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정부지원사업
ㅡ이번 사업과 맞지 않는 거 같아요. 내년에 도전하세요.
ㅡ맞지 않는다고요? 맞게 신청했는데요.
ㅡ올해는 안되고 내년에 도전하세요.
내년이요?
방금 내년이라고 하셨어요?
내년엔 나는 죽고 없습니다!
ㅡ(순간 정적. 서로 침묵)
우리는 정책사업이라 자격요건이 맞아야 해요. 어쩔 도리가 없어요.
ㅡ(깊은 한숨) 나는 지금 계속 그 사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안된다는 말이네요?
ㅡ(또 잠시 침묵)
ㅡ신청서를 제출하고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사업아이템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이라도 받아보고 평가를 해달라는 건데, 서류조차 안된다니 입구컷이네요? 흠, 알겠습니다. (깊은 한숨)
며칠이 지났을까, <****>에서 전화가 왔다.
기억하는 목소리였다.
ㅡ<****> 맞으신가요? 다른 사업이 있는데, 해당 지원사업에 서류를 넣어보시겠어요?
ㅡ다른 지원사업이요? 음.... 제가 그때 통화를 유쾌하게 진행한 게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때 그 통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 진행하는 것 말고 이 지원사업 해보시면 어떨까요? 대표님이 이건 못 보신 거 같아요.
ㅡ그,, 그런가요? 불쾌해서 차단했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어떤 지원사업일까요?
ㅡ다만, 그 지원사업패키지에는 법인 사업자를 폐업하고 개인사업자로 지원하십시오. 그렇게 하실 수 있나요?
ㅡ네?? (정말 긴 침묵...) 지금 바로 말씀드릴 수 없을 거 같아요. 일단 신청서 기한을 알려주시면, 그전까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일부러 전화를 주신 것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날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보러 갔었다.
내 속을 모르는 불덩이 같은 해는 저물고, 화려한 도시의 네온사인이 내 볼을 타고 줄줄 흘러가는 성산대교 밑 한강. 저 물도 어디메로 흘러갈까~ 싶었다. '더 큰 바다로 가겠지. 소금끼 머금은 짠물이 되어.’ 어쩌면 내 마음도 넋을 놓고 줄줄줄 휩쓸려 가야 할 것 같았다.
한달 뒤, 4주 후였을까.
자사몰 PG사 오픈테스트 기간이라 본가에 가기 위해장거리 기차를 타고 가고 있었을 때, 그 <정부지원업 패키지에 1차 선정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결국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프레젠테이션 평가를 받을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컨설팅 회사 대표님도 쉐어 오피스 대표님도 모두의 응원으로 진행중이다. 선정 자체가 아닌 반드시 우수한 성적으로 선정되어야 한다.과연, 내가 해낼수 있을까?
가끔은 나도 모르는 나를 누군가 발견하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고 우연히. 아주 우연히.
그 '우연히'가 여러 번 내게 왔던 것 같다.
[발행인의 첨언]
<정부지원사업 패키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최종결과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것보다, 가끔 <그때 그 통화>를 회상하면, 담당자분이 어떤 부분에서 뭣에 그토록 임팩트를 받아 그것도 우리 회사에 맞을 지원사업을 찾아서 전화를 다시 하셨을까요? 보통의 경우라면 차단이 정답인 그 통화에서. 무엇이 그분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오랫동안 생각해 봤습니다. 당연히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나 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입장도 바꿔보고요.
이 일 또한 무척 소중하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결과를 떠나, 그 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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