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현대 명리학
특정 인물에게 나의 자아를 투영하는 팬덤현상의 폐단은 개개인으로서의 판단력 저하입니다. 특히 서로 다른 팬덤 간 경쟁 혹은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가 발생합니다. 해당 인물에 대한 비판 혹은 공격이 곧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지지하는 후보자의 선거 패배가 곧 자신의 패배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유입니다. 이렇듯 자아를 투영하여 나의 정체성을 의탁한 대상에게는 객관적 판단이 불가능해집니다. 쉽게 나의 자아를 타인에게 투영하는 우리에게 AI라는 강력한 변수가 새롭게 등장합니다.
2016년 3월 세계 최 고수 이세돌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바둑 대결을 앞두고 많은 이들은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가로, 세로 각각 19줄인 바둑판에 발생 가능한 전체 경우의 수는 10의 171 제곱으로 그 숫자를 표시할 단위조차 만들 수도 없을 만큼 커서 거의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기존 프로그래밍 기술로는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작업은 불가능하므로, 컴퓨터가 프로바둑 기사를 상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결과는 바둑팬들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최종 스코어 4:1로 이세돌에 승리했습니다. 당시 4번째 대국에서 이세돌에게 당한 1차례 패배가 인공지능 알파고가 공식전에서 기록한 유일한 패배일 만큼, 이후 알파고는 모든 프로 기사들과의 대결에서 전부 승리합니다. 알파고는 온라인을 통해 동시에 수십, 수백 명의 기사들과 바둑 대결을 펼쳐, 며칠 만에 한 사람의 바둑기사가 평생 대결한 것보다 훨씬 많은 대결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수십만, 혹은 수백만 번의 대결 경험을 통해 각 경우의 수에 대응하여 가장 승리 경험이 많았던 수를 선별하여 기억합니다. 알파고는 바둑에서 최선의 수를 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백만 번의 경험 중에서 가장 승률이 높았던 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모집단의 범위가 크고 넓을수록 실제 투표결과치에 근접하는 것처럼,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학습 경험을 짧은 시간에 실행하여 압축하는 방식으로 최선의 결과치에 근접하는 것이지요. 학습 경험을 압축하여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시험을 치거나 과제를 작성하는 인간의 두뇌와 AI의 학습방식은 차이가 없습니다. 인간보다 엄청난 에너지(전기)를 소모하는 만큼, AI는 방대한 자료를 단시간 내에 학습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으며, 훨씬 더 많은 자료를 학습했기에 인간보다 시험 성적이 우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처럼 AI가 항상 인간보다 나은 결정을 내린다는 믿음이 지속되면, AI가 내린 결정을 비판 없이 맹신할 수 있습니다. 특정 정치인에 자아를 투영하는 경우, 우리는 해당 정치인의 공약 혹은 정책 수립과정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이미 AI가 인간계 최고수들을 모두 제압해 버린 바둑은 AI가 두는 수가 곧 정답이 되었습니다. 프로기사 간 대국 장면에서 해설자는 기사들이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AI라는 바둑의 신(神)에게 정답을 물어봅니다. 바둑 기사가 AI가 제시한 정답과 다른 수를 두면 그 수에 대한 비평을 하지만, AI가 제시한 정답과 똑같은 수를 두면 비평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AI는 모든 바둑 기사들이 꿈꾸는 이상(理想)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2022년 11월 대화형 AI, 챗GPT가 출시되었습니다. 대화형 AI는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를 학습하여 작동합니다.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각 분야의 지식을 공부하고 이를 압축하여 인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어 놓습니다. AI의 경이로운 학습속도를 헤아려본다면 멀지 않아 우리는 평소 너무 어려워서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법률, 의료, 철학과 같은 전문분야에서 각 분야 권위자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폭넓은 지식과 능력을 갖춘 AI 친구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AI 기술이 개발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인간과 관계하는 AI를 상상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는 실제 AI 기술이 개발되기 훨씬 전인 2001년에 출시된 영화입니다. 잠깐 영화 ‘AI’를 떠올려볼까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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