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현대 명리학
대인관계의 무능력이 만든 현대 사회는 오직 나의 자아를 투영할 대상만을 물색하게 만듭니다. 2000년 등장한 인터넷 커뮤니티 오유(오늘의 유머)는 현재의 커뮤니티 문화와는 다르게 회원들 간 예의와 원칙을 존중했습니다. '유머라도 이건 좀 보기 불편하네요.'라는 댓글이 곳곳에 보일 만큼 진지하게 토론하는 공간이었지요. 물론 은어 사용은 금기되었으며, 수 차례 벼룩시장을 열어 수익금의 일부를 나눔의 집에 기부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세력을 확장합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성향 회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 초창기, 상대에 대해 알 수 없는 유저들 간의 깍듯한 예절은 일부 사람들에게 마치 조선시대의 고루한 사대부 문화처럼 비추어집니다. 이러한 문화에 반발하는 유저들이 모인 사이트가 2010년 등장한 일베(일간베스트)입니다. 이들은 성소수자, 여성, 진보성향 정치인을 향한 직설적인 조롱과 혐오 표현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일베 유저의 시선에서 오유는 위선을 일삼는 집단으로 비추어진 것입니다. 오유를 향한 강한 반발심과 적개심으로 결집한 일베는 결국 극우주의 성향으로 치닫습니다. 오유는 여성회원의 비율이 40% 정도로 사이트 내 여성비율이 절반에 가까울 만큼 높았지만, 일베 회원의 대다수가 남성일 정도로 일베 사이트와 오유는 극명한 성향적 차이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2015년 일베와 정반대 성향을 보이는 여초 사이트 '메갈리아'가 탄생합니다. 남초 사이트(일베)를 향한 반발심으로 탄생한 메갈리아는 여성을 향한 혐오 표현과 상응하는 남성을 향한 과격한 표현으로 맞대응합니다. 이는 상대의 단점을 그대로 비추는 행위인 '미러링’입니다. 메갈리아의 활동은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의 행태를 보여주어 각성을 이끌고자 한 시도였지만, 메갈리아는 일베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들은 일베처럼 온라인 활동에 그치지 않고 집단행동으로 온라인 밖의 세상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메갈리아 회원들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강남역 시위를 필두로 오프라인에 등장했으며, 적극적인 페미니즘 운동으로 발전합니다. 2016년을 기점으로 페미니즘이 약진하며 정치적 세력화를 이루자, 젊은 세대의 남성들은 큰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남성들에게는 페미니즘처럼 나의 신념을 주장할 수 있는 논리와 이념적 깃발이 부재했으며, 당시 약진한 페미니즘 물결은 다양한 계층의 남성들까지 참여하여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큰 지지를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남성들은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이념과 명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일부 소수 무리는 남성 연대로 연대했지만, 강력한 페미니즘의 위세에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속한 그룹을 대변하여 적대적 혹은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 그룹을 향해 공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기질을 상관(傷官)이라 합니다.상관은 상대적 우월감을 증명하려는 호승심이 강하여 정부에 저항하는 시민운동가, 스웨그를 주 무기로 삼는 래퍼의 사주에 많은 십신입니다. 의견이 다른 주체 간끼리 교섭하는 과정을 익히지 못한 현세대는 자신을 표현하는 목적이 상대를 꺾으려는 호승심의 발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대갈등, 노키즈존, 층간소음등과 같은 문제도 이와 같은 원리의 연장 선상입니다. 이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나와 유사한 조건을 갖춘 무리와 연대하여 대척점에 놓인 상대 무리와 갈등하며 대립합니다. “꼰대 주제에 이래라저래라 하네”, “시끄럽게 아이들을 공공장소에 데리고 나오다니”, “이 시간에 세탁기를 돌려?” 또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를 적으로, 통제가 쉽지 않은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내 소중한 시간을 소음으로 방해하는 이웃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관계의 부재(재성의 부재)는 이처럼 타인과의 관계, 집단과 집단과의 관계 능력을 파괴합니다. 세대가 다른 무리들이 함께 도출해야 하는 결과는 경험치가 많은 기성세대의 지혜와 재기 발랄한 현세대가 협력하여 공동의 파이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통제가 어려운 아이는 사회와 양육자가 협력하여 사회 규칙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도와야 합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한국에서의 이웃 간의 소음은 완벽히 차단될 수 없기에 공존을 위한 규칙을 기반으로 이웃과 긴밀히 상의하여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관계성(재성)이 파괴된 우리에게 타인 혹은 대척점에 놓인 집단은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이질감만 불러일으키는 혐오의 대상인 것입니다.
페미니즘을 향한 반발심과 더불어 위기의식을 느낀 젊은 남성들은 젊은 정치인 이준석에 주목합니다. 그는 논리적이며 수려한 언변으로 상대 진영(페미니즘)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페미니스트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에 젊은 남성들은 열광했고, 이준석은 이대남의 아이콘으로 급 부상했으며, 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최연소 제1야당 대표로 당선합니다. 이어진 대선에서 그는 윤석열의 당선에 크게 공헌합니다.故노무현의 막역한 친구이자 비서실장 출신 문재인과 故 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지지하는 팬덤이 치열하게 대립했던 18대 대선은 박근혜 진영의 근소한 승리로 막을 내렸으나, 박근혜는 최순실 게이트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퇴진합니다.
박근혜가 투옥되는 광경을 지켜본 보수 진영 지지자들의 상대 진영에 대한 적개심이 깊어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에 반기를 들고 나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등장합니다. 이에 페미니즘에 반감을 품고 이준석을 지지하는 2030 남성들이 가세하여 윤석열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전통적으로 2030의 표심은 진보진영이 우세를 보였으나, 남녀 사이의 적대적 갈등은 젊은 지지자들의 보수화를 이끌어냅니다. 문재인 정권이 검찰개혁을 위하여 조국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순간, 박근혜 퇴진과 투옥 과정을 지켜보며 누적된 보수성향 지지자들의 분노가 폭발합니다. 정권의 의도와 별개로,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 조국을 법무부 수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은 검찰을 장악하여 추후 발생할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인식됩니다. 조국과 그의 가족을 향한 수사는 광범위하게 진행되었고, 그의 아내는 구속 수감되었으며, 딸은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습니다. 이 모든 수사 및 재판 과정을 지켜본 반대 진영의 진보성향 지지자들은 여러 질곡의 과정을 거쳤으나 지난 22대 총선을 통해 조국을 향한 새로운 팬덤을 형성했습니다.
둘의 성격은 다르나 이준석과 조국이 보유하게 된 팬덤은 향후 한국 정치지형을 좌지우지하는 변수로 성장할 것입니다. 조국 지지층은 조국이 처한 상황과 이를 극복하여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자신을 이입합니다. 이들은 인구의 큰 파이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민주화 운동 세대)가 주를 이룹니다. 조국혁신당의 원내 제3당으로서의 입지는 이러한 팬덤과 더불어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층의 강력한 지지로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이준석의 팬덤은 베이비부머 세대와 대척점을 이루는 MZ세대가 주를 이룹니다. 지난 총선에서 MZ세대의 팬덤에 기반하여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한 이준석은 지역구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뒤집고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이 두 세력의 만남, 그 접점에서 앞으로 보게 될 장면들은 향후 기존 대한민국 정치에 없었던 새로운 장면들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양(陽)이 세력을 키워 정점에 이르면, 음(陰)이 모습을 드러내어 몸집을 불려 갑니다. 오유가 일베를, 일베가 페미니즘을, 페미니즘은 다시 이대남의 결집을 이끌어 내고, 보수층의 적개심은 진보층의 적개심을 이끌어 냅니다. 이와 같이 거대하게 부푼 진영의 특정 어젠다가 상대 진영의 어젠다를 비난하여 전복시키는 사회에서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관과 원칙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양측 진영 개체 모두 각기 자기 중심성을 갖춘 개인이 관계하며 목적을 타진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에(재성 역할의 부재) 각각의 진영이 협의로 도출할 결과도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진영이 서로를 오직 비난하고 혐오하는 행위에만 몰두하는 이유입니다. 공동체 모두가 자발적으로 추구하는공통의 명징한 목적성이 없는 경우, 마치 선호하는 연예인에게 자아를 투영하여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현상처럼, 정치인이 외치는 구호를 기점으로 유권자는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기 쉽습니다.
유권자에게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은 마치 현대의 연예인들처럼 나의 정체성과 자아를 확장시킬 이상향인 것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과 같은 강력한 권력을 가진 독재자에게 자아를 투영하고 그들의 힘을 추종하는 원리 또한 팬덤 정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정치 팬덤 현상은 중대하게 따져야 할 핵심 사안에 눈을 감게 만듭니다. 국가 공동체 이익에 보탬이 되고,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을 해결하고, 이후 나에게(내가 속한 집단에게) 실질적 이득을 줄 일꾼이 누구 인지 따져 보는 것이 아닌, 나의 자아와 추상적 이데올로기를 확장할 인물을 선택하게 만드는 원리입니다.
"자기 소외 없이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사심 없는 상태도, 어떤 결속력 강한 전체 속에 완전히 융화되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 자기 소외는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 만들어지며 거기에는 열광적인 증오도 포함된다. 개인이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전체와 일체가 되는 분위기는 증오심을 키우기에 알맞은 여건이기도 하다."
- 맹신자들/단결의 동인, 에릭호퍼-
팬덤으로 결집한 무리 속에서는 결코 유일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무리 속에 고무되어 상대편을 극렬하게 증오하느라, 정작 모두에게 무엇이 이득인지는 따져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원리입니다. 유권자의 팬덤화는 정치인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정치인은 명확한 공약을 약속하고 이를 완수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유권자가 열광할 만한 이벤트나 제츠처, 혹은 자극적인 멘트에 더욱 집중합니다. 명리학에서 대통령은 정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정관은 나를 규제하는 동시에 보호하는 공동체의 보편적 규율이자 원칙이며, 정관의 보편적 규율은 반드시 다수의 동의를 바탕으로 공동체에 군림합니다. 정관이 다수의 지지(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재성에 해당하는 성취 목표(정책공약)가 추상적이거나 모호하지 않고 실현 가능하도록 명징해야 하며, (재생관) 다수의 합의로 수립된 규율과 원칙을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하여 공동체의 안전과 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이처럼 국민이 기꺼이 준수하는 가치이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집행될 원칙과 규율(정관)은 후보 개인이 아닌, 후보가 약속한 공약이 되어야 합니다. 즉, 선거는 내가 얻을 실리적 이득을 따져보고 기꺼이 준수할만한 단기 원칙을 결정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명리학의 재성 생 정관의 원리이며, 팬덤정치에 휩쓸려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귀한 권리입니다.
*명리학 이론 살펴보기
(상관편 참조)
(정관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