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줌마의 생애 첫 성형수술기
내 생애 첫 번째 성형수술인 눈밑지방재배치를 결국 해버렸다. 외모를 그렇게 가꾸는 편은 아니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늘어가는 주름과 흰머리 보다 진하디 진한 다크서클에 눈길이 먼저 갔다. 화장도 원래 잘하지 못할뿐더러 그 무엇이로든 가려지지 않는 눈밑의 울퉁불퉁한 부분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웃으면 애교살이 자연스럽게 생기며 눈밑 지방이 살짝 올라가 다크서클이 좀 연해 보였지만 24시간 내내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손으로 다크서클을 가려보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덜 피곤해 보였다. 거울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여서 언젠가 꼭 '눈밑지'를 하겠다는 마음이 몇 년 전부터 항상 있었지만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았다.
1년 전쯤 눈밑지에 관심이 많은 친한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십 평생 처음으로 성형외과라는 곳으로 상담을 받으러 갔다. 우리가 찾아간 성형외과는 동생의 아는 사람이 눈밑지 수술을 한 곳으로 수술 후 만족도가 매우 높아 믿고 가보았다. 이곳은 특이하게 상담실장의 역할을 하시는 분이 안 계셨고 의사 선생님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어서 신뢰가 높았다. 사진을 찍어 적나라하게 드러난 내 얼굴을 보니 수술을 간절히 하고 싶었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많이 망설여졌다. 수술과정을 정성스럽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그 내용 중 사타구니에서 지방을 빼 눈밑에 자가지방을 이식하고 팔자주름은 서비스로 해준다는 이야기도 무섭게 다가와 쉽게 결정하지 못하였다.
일단 결정을 보류하고 몇 개월이 지났을 때쯤 줌바댄스를 같이 하는 회원이 눈에 띄었다. 한동안 운동에 안 나오셨다가 다시 나오신 분으로 얼굴에 화색이 돌고 예뻐져 단도직입적으로 여쭈어 봤더니 쌍꺼풀과 눈밑지를 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만족도가 굉장히 높고 병원 정보도 쉽게 알려주셔서 병원이름을 잘 기억해 두었다. 직장에 나가 동학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의 눈밑 콤플렉스에 대한 말이 나왔고 다른 사람 입에서 다시 한번 이 병원 이름이 나와 깜짝 놀랐다.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받은 믿을 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상담을 받으러 갔다. 방문하였을 때 상담실장님의 개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의사선생님이 상담을 직접 해주었는데 생각보다 믿음이 가질 않았다. 건성으로 상담해주는 느낌이 강하여 눈밑지 수술을 하더라도 이 병원에서는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관심이 많은 동학년 선생님과 함께 상담을 받았는데 같은 의견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동학년 선생님의 친오빠가 눈밑지 수술받은 곳을 소개받아 상담을 가보았다. 접수 후 의사선생님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상담실장님의 본격적인 설명이 시작되었다. 수술 전과 후의 다양한 사진을 보여주었고 가격과 주의사항 등을 들은 후 여기서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미리 수술 날짜를 잡기 위해 달력을 보니 마침 설연휴가 눈에 들어와 별로 고민하지 하고 예약금을 걸고 왔다. 수술까지 두 달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별다른 정보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괜히 더 많은 걸 알면 망설여질 것 같아 수술 전날까지 잊고 있었다. 부모님께서도 걱정이 많이 되셨는지 꼭 이 수술을 해야겠냐고 말씀하셨지만 꼭 하고 싶어서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드디어 날은 오고야 말았다. 겁이 많은 내가 이런 수술을 하게 될 줄이야. 이번 기회가 아니면 나중에 커다란 후회가 남을 것 같아 그냥 마음을 비우고 예약된 시간에 남편과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수술 전 주의사항을 그 전날 또 한 번 안내받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4시간 전 금식이었다. 물을 포함한 사탕, 껌, 주스 등 일체의 모든 식음료가 제한되어 이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 가장 노력했다. 수술 시 수면마취를 선택했기 때문에 수술 후 운전을 절대 하면 안 되므로 남편이 대신 운전해 주어 고마운 마음이 컸다.
가운을 입고 세안을 다시 한번 꼼꼼히 한 후 의사선생님에게 최종적으로 설명을 듣고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다크서클을 없애는 수술이 아니라 눈밑의 지방을 재배치하여 정돈하는 수술이고 주름이 더 도드라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다른 주의사항도 들었는데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고개만 끄덕였던 것 같다. 잠시 대기를 하고 이름이 호명되어 수술실로 들어서는데 긴장감이 더해졌다. 여러 가지 장치를 내 몸에 부착하고 다리도 고정시키니 심장 박동은 더 올라갔다. 수면마취 후 국소마취를 하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의 불편함은 전혀 인지가 되지 않았고 마취에서 깼을 때 입이 굉장히 많이 마른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옆에 있는 남편에게 물을 주라고 했고 두세 차례 조금씩 물을 마셨는데 비몽사몽 한 채였다. 수술 직후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바로 집으로 갔다. 3일 동안 먹어야 하는 약과 안약을 처방받아 성실하게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잘 복용하였다.
집에 와서도 마취가 깨지 않아 코부분과 윗입술의 감각이 없어 입맛이 없었지만 약을 먹기 위해 남편이 사온 죽을 좀 먹고 바로 잠을 잤다. 아무리 간단하다고 알려진 수술이지만 옆에서 케어를 해주는 보호자가 반드시 있어야 했고 남편이 역할을 잘해주었다.
약 먹는 것 외에도 수술 후 주의사항은 많았다. 수술 후 고개를 숙이거나 엎드리는 것은 피하고, 취침 시 베개를 2-3개 겹쳐 자도록 하였다. 잘 때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은 높은 베개를 사용하니 목과 허리가 아팠고 수면의 질은 매우 떨어졌다. 찜질, 사우나는 3주째부터 가능하며,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은 수술 다음날에도 가능하였다. 수술 당일보다 다음날에 멍과 붓기가 많이 올라오고 약을 먹어도 수술 부위가 먹먹하여 산책과 가벼운 운동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이스팩으로 꾸준히 냉찜질하라는 설명을 보고 이 또한 열심히 해주었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시력이 떨어지거나 결막부종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증상이라기에 안심하였다.
눈밑지 수술을 한 연예인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 평소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나름 과감한 결정을 통해 눈밑지 수술을 한 것은 결과를 떠나서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의 성격상 하지 않았다면 할 때까지 고민을 했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술 정도 수준으로 매우 가볍게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음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 수술 자국이 보이지 않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여 쉽게 생각한 나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경험 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회복 과정 중 유튜브에 올라온 수많은 눈밑지 후기 영상이나 주의사항을 보니 단순한 수술이 아니었다. 수술 후 부작용이 당연히 있을 수 있고, 심지어 한쪽 눈이 실명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문제였다. 세상에 쉽고 단순한 수술은 하나도 없다.
오늘은 수술한 지 1주일째 되는 날로 노란 멍과 부기는 많이 빠졌지만 앞으로 1-2주가 더 걸린다고 한다. 일상 생활은 무리없이 할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운동도 최소 1달 이상이 지나야 하고, 웃을 때 아직도 수술 부위가 얼얼해서 불편하지만 만족한다. 부기와 멍이 다 빠져야 성공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지만 확실히 눈밑이 정리가 된 게 보인다.
최근에는 눈밑지를 2-30대의 젊은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이 한다. 미디어의 영향도 있겠지만 나처럼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 수술을 한 후 보다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성형수술도 긍정적으로 신중히 생각 해볼만 하다. 다만, 생각보다 힘들었던 내 생애 첫 성형수술인 눈밑지가 처음이자 마지막 성형수술이 될 것 같다.
[대문사진 출처: 정가&뷰티기준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