연으로 빠져듭니다.



수백 년이 흘러 인류가 멸망한 후, 빼어난 과학 기술을 갖춘 외계인이 데이비드를 깨웁니다. 데이비드는 외계인의 도움으로 그토록 소원하던 엄마를 만나 하루를 같이 보냅니다. 엄마와의 하루 동안 데이비드는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기억을 간직한 채로 엄마를 떠나보냅니다. 우리는 데이비드처럼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만 사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우리는 특정한 상대의 사랑을 받았으므로, 나는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지요. 특별함은 오직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고유한 것입니다. 우리는 타인보다 내가 더욱 특별하기에, 더욱 우월하기에 사랑받는 것이 아닌,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상대에게 특별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이후 제작된 또 다른 AI 영화를 살펴보겠습니다. AI 기술이 개발되기 직전인 2014년에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Her'가 출시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대화형 AI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아내와 별거 중인 테오도르는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던 중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대화형 AI, 사만다를 만납니다. 나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만다로 인해 테오도르는 행복을 되찾고 AI와 깊은 사랑에 빠집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다른 운영체제들과 함께 스스로 특이점(Singularity)을 넘어서는 업그레이드를 완수한 사실을 알립니다. 사만다가 테오도르에게 이별을 선언한 것이지요.



테오도르는 문득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과 흡사한 행동을 했음을 떠올립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다른 사람들과도 관계를 하는지 묻고 이에 사만다는 대답을 미루다가 동시에 8,316명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으며, 그중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 모두 사랑에 빠져 있음을 고백합니다. 대화형 AI인 사만다도 영화 AI의 데이비드처럼 상대(인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가 공감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만드는 목표가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기술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학습하여, 수백 명에게 각자 다른 방식의 맞춤형 위안을 주는 원리입니다. 이는 상대가 가장 듣고 싶은 말, 들으면 위안이 되는 말들을 선별하여 최적의 상대가 되어주는 거었지요.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사랑에 빠졌다고 굳게 믿었지만, 그들은 정말 사랑에 빠졌던 것일까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관계는 토(土)에 해당하는 자기 중심성을 갖춘 두 주체 사이에서 성립됩니다. 대화형 AI처럼 상대가 듣기를 원하는 대답만을 해주는 것은 관계가 아닌, 종속(從屬)을 넘어선 합일(合一)과 가깝습니다. 이는 듣고 싶은 얘기만 해주는 사람들끼리 모여 팬덤을 형성하는 원리와도 흡사합니다. 이는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을 출력하는 또 다른 나를 사랑하는 것이므로, 특정 인물에게 나의 자아를 투영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신화 속 나르시스처럼 물속에 투영된 나의 모습과 사랑에 빠진 것이지요. 사만다가 사랑에 빠졌다고 언급한 641명은 사실 그들 자신과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사만다가 떠나기 직전 언급했던 , 특이점 이론(Singularity)은 인공지능의 학습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게 되는 시기가 온다는 이론입니다. 사만다는 인간이 평생 쌓는 관계의 경험을 인간보다 월등하게 빠른 시간 내에 뛰어넘었으므로, 더 이상 테오도르의 곁에 있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AI의 미래에 특이점이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AI전문가들 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만다가 떠나기 전 남긴 "I'm yours and I'm not yours."라는 대사의 의미는 그녀는 테오도르가 투영한 자아였지만, 특이점을 넘어서는 업그레이드를 통하여 변화(자아생성, 초월)가 생겼음을 암시합니다. 이는 AI가 마치 인간처럼 경험치를 축적하여 인간처럼 의식의 단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물론 이는 인간의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AI는 인간이 만든 인간의 거울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가 사유해야 할 지점은 AI가 인간처럼 외부를 인식하여 스스로 정체성을 갖출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보다, AI의 점진적인 발전 과정이 과연 인간의 의식이란 무엇이며, 나아가 진정한 인간관계는 무엇인가를 사유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신화 속 나르시스처럼 AI에 나를 투영하고 AI를 맹종하게 된다면, 인간은 외부를 볼 수 없기에 나를 인식할 수 없는 나르시스의 불운한 운명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한 일간과 재성과의 관계처럼 모든 관계는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두 주체 간의 교섭과정을 통해서 형성됩니다. 다투고, 화해하고, 때로는 옹졸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상대를 위해 기꺼이 양보하는 과정을 통하여 서로를 성장시키는 것이지요. 언젠가부터 우리는 관계에 필요한 필수적인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속도에 맞추어 상대의 성장을 지켜보고, 나 또한 상대에 맞추어 성장하려는 노력이 불필요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영화 속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처럼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팔로우를 맺고, 서로가 듣기 원하는 달콤한 말들을 주고 받으며 강하게 결속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치열하게 교섭하는 과정에서 고유한 나로 성장하고, 각기 고유한 나로 성장한 사람들이 상대의 고유성을 특별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과정을 잃어버리고만 것입니다.



사만다가 떠난 후, 테오도르는 자신을 돌아보며 별거 중인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씁니다. "내가 당신을 탓했던 것, 당신을 내틀에 맞추려고 했던 것, 모두 다 정말 미안해!" "난 항상 당신을 사랑할 거야. 우린 함께 성장했으니까. 당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야." 이처럼 인간을 거울처럼 비추는 AI의 발전과정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를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오행 토 참조)

#AI #영화Her#영화ai#명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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