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정말 외계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것은 1년 전쯤이었다. 자신을 20년 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라고 소개한 이 스트리머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신체의 일부를 촬영해 숏폼 형식으로 올렸다. 처음 올려진 영상은 모션 그래픽 같은 짧은 채널 소개 동영상이었다. 흔히 보는 모션 그래픽과는 어딘지 좀 달랐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포맷에 내용만 살짝 바꿔치는 그런 비주얼이 아니고 뭔가 독특한 부분이 있었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감을 일으켰다. 배경 음악도 흔한 음원사이트에서 돌아다닐 것 같지 않고 정말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악기로 만든 것 같았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소리이겠지만, 어쩐지 듣도 보도 못한 몇 가지 악기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전혀 다른 음계를 사용하는 음악이랄까. 정말 지구인들에겐 외계의 음악이 있다면 그런 느낌일 것 같았다. 첫 숏폼부터 대단한 어그로를 끄는 영상이었고 조회수는 50만을 가볍게 넘겼다. 네티즌들은 기대감으로 구독, 좋아요를 꾹꾹 눌렀고 그 기대감은 이어지는 영상들에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킬 만큼 만족스러운 것,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 다음에도 이 수줍음 많은 외계인(?)은 자신을 바로 드러내지 않고 신체의 일부만을 보여주고 그것의 용도랄지 혹은 쓰임새 같은 걸 슬쩍슬쩍 보여주는 방식으로 네티즌들의 애를 태웠다. 처음에는 손으로 추정되는 신체부위가 올라왔다. 사실 손이라고 하기보다 촉수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펜과 숟가락 같은 걸 쥐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마치 민달팽이 같은 피부 질감에 왠지 내부에 뼈가 없을 것 같은 세 가닥의 촉수 같은 것이 갈라져 나와 있었다. 그런데 안에 손가락을 넣고 실리콘 같은 걸로 만든 장갑 따위를 낀 조악한 분장으로 보기에는 그 정교함이 놀라웠다. 실제 움직임도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네티즌들은 분명 C.G일 거라고 추측했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이런 류의 동영상들을 너무나도 손쉽게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생성형 인공지능의 광고를 위한 티저가 아닐까 의심하는 댓글들도 등장했다. 그런데 이 촉수 같은 손은 그냥 손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실제 인간의 손이 등장하자 이 외계인의 손은 특유의 유연함을 바탕으로 마치 물속에서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손 주위를 휘감듯 살피더니 촉수가 5개로 갈라지면서 인간의 손과 비슷한 모양이 되고 악수하듯 손을 덥석 잡았다.
두 번째는 발과 다리로 추정되는 부위가 촬영되었다. 다리는 마치 등나무 줄기들이 서로 얽혀 있듯이 몇 가지 갈래의 줄기들이 나선으로 얽히다 끝 부분에서만 펼쳐지면서 발가락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얽힌 가지는 때때로 휘리릭 풀리면서 마치 해파리의 다리들처럼 부드럽게 웨이브를 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신체의 각 부위들만 클로즈업한 영상이 몇 차례 소개가 되었다. 대부분은 그동안 영화 같은 매체를 통해 등장한 외계인이나 미지의 생명체 몬스터 등등에서 보았던 것을 떠올리기는 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전신의 모습이 등장할 차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틀마다 올라오던 영상은 3주가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한편에서는 이 동영상의 진위를 놓고 뜨거운 댓글 논쟁이 이어졌다. 당연히 실제 외계인이라 믿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상당한 기술적 능력으로 비추어 볼 때 이것이 전문 프로덕션이 차후에 개봉될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홍보하려는 새로운 스타일의 티저 광고라는 의견과 새로운 생성형 인공지능 영상 제조기의 기술적 성과를 자랑하는 티저 광고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였다. 그런데 이제 막 궁금증만 키운채 채널은 잠잠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다시 채널에는 여러 의견이 댓글로 달리기 시작했다.
님, 왜 다음 동영상 안 올리시나요 / 혹시 부끄러우신 건가요 외계인 님 / 드디어 기술력의 한계가 드러났나/ 외계인, 자신의 별로 돌아갔나/ 어느 별에서 왔니? / 외계인까지 섭외하는 유튜브의 위력이란! .. 등등 분분한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어느 구독자는 유튜브 운영진에게 이 동영상을 만든 사람을 공개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만 연락이 왔다고 한다. 다만 분명 적법한 절차로 가입된 회원이며 국적이나 신변사항이 분명하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에 잠잠했던 외계인 실존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각국의 비밀 수사기관은 이 영상을 분석해 보고 이것이 합성이나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비밀요원들이 이 외계인을 포획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내놓는 구독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어째서 동영상을 제거하거나 채널을 폐쇄하지 않았냐는 반대의견도 나왔지만 그러면 진실을 용인하는 꼴이 되니 일부러 내버려 둔 것이라는 반박이 더 설득력을 얻어갔다.
이 외계인 채널에 등장한 7개의 동영상은 삽시간에 전 세계 규모로 퍼져 나갔고 누적 조회수가 3억에 이르렀다. 네티즌의 관심이 폭발하자 이제 9시 뉴스에도 등장했고 이 영상에 대해 영상분석 전문가, UFO 연구소장 , 천문학자 , 문화 평론가란 사람들이 나와 토론을 벌이기까지 했다. 영상분석 전문가는 유튜브에 협조하여 올려진 최초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합성이나 컴퓨터 그래픽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 있을 수 있고 영상 속 일부 생명체는 얼마든지 실제 기계장치로 만들 수 있다며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했다. UFO 연구 소장은 외계인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면서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외계인 실존의 음모론들을 준비한 자료로 진지하게 설명했지만 대부분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것들이어서 후에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천문학자는 시종일관 다른 패널들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애초에 외계인은 우주 어딘가에 분명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물리법칙이 깨지지 않는 이상 지구에서 그 외계인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 했다. 아무리 가까운 별도 지구에서 수십광년 떨어져 있는데 아무리 발달한 문명이 만든 우주선이라도 빛의 속도 반의 반의 반도 얻기 힘들 거라며 항간의 음모론을 일축했다. 하나마나한 토론에 시청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오히려 네티즌들의 수사력은 막강했다. 동영상 채널의 동영상이 올려진 아이피를 추적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동영상이 한 아이피가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전송되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그냥 같은 동네 정도가 아니라 국가 자체가 달랐다. 이틀마다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정말 오대양 육대주를 오가며 영상을 올렸던 것이다. 적어도 개인은 아니라는 이야기고 글로벌로 지사가 있는 대규모 프로덕션일 것이라는 현실론이 있었으나 실제 진짜 외계인일 거라는 추측이 대세가 되었다. 들끓는 온라인의 논쟁들은 이제 일반적인 여론이 되고 외계인이 곧 침공할 거라는 공포를 조성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종말이 다가왔다는 종교단체의 움직임도 보였다.
결국 이 혼란을 종식시키기위해 미국 백악관은 CIA의 고위 인사의 입을 빌려 성명을 발표했다. 당국이 해당 동영상을 만든 인물을 추적해 왔고 신변을 확보했으나 본인이 자신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보안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외계인은 실존하지 않고 문제의 영상은 가공된 것임을 공표했다. 그리고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과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언행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는 오히려 네티즌의 상상을 더 자극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분명 영상 속의 생명체는 외계인이 맞으며 미국의 비밀기관이 외계인을 가두고 은폐하기위해 그와 같은 공식발표를 했다는 주장이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냄비처럼 끓어오르다가도 다른 관심사가 생기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잊혀진다. 그렇게 반년정도를 끓어오던 논쟁은 후속 동영상이 계속 올라오지 않으면서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로 그 동영상의 주인공인 외계인을 보았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정확히는 그 외계인의 동영상에 나왔던 신체의 일부들이 절단된 채로 발견되었다는 주장이었다. 먼저 손으로 추측되는 세 갈래의 촉수 같은 기관이 제일 먼저 일본에서 발견되었다. 제보자는 100만 구독자를 지닌 ‘신기한 세상만사’를 운영 중인 유튜버로 어느 날 해변에 밀려온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며 발견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정말 외계인 동영상에 나오는 손과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절단된 기관은 전처럼 움직이거나 세 갈래가 다섯 갈래로 갈라지거나 하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네티즌 들은 반신반의 했다. 어차피 움직이지 않는 것은 실리콘이나 레진 등으로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기에 어그로 끌기 위한 주작이라는 평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런 제보가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등장했다. 어디서는 다리가, 어디서는 코가, 어디서는 귀가 발견되었다. 심지어 원래 영상에서 소개되지 않은 외계인의 민망한 생식기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나중에는 인간의 기관에 비교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기관까지 등장했지만 사실 지구상에 있는 다른 동물이나 식물의 기관에서 어떻게든 유추하자면 할 수 있는 형태였다. 가령 날개와 금붕어의 지느러미를 합성한 거 같은 모습이라든지. 곤충의 마디 같은 것이라든지, 개미지옥과 게껍질을 합친 것 같은 형태랄지. 점점 외계인의 신체부위는 가짜가 분명함이 드러나는 조악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다가 나중에는 스티로폼을 깎은 후 색칠을 해놓고 대놓고 우스꽝스러운 멘트를 날리는 카피 방송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 문화 평론가는 이 현상이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생산되는 밈의 일종이며 창의적 복제와 상호 텍스트성을 기반으로 한 하위문화 현상이라 분석했고 모든 것이 가짜이고 진본도 진실도 알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며 어려운 용어를 섞어가며 거창하게 말했다.
그러나 어느 영상에도 살아있는 외계인의 온전한 전체 모습은 끝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은 인간이나 동물 그리고 그들이 알고 있는 생명체들에 빗대어 상상만 할 뿐이었다. 외계인이 정말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외계인 자체보다는 자신들의 궁금증이나 혹은 지루함이나 혹은 회피하고 싶은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끊임없는 자극을 원했을 뿐이다.
정말 그 외계인은 어떤 모습일까. 혹시 나 말고 다른 외계종족이 지구에 다녀갔었나. 어째서 외계인인 나만 이사실이 끝까지 궁금한 것인가. 나 역시 그 유튜버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우리같은 외계인을 왜 그런식으로 표현한 것인지 까닭을 모르겠다. 나는 거의 인간들과 다르게 생기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쨌든 확실한 건 이 인간들은 우리가 나타난다 해도 별로 경계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정말 있을지 모를 저 제3의 외계인을 내가 먼저 찾아 내야 할 것 같다. 혹시라도 곧 도착할 우리종족이 지구인들이 아닌 그들과 싸우는 일이 생기면 곤란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