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마음 놓으라고 말해주는 선배가 있었으면 했다
학교 행정실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 보니 어느새 제가 선배라는 자리에 있더군요
운 좋게도 신규 공무원 대상 공직생활입문과정의 연수에 강사로 선정이 되었어요
강의시간 동안 대화하는 "선배와의 대화" 였거든요
주제는 공직생활 설계와 자세 등등... 자칫 꼰대 같을 수도 있는 주제였지요
저조차도 말하기 따분하고, 듣는 사람도 재미없겠다 싶어 여러 가지 재밌는 소재를 잔뜩 준비해서 힘찬 인사말을 건넸지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시험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무
반
응
그 해는 오프라인으로 선후배가 만난 의미 있는 해였어요
코로나를 겪으며 전체 비대면 연수가 시행되었고 다음 해에는 반반씩 대면, 비대면으로 시행되었지요
어렵게 컴퓨터 속에서 만난 후배님들 역시 얼굴 보고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서로가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요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데 반응이 없을까...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드디어 오프라인으로 열린 강의실에서 후배님들과 만난다는 생각에 제가 약간 들떠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주제가 재미없을 수도 있지요. 공직생활 설계 등등...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건 너무 하다 싶은 마음이 들었답니다.
박수를 칠까 말까, 웃을까 말까....
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잠을 자버리는 반항도 아니고...
아무리 즐겁게 분위기를 이끌어 내려해도 정말 이상하게 시무룩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계속되더라고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저는 준비한 강의 자료를 덮어버렸습니다.
강의가 아닌 대화의 시간이니 만큼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는게 더 의미있겠다 판단했어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막연함과 자신이 잘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거겠지...
그때까지도 별일 아닌 걸로 생각했었는데 그 정도로 간단한 고민이 아니었어요
그 해 신규 공무원들은 추가적인 고민과 부담감에 마음이 무거웠던 거였어요
저연차 공무원들이 못 버틴다는데 내가 잘못 선택한 건 아닌지, 그동안 공부에 투자했던 시간과 비용들은 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등등...
임용과 동시에 퇴직하는 많은 신규공무원과 공직생활이 너무 힘들어 자살하는 저연차 공무원까지...
그 당시 갑자기 이슈화된 공무원 관련 이슈로 인해 우리 새내기 공직자들은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 짧은 시간에 다 풀어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
안타까운 현실을 더 이해해 주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
저의 여러 가지 마음이 중첩되어 이 시간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저도 신규 시절, 동기들과 모일 때마다 너무 황망하고 힘겨웠던 느낌을 서로 누구랄 것도 없이 토로했었지요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일당백이어야 하는 학교 행정실의 구조와 다수인 교사들 속에서의 외로움에 사회생활의 매운맛이란 맛은 다 느끼고 있었거든요
지금이라도 그런 역할을 자처하며 이 글을 씁니다
지나간 내 신규시절에 대한 위로이자 제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후배 공직자분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를, 힘든 하루 속에서 이 글이 잠시라도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진심으로 담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