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진 에너지는 강력합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1년에서 5년은 정말 고난의 연속이에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5년 차 교행직들은 소위 '날아다닌다'라고 할 정도로 모두들 업무능력이 급격하게 성장합니다.
5년까지만 이 악물고 견뎌보자 하면 어느새 훨훨 날아다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이 시기에는 일에 빠져 있을 시간도 부족하고
연애, 결혼, 육아 등의 인생과업들 역시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두 가지 모두 처음 하는 일인데 잘 해내고 싶은 일이지요?
그래서 직장 내 구성원들과의 마찰도 크고 본인만의 스트레스 역시 너무나 힘겹게 느껴지지요.
잘 해내고 있는 자신을 더 격려해 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날아다니게 될 나 자신을 믿어 줄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쉬운 시간들입니다.
제가 어릴 적 본 행정실은 따듯한 난롯불을 피우고 사람들이 모두 조용하게 일하고 있던 공간으로 보였어요.
편하게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는 건지 무엇을 하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평화로운 곳이었지요.
학교에 발령받으면 모두 놀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랍니다.
와서 보니... 평화는 없었거든요 ㅎㅎㅎ
그동안 학생으로 다녀본, 밖에서 본 학교는 모두 잊어야 합니다.
아니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러므로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특히 1년 차에는 연수 때 본 규정과 매뉴얼도 하등 소용이 없답니다.
그저 하루하루 전임자가 한 일을 흉내라도 내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수영하는 법을 아무리 배워도 직접 수영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그저, 짧은 25미터 코스라도 적절한 호흡으로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 게 전부입니다.
너무 냉혹한 현실이라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때는 누가 알려줘도 모르고, 해 보면서도 모르기에 모르는 것이 진리라는 사실만 알아야 해요.
멘토와 행정실 직원들이 모두 도와주지만 한계가 있어요.
주변 사람을 탓하고 외로움과 수치심을 느끼며 이불킥 할 필요도 없어요
잘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후배를 보기도 했는데 너무나 안타깝기만 했어요.
일하면서 지켜야 하는 가장 제1의 원칙은 무엇인가요?
강의시간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는데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또 다른 질문의 답이기도 합니다
일하면서 사랑받는 꿀팁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었는데요 이 질문 역시 높은 순위에 있었지요.
이 두 질문의 답은 바로 '복무관리'라고 말씀드렸답니다
정말이지 복무라는 것은 공직자에게 있어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근무시간 잘 지키고 본인의 복무사항을 적절하게 계획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남아서 사무실을 지키라는 비합리적인 내용이 아니랍니다
근무시간보다 약간 미리 오는 정도의 준비성
동료의 연가와 내 연가일을 서로 조절하며 일하는 책임감
계획된 연가이든 급한 병가든 항상 미리 얘기할 줄 아는 배려심 등 이거든요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행정실은 일당백의 업무현장이랍니다
한 사람의 든 자리와 난자리가 정말 크게 느껴지는 곳이기에 서로가 예측 가능하고 조정할 수 있는 복무가 그렇게도 중요한 거지요.
공무원 시험은 학창 시절과 수험생 시절에 좋은 성적을 받은 사람들이 결국 합격하지요?
하지만 업무라는 것은 공부와 다른 점이 많기에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직장생활은 실전이란 말도 있는 거 같아요.
시험성적처럼 잘하고 못하고를 비교하기보다는 작더라도 결과물로 말하는 것이 전부인 세계인 것이죠.
행정실 업무는 멘탈 업무라고도 합니다.
규정과 계약서와 엑셀서식 등 컴퓨터에 붙잡혀서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는 정말 피곤한 업무입니다.
앉아서 일하다가도 급하게 달려 나가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이렇듯 매 순간 스트레스가 많은 만큼 건강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행정실에는 몸 자체가 종합병원인 사람들이 많답니다.
발령 초기에는 특히 초과근무도 많고 재택업무까지 하는 상황의 연속이기에 더더욱 건강이 중요하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 휴식 등의 시간을 꼭 마련해야 해요.
오늘부터라도 신발끈 제대로 묶고 몸도 마음도 다잡아 보자고요!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해요.
여가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보다는 일과 자신의 시간을 균형 있게 잘 운영하는 거죠.
다른 동기들보다 빨리 업무를 익히는 신규를 보기도 합니다.
적응력이 좋다는 점은 사회생활에서 매우 큰 장점이자 강점입니다.
하지만 시야가 좁은 이 시기에 자칫 자신도 모르게 경솔한 태도부터 익히게 될 수가 있어요.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헤매기만 하는 신규분도 있어요.
발령 후 짧은 기간 동안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상황도 있고, 힘들게 하는 동료나 상사를 만날 수도 있어요.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란 거죠!
그러니 크게 좌절하거나 억울해할 필요가 없답니다.
학교라는 곳은 학교별로 상황이 정말 케바케입니다.
타 기관보다 업무 분장이 편하게 되어 있어 여유롭게 일을 익혔거나 반대로 본인자리만 힘들게 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혹은 주변 사람들이 능력이 뛰어나서 본인업무에만 집중할 수도 있었거나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능력주의 시대에 본인이 열심히 해서 얻은 성취라고 생각하거나 본인이 실패자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지기 쉬워요.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기에 꼭 지니고 있어야 할 단어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애(自己愛)"입니다.
박상미 님의 책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서 작가님은 자기애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꼭 갖고 싶고 어디서나 나를 빛내주는 물건!
그런 물건을 명품이라고 하지요?
제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지금까지 꼭 지니고 있는 마음 가짐이 있다면 바로 그것입니다.
자기애가 있으면 현재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의 행동도 이해가 됩니다.
어느새 부족한 나를 이해해 주는 세상에 대해 감사해집니다.
여전히 배울게 많은 위치이므로 괜히 욕심내지 말자는 겸손한 마음이 생깁니다.
공직생활 저연차 시절은 짧은 인생에서도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시기였어요.
일도 익히고 결혼하고 육아의 과정 속에 정말 너무너무너무 힘들었어요 ㅠ.ㅠ
하지만 이제와 돌아보니 제가 가진 에너지가 더 강력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답니다.
만약 인생 2 회차라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그 시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나와의 싸움을 하기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라고...
그동안 독하게 공부하고 열심히 다그치며 살아온 자신을 더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라고...
동료들과 경쟁하고 갈등하기보다는 그들의 장점과 나의 장점이 시너지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보라고...
(PS : 이번 회차는 처음에 작성한 글의 반으로 축소했어요. 표현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고 어찌 들으면 잔소리 같아서요... 혹시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작가에게 제안하기'로 문의해 주시면 일대일 상담해 드릴게요~ ^^ 저연차 공직자 여러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표지사진 : unsplash의 paolo chiabra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