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문화와 변화에 대한 이해
신규공무원 시절 일반인이었던 저는 공직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어요.
출근 첫날부터 저는 퉁탕퉁탕 삐뚤빼뚤, 매일매일 어그적거리며 다녔던 것 같아요.
잘한 것 같다가도.... 뭔가 답답하고, 개운한 느낌이 없었어요.
진행하는 과정도 거칠고 속도조절이 안 되는 느낌도 많았지요.
공직에 맞지 않다는 말을 듣기도 해서 너무너무 속상했어요.
그만둘까 생각하다가도 공부한 게 아까워 그냥 참고 참고...
잠을 자다가도 무슨 병이라도 난 것처럼 몸부림치는 날도 많았어요.
공직문화...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물론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무엇이라 정의하긴 힘들지만요.
생각했던 것보다 납득하기 어렵거나 크게 경직되어 있지도 않더군요.
청렴하고 합리적인 면이 많아 생각해 보면 받아들이기 나름이더라고요...
공직 문화에 대해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면만 크게 느끼기도 합니다.
서슴없이 몸부림치던 나의 20대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상 잘만 이해하면 매 순간이 꽃길이란 것을요.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렴입니다.
청렴함은 바로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고 공정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것이겠지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나온 사회적 배경은 관리들의 부정부패였어요.
권력을 가진 자는 부패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허가와 계약의 업무 등을 하는 과정에서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본인에게 이득이 되도록 처리하면 부정부패가 되는 거지요.
학교 행정실은 예산을 다루는 곳이니 만큼 누구보다 더 청렴해야 합니다.
특히 교육예산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예산이기에 집행함에 있어 그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무하다 보니 청렴한 업무처리는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누가 봐도 공정하고 상식에 맞게 처리하면 되는 거였어요.
특히 젊은 세대들에겐 더 쉬울 수도 있어요.
상사의 눈치나 분위기로 일하거나 혹은 외압에 의해 주눅 들어 일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잖아요?
요즘 MZ세대들은 개인주의와 단편화된 인간관계로 조직사회에서의 부적응이 우려되고 있어요.
그러나 그러한 점들이 오히려 조직사회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어디서나 줄을 잘 서는 등 예의와 준법을 당연히 여기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정말 합리적이고 깔끔합니다.
그래서 더 쉬울 수도 있다는 거예요.
예로부터 공직자들이 검소했던 이유는 바로 그 청렴함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박봉과 업무과다로 사치할 만한 여유도 없었겠지요.
하지만, 검소한 공직자는 사회적인 미덕의 표상이자 존경의 대상이었으니 사치보다는 검소함을 더 높이 평가하고 스스로 선택한 것 같아요.
미니멀리즘이란 것도 유행하는 요즘에 검소한 생활은 또 하나의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어요.
화려한 외모와 재력을 과시해야 하는 직업의 세계도 있어요.
제가 만약 그런 직업을 가졌다면 하루도 못 있었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검소한 생활이 자랑인 이 세계가 참 감사하답니다.
여자들은 대부분 소비가 많습니다.
옷과 액세서리는 기본이고 가방과 구두 등 사야 할 것이 끝이 없지요.
꼭 필요한 필수재도 있지만,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여러 번 구입하는 것도 많은데요.
제가 학교 근무를 하면서 좋은 점이 바로 남들의 눈을 조금이라도 적게 의식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2,3년이면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예전에 샀던 옷들이 관리만 잘 되어 있으면 새 옷처럼 보인답니다.
그래서 다양한 옷들을 깔끔하게 매치하고 다니며 새로운 기분을 낼 수 있었지요.
월요일에 맞는 옷은 거의 블랙의 정장핏, 화요일은 준정장스타일, 수요일은 편안한 오피스룩, 목요일은 약간 화려한 색감의 패션으로 그리고 금요일은 청바지나 힙한 느낌의 유행하는 옷으로 코디하며 입는답니다.
공직자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덕목은 성실함입니다.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절대 지체하면 안 되는 것인데요.
저는 이 덕목이 참 어려웠어요.
일을 할 때 몰아서 하고 안 할 때는 좀 쉬고 싶어 하는 저의 생활방식 때문이었는데요...
절대 그럴 수가 없었지요.
매일매일 할 일이 산더미랍니다.
남아서라도 몰아서 하고 나면 다음날 또 일이 생겨요.
그런데 그 일도 역시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이랍니다.
제가 공직에 맞지 않는다고 보신 분들은 이런 점을 보신 거였어요.
휘몰아쳐서 일을 하고 나서는 에너지가 빠진 상태로 또 며칠을 돌아다니는 꼴을 보니 저러다간 오래 못 가겠구나 판단이 되는 거죠.
적극행정은 맞지만 적정한 업무량을 소화해야 합니다.
공무는 1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더라고요.
내일도 적극적인 고객지향의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면 스스로 업무계획을 잘 세우고 성실하게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는 걸 10년 차가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요.
회식문화도 많이 변화하고 있어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회식을 줄이거나 1차에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히 학교라는 곳은 다양한 직종이 어울려서 근무하는 곳이라 여유로운 시간이 서로 다릅니다.
일반회사처럼 회식비나 법카가 지원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친목회를 별도로 구성하여 일 년에 몇 번 정도 전체 회식을 하는 정도랍니다.
과도한 회식 문화 역시 공직자의 덕목에 어울리지 않겠지요?
청렴하고 성실한 공직자가 거의 99프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도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각종 폭력적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해마다 이수해야 할 연수들 중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할 연수로 성희롱, 부패방지, 직장 내 괴롭힘과 폭력방지 연수 등이 있어요.
이렇게 지속적인 연수를 통해서 전체적인 의식은 상향조정 되고 있어 다행스럽기도 해요.
새로운 세대의 공직자들이 공직문화를 좀 더 잘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제 글을 읽으며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즐겁게 근무하기를 바라요.
거기서 더 나아가, 그동안 부정적 인식이 많았던 공직문화에 참신하고 아름다운 변화를 가져와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표지사진:Unsplash의 Annie Spra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