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오열

by 사치한



<벚꽃 오열>


그대가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헤어질 무렵 쓴 편지일 텐데, 왜 그토록 꽁꽁 가슴팍에만 쓰셨나요. 서툰 마음 내게 전했으면 몇 광년 떨어져 돌고 도는 흔한 인연 아니었을 텐데. 사랑하였다, 보고 싶었다 빚진 마음처럼 주신 밀봉된 선물, 거절 없이 받고 보니 오그라든 그리움 어찌 터질지 두려워 만개한 벚꽃 아래 하얗게 웃었습니다. 콧날 시큰하도록. 아마 그 꽃잎, 내 마음에 다시 필 때까지 답장은 못할 듯합니다




2017년 4월 10일 작

2025년 3월 27일 수정첨언, 인스타 업로드하였다.





[발행인의 첨언]


2016년에 연애를 시작하여 처음으로 여의도에 벚꽃이 만개할 때 사귀던 분과 함께 가봤습니다.

연애를 한다면 버킷리스트처럼 마음에 밑줄 쳐진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이뤄진 데이트였어요. 연애란 그 복짝복짝 사람들로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붐빈 거리에서도 그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그렇더군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2017년에 그분과 헤어졌습니다. 짧은 연애 마침표.

혼자 그 봄에 그 곳에 방문하였고 떠오른 느낌을 쓴 글입니다.

그때 갑자기 떠오른 단어를 조합해서 <벚꽃 오열> 이란 제목을 붙였고, 실지로 벚꽃 아래서 울었던 것도 같아요. (풉ㅋㅋㅋ 그것도 역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벚꽃 오열> 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여러 버전의 시를 썼습니다. 글쓴이 입장에서 시간의 순서대로 펼쳐놓고 보면, 감정이 많이 함축되고 정제되어 가는 것 같아요. 독자의 입장이라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글이 되어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쓴 글은 거의 남의 일처럼 '관조적'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아마도 그 '이별'을 대하는 여린 마음이 시간이 준 감정의 희석을 넘어 다시 못 올 무언가로 받아들이는 경지에 오른 듯 말입니다. ‘사랑’ ‘이별’은 그저 남얘기처럼 들리면서도 그 만개한 벚꽃과 함께 연상되는 무엇이 있어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요.

요즘 모든 것을 빨리 직관적으로 느끼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인기없는 글입니다.

여운과 여백은 어려운 것입니다.

글쓴이에게도 읽는이에게도. 머리 아프니까요.


2026년 다시 봄은 왔고, 벚꽃은 피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벚꽃 아래 환하게 웃을 테고, 누군가는 또 오열할지 아니면 맹물 같은 눈빛으로 전혀 미동도 없이 바라보겠지요. 그저 봄이라 여기며. 부디 각자에 맞게 이 봄과 함께하시길 추억하시길 바랍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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