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체와이 Jun 09. 2024

그들이 주장하는 <수능 폐지>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하라

한참을 모르면 들으려고 하든가 마냥 떠들기 바빠 야 인마 닥쳐 아는 척 if you aint' bout it

-Paloalto, Switch-



브런치 스토리의 <와ㅇ쌤>이란 작가분이 수능 폐지에 대해 열띤 주장을 하시며 수능 폐지 청원을 촉구하는 글을 작성하셨다. 이외에도 수능에 대해 비판하는 글들이 많다. 이 글의 취지는 그분들을 재비판 하는 것. 비판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나는 그들의 전제를 비판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적어도 수능에 대해 아는 사람만이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는 마음에서이다. 왜 모르면서 자꾸 주장을 하는 것인가. 비트겐슈타인은 <논리 철학 논고>에서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하라고 했다. 팔로알토는 Switch라는 곡의 가사에서 한참을 모르면 들으려고 하든가, 그럴 생각도 없이 마냥 주장하기만 바쁘다며 닥치라고 했다. 비트겐슈타인과 팔로알토 그리고 나의 "모르는 것을 말하는 것"에 대한 태도는 같다.


적어도 제대로 된 비판이라면 전제를 비판당하면 안 된다.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할 때 어떤 것이 거짓이 되는 순간, 의미가 없는 비판이 된다. 적어도 너의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는 부분이 있다. 믿음의 정도를 양적으로 따져보자. 이런 식으로 흘러가야지 기본적으로 거짓인 명제를 들이밀면 모르면 침묵하자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먼저 비판을 위해 그들의 근거를 살펴보자


고교학점제는 매우 좋다. 하지만 수능은 안 좋다. 고교학점제와 수능이 모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 수능은 1등이 꼴등을 이끌고 1등만 빨리 정확히 뽑아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논리의 교육으로 일관되었다. 이것은 일본의 식민지 틀이다. 학업 성취도는 세계 탑이지만 학업 만족도가 꼴찌이다. 학생들이 자살을 한다. 교사들의 교권이 실추되었다. 사교육에 의지해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교육 개혁의 시작은 수능 폐지와 대학 서열화 완화, 공교육 정상화이다. 수능을 폐지하고 학생부 종합전형 100%의 시대를 만들면 된다. 대학 서열화는 대학이 일을 열심히 해서 없애면 된다. 시험이 없으면 학력이 저하된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학력은 기초적 이해 능력이다. 지금의 수능 세대들은 문해력이 부족해 읽지를 못한다. 단편적 암기 위주의 수업과 단답형에 길들여져서 정답 찾기에만 몰입되어 있다. 학력 저하는 책을 쥐어줘서 막으면 된다.


이것이다.. 구분해서 쉽게 보자.


주장 1 : 수능을 폐지하자

근거 : 1. 고교학점제와 수능이 모순되어서

2. 현재 체제는 일본의 식민지 틀이어서

3. 수능은 1등만 뽑아서

4. 학생들이 자살을 해서

5. 교권이 추락해서

6. 수능은 암기식 시험이라서


주장 2 : 학력은 기초적 이해 능력이고 현재 학생들은 기초적 이해도 못한다. 이를 독서로 해결하자.

근거 : -



일단 주장 1을 비판하자.


근거 1에 대한 비판: 고교학점제와 수능이 모순되는가? 모순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수능을 폐지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고교학점제가 수능보다 우월한 체제임을 입증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변별력을 약화시키고 듣고 싶은 거 들어~ 이런 느낌의 새로운 내신 체제인데, 사실상 여전히 상대평가이며 달라진 것은 등급이 3개 혹은 5개밖에 없다는 것. 현재 학생들의 성적은 편차가 커지는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딱히 우월한 체제라고 생각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안 할 학생은 안 하고, 그 학생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좋으나 이것이 현실에서 실현되려면 공부에 관심 있는 학생이 늘어나야 한다. 당장 수능부터 5~9등급 학생들은 공부를 거의, 혹은 아예 놓은 학생들인데, 이 학생들이 고교학점제를 한다고 학습에 흥미를 붙일까? 고교학점제가 학습에 흥미를 부여하지 못함을 인정한다면 어차피 바뀌는 건 없다. 하는 애들끼리는 여전히 경쟁하고 안 하는 애들은 여전히 공부를 안 할 것. 애초에 자유로운 학업 체제 등을 만들고 싶다면 학생들에게 사고력을 만들어주고 스스로 생각을 하게 하여 학업에 관심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허울 좋은 체제일 뿐이다.

 따라서 고교 학점제가 수능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되려면 학습의 흥미를 더 끌어야 한다. 수능 자체는 대부분 학생에게 학습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이 맞다. 학업 능력이 좋으면서도 노력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그런 극히 일부의 학생을 제외하면 수능은 매우 어려운 시험이다. 어려운 시험에 재미 붙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내신 자체는 수능만큼 사고력을 요하지도 않고 선생님들이 가르친 부분에서 나오는, 극적인 암기형 시험이기에 수능보단 난도가 낮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훨씬 흥미를 돋울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 흥미가 결국 깊은 사고로 향하는 방향이 아니라 단순 낮은 난도와 적은 경쟁에서 자기 객관화의 실패로부터 온 것일 수 있다. (일례로 중학교 수준의 시험은 매우 쉽고 그렇기에 잘하는 학생의 비율이 매우 높아 스스로를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 인식하고 학습에 흥미를 붙이지만, 수능과 같이 어려운, 사고를 요하는 시험에서는 성취가 낮아 학습 흥미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여전히 어렵고 깊은 사고는 못하고, 얕고 암기식 시험만 잘 보는 학생들만 생겨나는 것.


근거 2에 대한 비판: 현재 체제가 일본의 식민지 틀이어서 바꿔야 한다는 것은 논증이 타당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실제로 수능은 일본의 식민지가 만든 게 아니라 오히려 벗어난 체제이다. 미국의 SAT를 한국식으로 바꿔온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증의 건전성 떨어지므로 이것은 허수아비 논증이다. 따라서 만약 논리적이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실이 아닌 것을 동원한 것이라면 거짓을 말한 셈이다.


근거 3에 대한 비판: 수능은 1등만 뽑지 않는다. 오히려 1등부터 꼴등까지 꽤 세부적으로 등수가 나뉘는 시험이므로 현실과 정반대의 주장이다.



근거 4에 대한 비판: 수능을 시행하는 현재 학생들이 종종 자살을 한다. 그게 수능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근거가 전혀 없다. 대학교에 가서도 자살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학생들은 아마 수능 때문이 아닐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수능에 의한 성적 비관으로 자살을 하진 않는다.. 따라서 정말 수능에 의한 것이 맞는지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이 없으므로 논증이 타당하지 못하다.


근거 5에 대한 비판: 교권이 추락하는 이유는 수능 때문이 맞다. 타당한 논증이다. 근데 왜 교권이 추락하는지를 생각해 보자. 수능은 매우 난도가 높은 시험이다. 특히 수능 국어 시험은 단순 국어국문학을 나오거나 오래 국어 공부를 했다고 해서 잘 볼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적성검사이기 때문이다. 중학교/고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보는 시험에는 수능과 같은 항목이 없다. 대신 지식을 측정할 뿐이다. 자격고사이다.

 적성검사는 특정한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하는 검사이다. 따라서 사교육 의존도가 낮으며 공부한다고 해서 크게 점수가 잘 오르지도 않는다. 반면 자격고사는 지식의 양 등을 측정하는 시험이므로 공부를 할수록 유리하다. 적성검사의 성격을 띠는 수능은 사고력을 요하기에 매우 질이 높은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 이상은 실력을 늘리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교권이 추락한다. 공교육은 수능을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냐고? 교사가 수능을 못 보니까. 교사들을 디스 하는 게 아니다. 사회구조가 그렇다. 교사가 되기 위해 적성을 평가한다면 수능을 잘하겠지. 근데 자격을 평가하니까, 적성이 없어도 지식만 충분하다면 교사가 될 수 있는 것. 이러한 교사들이 수능을 대비하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사교육 의존은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봤을 때 교권의 추락을 막기 위해 수능을 폐지하자는 것은 타당하다. 교사들이 수능 대비를 못해서 낮아지는 교권이므로 수능을 폐지하면 추락하는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 근데.. 교권 추락이 분명 문제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능을 폐지하고 다시 암기식 시험으로 가는 게 맞나..? 다시 말하지만 수능은 적성 검사이고 교사들은 자격고사를 통과해서 온 사람들이다. 수능을 폐지하자는 말은 사고력 대신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자는 말이다... 이해는 되지만, 본인의 이익을 위해 교육을 후퇴시키자는 것은 다소 이기적인 생각으로 보인다.


근거 6에 대한 비판: 앞서 모두 말했지만 수능은 절대 암기식 시험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그리고 수능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분이 미는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훨씬 암기식 시험에 가까울 것이다. 수능과 같은 적성검사는 퀄리티 높은 문제를 쉽게 만들 수 없다. 그러니까 교수들이 갇혀서 몇 개월씩 만들어야 하는 것. 반면 학교 내신은? 그냥 자기들이 가르치는 것에서 지식을 측정하는 문제를 내면 되니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선생님 한 명이 여러 곳에서 문제를 가져와서 자기 입맛대로 바꾸어 내고 검토를 맡기만 하면 충분하다. 하.. 근데 수능 보고 암기식이라 하고 자기들이 내는 시험이 암기가 아니라고? 그런 주장을 하고도 떳떳하신가요? 정말 모르시는 건가요 아니면 모르는 척이신가요? 수능이란 걸 공부를 안 해보셨는지.. 당장 그들이 욕하는 사교육 강사들이 수능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좀 보셨으면. 누가 단순 암기를 시키고 누가 사고력을 올려주는지.


주장 2를 비판하자.



 학력은 기초적 이해 능력이고 현재 학생들은 기초적 이해도 못한다. 이를 독서로 해결하자?

학력이 왜 기초적 이해 능력이라는지 뭐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치자.

현재 학생들은 기초적 이해도 못한다? 이것은 반은 맞는 말이다.

수능 국어 독서 파트는 LEET 언어이해와 매우 닮아있다. 수능 독서를 푸는 데는 사고력과 배경지식, 매우 높은 수준의 독해력이 요구된다. 수능 국어를 제대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기초적 이해를 못 할 리가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 50%의 학생들은 공부를 전혀 하지 않으므로, 기초적 이해를 못 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PISA라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제도가 있다. 단순히 암기한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닌, 주어진 자료와 지식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백번 말했지만 단순 암기는 교사들이 내는 시험에 가깝고 사고력 측정은 수능에 가깝습니다.. 왜 반대로 비판하시는지) PISA 통계자료를 보면 독해력이 매우 높은 LEVEL 6 학생들의 비율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매우 낮은 LEVEL1 학생들도 늘고 있다. 아까 말한 편차가 커지는 방향이라는 것의 근거가 이것이다. 아마 LEVEL1이 늘어나는 이유는 수능 국어가 매우 높은 독해력을 요구하고, 따라서 못하는 학생들에겐 매우 재미가 없을 것이므로, 공부를 안 하게 되고. 이런 순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니까 이러한 것을 모르면서 그냥 학생들 일부를 보고 그것을 전체로 일반화한 후 학생들이 멍청하다고 까는 것.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요즘 것들은 말이야~ 하고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제발 부끄러운 줄 아시길.

해결책도 이상하다. 독서로 해결하자니. 수능 국어가 요구하는 게 독서 능력이잖아? 독서 능력 측정 시험을 폐지하자더니 독서는 옹호하는 건 뭐지? 능력 측정은 안 하고 손에 책만 쥐어주면 알아서 독해력이 LEVEL 6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발! 아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합시다.


수능폐지 국민청원 (brunch.co.kr)




작가의 이전글 12사단 훈련병은 정말 온열질환 사망자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