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묘한 도시 야경

미국 피츠버그

by JU

야경이 오묘한 도시를 꼽으라면 내겐 피츠버그다.

자연의 웅장함에 비할 수 있겠냐만, 도심 야경은 인간의 창조물 중 가장 거대하다.

밤이 자연에게 어둠 속에서 쉴 공간과 시간을 허락했다면,

도심 야경은 자연의 뜻을 거슬러 24시간 돌려대는 인간의 거대 공장같다.

인간은 위대했지만 도시가 거대할수록

빛 공해, 상하수도 문제, 쓰레기, 교통체증, 범죄율 증가, 부동산 가격 폭등, 부의 불평등 등 문제가 쌓였고

도시는 수없이 실패했고 수정했고 부활하기를 반복했다.

뉴욕이나 도쿄, 서울과 같은 거대 메트로폴리탄보다 피츠버그같이 오랜 중소 도시에 정감이 가는 이유는

인간이 필요한만큼만 자연에게서 시공간을 대여한 것같은 느낌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호모사피엔스의 힘은 이야기(인류가 집단을 이룰 수 있던 동력)라고 했듯

철의 도시였던 피츠버그의 과거 이야기는 1870년대 철광석을 실어나르던 '인클라인'에,

탄광 노동자들이 즐겼을법한 저렴하나 감자튀김까지 얹은 두툼한 샌드위치에,

아이언 시티 맥주의 씁쓸한 뒷맛에 녹아있다.

피츠버그 야경은 따뜻하지만 씁쓸해 매력적이다.

피츠버그의 야경은 '철의 시대'라던 전성기를 지나 쇠락해가던 도시의 '실패 극복'을 의미한다.

반면, 1등 미 경제의 하향곡선으로 여전히 '보수 성향 저학력 백인노동자'(red neck)의 삶은 팍팍하고,

이들은 이민자 유입이나 제조업의 중국 유출 등으로 분노를 돌리는 트럼프주의에 올라탔다.

회색지대에 과거 정겨웠던 추억이 있다.

인류는 모일 수 있어서 발전했다니, 도시의 탄생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코로나19 때 우리는 도시의 종말을 예상했지만, 어느새 도시는 부활했다.

서울 한 귀퉁이 나 어릴 적 마을은 사라졌고, 높은 빌딩에 둘러싸여 아쉬움에 도시를 비난해보지만 삶은 추억을 간직한채 앞으로 나가는 '과정'이다.

발전에 '완료'는 없고 그래서 우리는 쉬이 지치지만, 그럴때면 야경을 보며 추억 속에 잠시 머물러도 좋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6화어느 정도까지만 괜찮다