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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타 Aug 29. 2024

답이 있다면 더 이상 표류가 아니다

아는 만큼 덜 아팠을 시간들

인기 없는 공무원

공무원의 인기가 점점 시들고 있어요. 지원자 수도 점점 줄어들어 경쟁률도 예전만 못하다고 해요. 

그동안 너무 많은 공시생들이 있었던 것도 정상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그 좋다는 공직사회를 못 견디고 퇴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정말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 이후 갑작스러운 물가 상승이 있었지만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급여로 인해 공직을 떠나거나 겸직을 하는 공무원도 많다고 해요. 

사실상 9급 공무원의 급여가 최저임금과 경쟁하는 일도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더욱 크게 느껴지는 문제는 저연차 공무원들의 조기 퇴직이 정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단지, 세대 간 특성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되기도 합니다.



고임금을 바란 것도 아닌데...

고연차 공무원들의 명예퇴직신청도 점점 늘고 있어요. 

근속 20년이 지나서 신청할 수 있는 명예퇴직은 한정된 예산에서 수용되기 때문에 요즘은 더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해요. 

승진은 잘 안되더라도 해마다 약간이라도 오르는 급여는 항상 동기부여의 방법이 되고 있었는데요.

급여 수준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말도 못 할 만큼 박봉인 데다가 일반적으로 평가되는 급여 상승분을 못 따라가고 있다고 해요.


사실 높은 급여를 기대하고 공무원 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급여보다는 처우나 근무환경이 공직의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 학교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점심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하지만, 퇴근 후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도 지금의 현실에서는 크게 와닿지가 않는 것 같아요. 

힘들게 들어왔음에도 미련 없이 공직을 떠날 때에는 그럴만한 답이 나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당백 각자도생

그동안 곪았던 문제점이 이제야 터져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대한민국의 상황은 해마다 달라지고 있어요. 

그에 맞춰서 학교 행정실 업무 역시 시시각각 다변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자 정원책정은 여전히 최소인원으로 되어 있거든요.  

일당백의 업무 처리가 필요한 상황이니만큼  각자도생의 분위기인 거죠. 

이런 곳에서 선후배의 협력과 동료들과의 의리 등을 기대한다는 것은 거의 꿈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저의 20년 남짓의 공직생활도 정말 힘들었답니다. 

제가 힘들다고 말을 꺼낼라 치면 "다른 회사는 더 힘들다", " 공직생활도 못하면 뭘 할 수 있겠냐"는 비난을 속수무책으로 받아야 했어요. 

내가 문제이므로 나만 달라지면 된다 생각하고 살아왔지요. 

하지만 근무환경이 더 개선된 느낌은 아직도 없어요. 

그동안 지나온 시간에 비해 후배 교육행정직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지 못하는 현실이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장점이 많은 학교근무

저는 학교에서만 근무한 교육행정직 공무원이랍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며 학교별, 시기별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근무하고 있어요. 

다른 기관에 비해 학교라는 기관은 여유로워 보이고 절대적인 업무의 양이 많은 곳은 아닙니다. 

민원인의 범위도 적은 편이고 방학 동안 조용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시간도 정말 감사할 일이니깐요. 

직장생활의 갈등상황과 업무스트레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학교 근무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를 2,3년마다 옮겨야 해서 그때마다 적응하느라 힘든 점도 있었지만 제 인생의 새로운 장면전환이자 저를 발전시키는 기회의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야생화가 가득한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출근길이 얼마나 설레었는지 몰라요. 

예산이 큰 사업을 시행할 때는 만나는 사람들도 다르고 하루하루 제가 성장하는 것이 느껴졌지요. 

모든 교직원들이 힘들어하는 독특한 성격의 구성원이 있는 학교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지는 배움의 기회이기도 했지요.

  



아는 만큼 덜 아팠을 시간들

승진이 먼저 되거나 조건이 더 좋아 보이는 곳으로 전출한 동기들은 정말 부러웠어요. 

내가 겪는 일은 나 혼자만 느끼는 고통처럼 느껴졌고 , 마찬가지로 다른 학교에 있는 공직자분들의 고통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요.

이제와 보니 서로 공감할 부분도 많았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줄 일도 많았음에도  그 좋은 기회들을 그냥 쓰레기처럼 버린 것만 같네요 


밖에서 보거나 벗어나 보면 보이는 것인데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이 있지요. 

미리 알았더라면 그 시간들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공직생활의 공통적인 특징만 알았어도 좀 더 쉽게 지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답니다. 

 

어떤 후배님이 

학교는 섬, 학교 근무는 유배라고 

우스개로 말하더군요. 


무인도에서 혼자 둥둥 표류하며 지나온 그 불편한 느낌을 다른 분들은 느끼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갈지... 답이 있다면 더 이상 표류가 아닐 거예요.


이 글은 저 자신의 삶의 기록이 되기도 하지만, 공감과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라는 소망의 글입니다.

후배 공무원분들이 저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요.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마음으로 내일을 꿈꾸는 희망찬 공무원이 제가 사는 이 대한민국에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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